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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악 Prologue!
편집부
입력 2022-12-16 11:34 수정 최종수정 2022-12-16 1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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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제국 황실의 잔치

국립중앙박물관은 지난 9월부터 오는 12월 25일까지, 상설전시관 서화실에서 ‘신축진찬도辛丑進饌圖’를 선보인다. 테마전의 제목은 <대한제국 첫 궁중 연회>. ‘신축진찬도’는 신축년인 1901년에 펼쳐진 궁중 잔치(진찬進饌)의 모습을 그린 그림이다. 조선의 궁중 연회를 그림으로 그려 만든 병풍이 여러 점 전해지는데, 신축진찬도가 담긴 병풍은 고종이 1897년 대한제국을 선포한 이후 처음 열리는 연회의 장면을 담고 있다. 이로부터 십 년이 채 되지 않아 대한제국은 일제에 의해 강제 합병되며, 국권을 피탈하기에 이른다. 이미 나라의 운명이 바람 앞의 등불과 같던 그때, 대한제국 황실은 무슨 연유로 잔치를 열었을까?

대한제국 이전, 500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예악의 나라 조선은 왕권을 강화하고, 나라의 기강을 바로 세우는 도구로 궁중의 잔치를 활용했다. 궁중 잔치에서 왕세자와 문무백관은 왕을 칭송하고 충성을 맹세하였으며, 왕은 신하들의 노고를 치하하는 한편, 왕실 어른에게 효를 다하는 모습으로 만백성의 모범이 되고자 했다. 조선의 법통을 이어받은 대한제국 역시 크게 다르지 않았다. 

신축년 5월에 열린 대한제국 황실의 첫 번째 잔치는 그해 71세가 된 황실의 큰 어른, 효정왕후(명헌태후)를 축하하는 자리였다. 행사는 왕후를 위해 마련한 잔치 ‘내진찬’에 이어 밤에 열린 ‘야진찬’, 사흘 후 황제가 베푸는 ‘익일회작’, 황태자가 베푸는 ‘재익일회작’ 등의 순서로 엿새에 걸쳐 진행되었으며, 각각의 잔치는 신축진찬도 병풍의 3~9폭에 그림으로 기록되어 전한다. 그림 속에는 당시 경운궁이라 불린 덕수궁을 배경으로 펼쳐진 황실 잔치의 풍경이 놀라울 만큼 세밀하게 그려져 있다. 

같은 해 7월에는 고종황제의 오순五旬을 축하하는 잔치 ‘진연進宴’이 열린다. 기록을 살펴보면 조선의 궁중 연향宴享은 진풍정, 진연, 진찬, 진작, 진하, 회례연, 회작 등 잔치의 내용, 주최자 등에 따라 여러 이름으로 불렸음을 알 수 있다. 술잔을 올린다는 의미의 진작進爵, 음식을 올리는 절차인 진찬이 조선 후기에는 진연보다 규모가 작은 연향의 하나로 각각 자리매김하게 된다. 따라서 7월에 열린 ‘신축 진연’은 5월에 열린 ‘신축 진찬’에 비해 규모가 큰 잔치라 할 수 있다. 신축진연도가 그려진 병풍에는 ‘내진연’에 앞서 ‘외진연’이 그려져 있다. 외진연이 황제를 중심으로 황태자와 신료들이 참석하는 공식적인 행사라면, 내진연은 황실 가족을 제외한 대부분의 참석자가 여성인 잔치이다. 따라서 외진연 그림에는 남성 무용수인 ‘무동’이, 내진연 그림에서는 여성 무용수인 ‘여령’이 등장한다. 

임인년(2022년) 12월 16일부터 국립국악원에서 열리는 공연 <임인진연>은, 신축년의 이듬해인 임인년(1902년) 열린 진연 중 내진연을 재현하는 무대다. 임인년에도 4월과 11월, 두 차례에 걸쳐 진연이 거행되었는데 4월은 고종 황제가 51세가 되어 기로소耆老所에 들어간 것을 기념하였고, 11월에는 고종의 즉위 40년을 축하하기 위해 황태자가 올린 잔치였다. 4월의 잔치가 대부분 경운궁 함녕전에서 베풀어졌던 것과 달리 11월의 내진연은 새로 지은 관명전에서 펼쳐졌다. 공연은 120년 전의 관명전 앞뜰을 무대 위에 옮겨놓아 관객들이 황제의 시선에서 춤과 음악을 즐길 수 있도록 하였다. 왕이 황제에 오른 후 베풀어진 연향 그림에서는 황제를 상징하는 황색으로 바뀐 여러 의장을 볼 수 있는데, 이 역시 무대 위에 공들여 되살렸다.

국립중앙박물관 전시 <대한제국 첫 궁중 연회>

국립국악원 공연 <임인진연>

신축년 5월의 진찬이 대한제국의 첫 궁중 연회였다면, 임인년 11월의 진연은 대한제국의 마지막 잔치였다. 궁중의 춤과 음악은 아름다우나 마냥 흥겹지 않고, 고요한 가운데 장엄히 흘렀을 것이다. 다사다난했던 임인년의 끝자락에, 그 자리를 지키고 앉아 춤과 음악을 보고 들었을 이들의 마음을 생각해본다. 닥쳐올 시간 앞에 그들이 갖고자 한 것은 비장함이었을까, 아니면 평상심이었을까. 우리는 그들의 잔치에서 무엇을 얻어야 할까.

<필자소개>
김보람 씨는 동국대학교 문예창작학과와 영상대학원 문화콘텐츠학과를 졸업했으며, 국립국악원에서 소식지 국악누리 제작을 담당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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