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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성은의 뮤직 in CINEMA
편집부
입력 2022-10-14 10:32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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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사에 무게를 실은 주크박스 뮤지컬, ‘인생은 아름다워’



유독 관객들의 호불호가 갈리는 영화들이 있다. 전문가들의 비평을 논외로 한다면, 그것은 영화에 대한 관객들 각자의 기대가 달랐다는 말과도 상통한다. 배꼽 빠지는 코미디인 줄 알았는데 눈물 쏙 빼는 멜로드라마였다든가, 좋아하는 배우가 주연인 줄 알았더니 주연급 조연 정도였다든가 하면 영화에 대한 평가는 전체적인 완성도와 관계 없이 야박해지고 만다. 특히 영화관람료가 오르고, OTT가 인기를 끌면서 관객들이 더욱 까다롭게 영화를 선택하고 있는 요즘, 기대심리는 감상평과 직결된다. 때문에 만족스럽게 영화관을 나오려면 (스포일러가 되지 않는 선에서) 영화에 대한 정보를 많이 아는 것이 좋다. 여기서 영화에 대한 정보란 내용이나 장르, 감독이나 출연자처럼 기본적인 것들을 넘어선다. 가장 중요한 것은 그 영화의 핵심적인 견인 포인트가 무엇인가, 즉 어디에 방점을 두고 만들어졌는가를 아는 것이다. 물론 꼭 개봉일에 영화를 보고자 하는 사람들은 이런 정보의 수신자가 아니라 발신자가 되어야겠지만.

지난 달 말에 개봉한 ‘인생은 아름다워’(감독 최국희)에는 한국 상업영화로서는 최초로 시도된 뮤지컬 영화라는 수식어가 따라다닌다. 내용이 전혀 다르므로 한국판 ‘라라랜드’(감독 데미언 셔젤)라는 말은 장르의 유사성 하나만 따서 붙인 홍보성 문구인데, 그마저도 정확한 표현은 아니다. ‘라라랜드’의 삽입곡들은 영화를 위해 새로 작곡한 것이고, ‘인생은 아름다워’의 삽입곡들은 기존 대중음악에서 선곡한 것으로, 후자는 ‘주크박스 뮤지컬’로 불리기도 한다. 즉, 아바의 노래들로 만든 ‘맘마미아’(감독 필리다 로이드)가 성격상 ‘인생은 아름다워’와 훨씬 비슷하다고 볼 수 있다.

삽입곡의 태생이야 뭐가 됐든 ‘뮤지컬’이라는 장르에 대한 관객들의 인식은 대개 ‘음악’과 ‘춤’이 중요한 관전포인트라는 데 있을 것이다. 멋진 노래와 춤이야말로 뮤지컬 영화의 질을 격상시키고 관객들을 실망시키지 않을 요소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인생은 아름다워’의 초점은 다른 곳에 맞춰져 있다. 주연을 맡은 류승룡, 염정아의 노래와 춤 실력은 매우 평범한 수준이며, 그 수준에 맞추었기 때문인지 편곡이나 안무도 소박하기만 하다. 대신 ‘인생은 아름다워’의 강점은 웃기고 울리는 드라마에 있다. 노래와 춤에 일가견이 없음에도 류승룡, 염정아 배우를 캐스팅 한 것은 이들이 폭넓은 감정을 잘 소화해낼 수 있는 뛰어난 연기자들이기 때문이며, 실제로 이들의 20년차 부부 연기는 그리 흠잡을 데가 없다. 덕분에 시한부 인생 선고를 받은 아내와 무뚝뚝한 남편의 여행, 그리고 가족들이 이별을 준비하는 과정 등 서사에 몰입한 관객들에게 이 영화는 꽤 진한 감동을 남긴다.

그렇다면 왜 이 영화는 뮤지컬로 만들어져야 했을까? 여러 가지 의도를 찾을 수 있겠지만 여기서 주목해 보고 싶은 것은 삽입곡들의 가사다. ‘조조할인’, ‘알 수 없는 인생’, ‘잠도 오지 않는 밤에’, ‘아이스크림 사랑’ 등 4050 세대들에게 익숙한 가요들은 적재적소에 삽입되어 인물들의 감정을 뒷받침하는 내래이션 혹은 대사로 사용되고 있다. 특정 장면에 더할 나위 없이 잘 들어맞는 가사가 매칭되었을 때 느껴지는 신기함과 놀라움은 일부 영화에 대한 만족과 감동으로 전환되기도 한다. ‘가사에 무게를 실은 주크박스 뮤지컬’ 정도로 ‘인생은 아름다워’를 소개한다면 관객의 기대치와 감상평의 편차는 좁혀지지 않을까.
 
 
윤성은의 Pick 무비
 
상업영화와 독립영화의 접점, ‘선데이리그’
 


독립영화가 지루하고 어렵기만 했던 시대는 지났다. 독립영화라는 카테고리에 여전히 그런 작품들이 존재하기는 하지만 저예산 장르영화들이 점차 늘어나면서 독립영화를 일반화하는 것은 어려워졌다. 이성일 감독의 ‘선데이리그’는 대중들에게 익숙한 스포츠영화의 서사를 바탕으로 한 저예산 장르영화의 좋은 예다. 한 때는 유망주였으나 이제 퇴물이 된 스포츠 선수와 그가 운명적으로 맞닥뜨리게 되는 한 번의 기회 등 대중적인 코드들이 초반부 관객들의 흥미를 끈다.

해고와 이혼이라는 인생 최대의 위기에 처한 동네 축구교실 코치, ‘준일’(이성욱)은 아마추어 풋살팀을 본선에 진출시키면 정규직으로 승격시켜주겠다는 제안에 솔깃한다. 그러나 그가 이끌어야 하는 ‘철수축구단’의 멤버들은 말 그대로 오합지졸이다. 절망감에 빠져 있던 준일은 멤버들의 순수한 열정을 보게 되고, 인간적으로 가까워지면서 승리를 향한 각오를 다진다. 철수축구단이 맹훈련에 돌입하면서 실력이 늘어가고 경기를 치러내는 장면들은 이 스포츠 영화에서 가장 심혈을 기울인 부분들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그저 축소된 상업영화로 분류하기에 ‘선데이리그’는 다소 의외의 결말을 선택한다. 판타지를 제거한 현실의 무게감은 과거 대다수 독립영화들의 특성과 연결되는 지점이다. 그래도 비관적이거나 냉소적이지는 않다. 대회를 거치며 준일을 비롯한 등장인물들에게 중요해진 것은 현실이 아니라 현실을 어떻게 받아들이느냐이기 때문이다. ‘선데이리그’는 프로 리그와 아마추어 리그의 유사성에 대한 레포트이면서 상업영화와 독립영화 사이의 어느 접점을 보게 하는 영화다.
 
<필자소개>
윤성은씨는 영화평론가이자 방송인으로 현재 다양한 매체에 영화음악 칼럼과 짧은 영화소개 글을 기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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