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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성은의 뮤직 in CINEMA
편집부
입력 2022-12-16 12:36 수정 최종수정 2022-12-16 12: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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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지 않는 것을 보여주는 음악 ‘올빼미’ 



‘올빼미’(감독 안태진)는 류준열, 유해진, 최무성, 박명훈 등 출연 배우들의 이름값에 비해 비교적 조용히 개봉했지만 높은 완성도와 대중적 화법이 입소문을 타면서 오랫동안 박스오피스 1위를 지키고 있는 웰메이드 사극이다. 

시간적 배경은 조선시대 청에 인질로 잡혀갔던 소현세자가 8년만에 귀국하는 시점으로 역사적 기록을 거스르지 않으면서도 빈 부분을 상상력으로 채워 넣어 가슴 졸이게 만드는 스릴러로 만들어냈다. 

가상의 인물인 ‘천경수’(류준열)는 어두울 때만 앞을 조금 볼 수 있는 침술사다. 주맹증과 비슷하지만 경수는 밝을 때 전혀 앞을 보지 못한다는 점에서 기본적으로 맹인이므로 그의 존재 자체가 비현실적 설정에 기반해 있다고 할 수 있다. 실존 인물들과 사건이 등장함에도 불구하고 경수가 어의의 조수로 궁에 들어가는 순간부터 판타지 세계의 이야기를 보는 듯한 착각이 드는 것도 이 때문일 것이다. 경수는 궁에서 아픈 동생을 만날 날만 기다리던 중 어둠 속에서 소현세자의 암살을 목도하고 만다. 

시각장애를 가진 주인공에게는 청각적 자극이 훨씬 중요하기 때문에 ‘올빼미’의 사운드는 보다 정교하게 만들어졌고 몇몇 장면들에서는 주인공의 시야와 사운드의 강약 및 질감이 일체감 있게 흘러가도록 연출되었다. 동시에 사실상 영화 속 인물들은 들을 수 없는 음악, 즉 스코어(score)는 관객들이 경수가 소리를 통해 보이지 않는 상황을 나름대로 추리해 가는 과정을 짐작할 수 있도록 한다. 

스릴러에서 많이 사용되는 현악기의 날 선 선율뿐 아니라 오직 살아남고자 하는 경수의 절박함, 궁에서 벌어지고 있는 권모술수의 추악함 등이 다양한 리듬과 톤으로 담겨 있어 영화에 대한 호평에는 음악의 역할도 비중 있게 다뤄지고 있다. 

‘올빼미’의 음악감독인 황상준은 90년대부터 영화계에 들어와 ‘해적: 바다로 간 산적’(2014), ‘히말라야’(2015) 등 블록버스터부터 ‘말임씨를 부탁해’(2022)와 같은 독립영화까지 많은 작품에 참여했지만 올해는 추석 시즌 흥행작이었던 ‘공조2: 인터내셔날’(2021)에 이어 또 한 편의 대표작을 갖게 되었다. 부디 12월에도 입소문이 이어져서 여전히 배고픈 극장가에 활력이 되기를 기대해본다. 


윤성은의 Pick 무비

이토록 끔찍하게 아름다운 사랑, ‘본즈 앤 올’ 



열여덟 살이 된 ‘매런’(테일러 러셀)은 자신에게 남다른, 그것도 아주 끔찍한 욕구가 있음을 알게 된다. 친구의 집에서 걷잡을 수 없는 본능 때문에 친구의 손가락을 물어뜯은 그녀는 아버지와 함께 야반도주해 다른 지역으로 간다. 그러나 아버지도 매런의 출생신고서와 그동안의 일을 육성으로 기록한 테이프 하나를 남기고 그녀를 떠나 버린다. 혼자 남겨진 매런은 자신에게 식인습성의 유전자를 물려준 어머니를 찾아 긴 여정을 시작한다. 여행을 떠난지 얼마 안 되어 매런은 자신과 같은 처지의 ‘이터’들을 만나게 되는데 ‘설리’(마크 라이런스)에게는 알 수 없는 경계심을, ‘리’(티모시 샬라메)에게는 강렬한 끌림을 느낀다. 

식인이라는 자극적 소재로 인해 영화는 종종 잔혹한 살육 장면들을 전시한다. 순수하고 착한 10대 소녀가 허겁지겁 입가를 핏빛으로 물들이는 모습은 충격적일 수밖에 없다. 그러나 이터들의 잔인함 자체가 아닌, 남들과 다르게 태어났기에 평범하게 살아갈 수 없는 그들이 정체성과 삶의 방향성에 대해 고민하는 과정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는 점이 특별하다. 

매런은 리와 사랑에 빠지지만 정신병원에 처참한 몰골로 감금 되어 있는 엄마를 보고 자신의 처지를 한탄한다. 리 또한 가정폭력 때문에 가족에게까지 이터의 본색을 드러냈던 경험을 털어놓으며 괴로워한다. 좀비나 뱀파이어와 달리 지극히 정상적인 인간이기도 한 이터들은 사람을 해친다는 죄책감과 존재론적 무력감 속에서 이리저리 떠돌며 고독한 사냥을 계속해야 할 운명인 것이다. 그러나 서로에게 깊이 빠져든 매런과 리는 이터의 운명에 순응하지 않고 함께 정착하기로 결심한다. 그들은 잠시 평범하게 살아가는 행복을 누리지만 또 다른 위협이 그들을 따라다니고 있다.  

이터는 현실에서 성별, 인종, 장애 등 스스로 선택할 수 없었던 것들로 인해 차별 받고 소외 당하는 사람들에 대한 메타포르다. ‘아이 엠 러브’(2009), ‘콜 미 바이 유어 네임’(2017) 등 사회적으로 금기시된 로맨스를 다루어온 루카 구아다니노 감독은 이번 영화에서도 소수자들에 대한 이야기를 꺼내놓는다. 스릴러 장르가 주는 섬뜩함과 긴장감도 충분하지만 아름다운 풍경을 배경으로 한 테일러 러셀, 티모시 샬라메의 애절한 사랑 연기가 그들의 고통에 깊이 이입하게 만든다. 극도로 불안해하면서도 자신을 부정하는 순간 선택지는 자살밖에 없다는 것을 아는 두 사람의 생에 대한 몸부림과 서로에 대한 간절함이 공들이 영상에 잘 포착되어 있다. 슬픈 로맨스에 더 비중을 두면서 카니발리즘까지도 미학적으로 연출하는 거장의 솜씨에 다시 한 번 감탄할 수 밖에 없는 작품이다. 

<필자소개>
윤성은씨는 영화평론가이자 방송인으로 현재 다양한 매체에 영화음악 칼럼과 짧은 영화소개 글을 기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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