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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드리엘 김의 모멘텀 클래식
편집부
입력 2022-11-25 13:44 수정 최종수정 2022-11-25 1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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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쏭달쏭한 수수께끼 속의 추모음악 '님로드'

영국을 대표하는 작곡가롤 손꼽으라면 단연 1순위는 에드워드 엘가(Edward Elgar)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잉글랜드 은행이 발행한 20파운드 지폐에 등장한 적이 있을정도로 그는 국민 작곡가로 추앙받고 있다. 대표적인 작품으로 영국 제2의 국가라고 불리우는 '위풍당당 행진곡'은 영국 뿐 아니라 미국에서도  대학 졸업식 개회식 및 퇴장음악으로 자리매김하며 전세계적으로 영국의 위상을 드높인 작품이다.

위풍당당 행진곡과 더불어 영국의 상징적인 음악이자 동시에 국가 행사에 가장 자주 등장하는 곡을 고르라면 엘가의  '님로드( Nimrod)'가 대표적이다. 행진곡과는 상반된 분위기의 느린 악장으로 음악이 자아내는 고결한 엄숙함이  좌중을 숙연하게 만든다. 엘리자베스 여왕 곁을 70여년간 지킨 필립공이 자신의 장례를 위해 지정한 곡일 정도로 영국 왕실의 신뢰를 받고 있는 곡이기도 하다.


     사진 제목:  엘가의 지휘로 '님로드(Nimrod)'가 연주되었던 타이타닉 희생자 추모 음악회 광경

영국의 왕 에드워드 7세의 대관식을 위해 작곡된 위풍당당 행진곡의 거국적인 배경과는 달리 '님로드'는  <수수께끼 변주곡>이라는 알쏭달쏭한 제목을 가진 작품속의 9번째 변주에 해당되는 곡이다. 흥미롭게도 <수수께끼 변주곡 op.36>은 엘가 주변 인물들을 묘사한 곡으로 1899년 완성되었으며 14개의 변주로 이루어진 대편성 관현악 곡이다.

어느 날, 바이올린 수업을 마치고 피곤한 몸을 이끌고 귀가한 엘가가 피아노 앞에 앉아 떠오르는 악상을 즉흥적으로 연주했는데 아내의 마음에 쏙 들었다고 한다. 아내의 권유에 탄력을 받아 악상을 변주하기 시작한 그는 결국 수수께끼 변주곡이라는 인생작을 완성시킨다. 이 작품은 거의 무명이었던 그를 스타덤에 올려놓은 곡이기도 하다. 

14개의 변주 중 상당수 도입부에 알파벳 이니셜이 적혀있는데 예를 들어 제1변주의 C.A.E는 엘가의 아내  '캐롤라인 엘리스 엘가', 제4변주의 W.M.B는 지인이였던 하스필드의 지주 '윌리엄 미스 베이커'...이런 식으로 지인들의 이름을 수수께끼 풀어내듯 암시해놓고 그들의 초상을 음악적으로 녹여내었다.

14개의 변주에는 인물의 특징 뿐만 아니라 일상 속의 소소한 에피소드도 담겨 있다. 예를 들어 제11변주는 엘가와 엘가의 지인이자 오르가니스트였던 조지 싱클레어가 강가를 걷던 도중 애완견 불독이 강물에 빠지고 말았는데 필사적으로 빠져나오기위해 헤엄치는 장면서부터 절박하게 짖는 모습을 위트있게 음악에 담아내었다.

1911년 엘가는 <수수께끼 변주곡>에대해 "유머의 정신에서 깊이있는 진지함으로 이어진다"라고 자평한 바 있다.  14개의 변주중에서 진지함의 정수가 담겨있는 변주는 단연 제9변주 '님로드'다. 님로드는 구약성경에 등장하는 인물로서 용맹한 '사냥꾼'이었으며 바벨탑 건축을 주도했던 인물로 알려져있다. 이 변주는 엘가의 음악인생에 있어 둘도 없는 조언자였던 아우구스트 예거(August Jäger)라는 사람을 주제삼았다. 그렇다면 예거가 아닌 님로드라는 제목을 붙여넣은 이유가 무엇일까. 이 또한 엘가라는 영국인의 위트이자 말장난으로 볼 수 있는데  사실 '예거'는 독일어로 사냥꾼이라는 뜻으로 님로드와 같은 의미다.

엘가는 제9변주에서 느린 템포속에 장중함을 담아 친구에대한 애정과 존경을 드러내었는데 작곡가 자신을 주제삼은 마지막 피날레 변주에 사랑하는 아내를 주제로 한 제1변주와 제9변주에 '님로드'를 인용한 것은 그의 인생에 예거라는 인물의 비중이 컸다는 방증이다.님로드는 예거와의 찐한 우졍의 징표였던 것이다. (예거는 심지어 엘가에게 마지막 변주곡을 확장할 것을 권유했는데 엘가는 그의 뜻을 받아들였다).덧붙여 엘가는 숨어있는 선율적 수수께끼도 제시했다고 했는데 정확히 어떤 선율인지 아직도 의견이 분분하다.

잘 알려졌다시피 현재 제9변주 '님로드'는 곡의 배경과 상관없이 현재 독립적인 추모곡으로 연주되는데  어떤 계기가 있었던 것일까? 역사적으로 볼때 타이타닉의 침몰과 연관이 있다. 영국에서 출발하여 미국 뉴욕을 향하던 타이타닉의 비극적인 침몰 소식을 듣고  473명의 오케스트라가 조직되었고 런던의 로얄 알버트 홀에서 추모공연이 열렸다. 특히 이 공연은 마지막 죽음 앞에서도 연주를 멈추지 않았던 8명의 연주가들을 기렸는데 엘가는 수수께끼 변주곡 중 '님로드'를 직접 선곡하여 자신의 지휘로 연주했다. 이때부터 영국을 대표하는 추모음악으로 널리 퍼졌단는 설이  유력하다.  단순히 절친한 친구에게 헌정한 곡을 추모음악으로 간주하는 것이 볼편하다는 견해도 있는데, 작곡가 자신이 애도의 음악으로 적절하다고 판단했으므로 무리가 없어보인다. 

최근 내한한 베트남 국립 오케스트라는 이태원 참사를 추모하며 첫곡으로 님로드를 연주했다.  소중한 생명에 대한 애달픔이 엘가의 음악을 통해 배가되는 경험을 잊을 수 없다. 

유튜브 링크: 지휘-콜린 데이비스 경  연주- 런던 심포니 오케스트라
https://www.youtube.com/watch?v=sNXmw27grOE


<필자소개>
아드리엘 김은 오스트리아 빈 국립음대에서 지휘와 바이올린을 전공, 졸업(석사)했으며 도이치 방송 교향악단 부지휘자와 디토 오케스트라 수석지휘자를 역임한바 있다, 현재는 지휘자, 작곡가, 문화칼럼니스트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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