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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악 Prologue!
편집부
입력 2022-09-16 10:14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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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악과 지휘자

국악의 여러 갈래 중에서도 국악 관현악이 등장한 것은 비교적 최근의 일이다. 서양 음악이 거침없이 밀려들고 전통 음악인들이 치열하게 레퍼토리 확장을 강구했던 5~60년대, 새로운 국악 창작에 대한 시도가 다방면으로 일어나며 국악 관현악 역시 그 세를 넓혀 갔다. 1965년 창단한 서울시국악관현악단을 시작으로 50년 남짓한 세월 동안 전국에 수십 개의 국악 관현악단이 생겼다. 서양 오케스트라의 형태를 빌려온 국악 관현악에는 필연적으로 지휘자가 필요했다. 

KBS국악관현악단의 상임지휘자 원영석은 월간객석이 주최한 대담에서 ‘서양 악기로 연주하는 민요에서 한국적 스타일을 만들 수 있는 것은 지휘’라고 단언한 바 있다. 국악 관현악단을 이끄는 지휘자가 갖추어야 할 덕목에는 지휘자의 기본적인 자질 외에도 국악에 대한 이해가 얹어진다. 서양 음악과 판이한 국악곡과 악기, 연주자들의 특성을 두루 이해하고 섭렵하는 일에는 만만찮은 시간과 공력이 든다. 때로는 서양 음악의 지휘자에게 지휘봉을 내주기도 하며 교류하고, 여러 분야에 통달한 국악인들이 독학하거나 유학하며 일구어낸 국악 관현악 지휘의 영역에는 학교 등 관련 기관의 인재 양성 과정이 더해지며 점차 전문 지휘자들이 늘어가고 있는 단계이다. 

국립극장의 국립국악관현악단 지휘자 프로젝트와 국립국악원의 신진 지휘자 공모 사업인 2022 청춘, 청어람

올해 하반기에는 거장을 꿈꾸는 신진 국악 지휘자들의 기량을 엿볼 수 있는 공연들이 이어진다. 국립극장이 지난해 말부터 진행한 ‘가치 만드는 국립극장’은 전통에 기반을 둔 공연 예술의 차세대 창작자 발굴․양성 사업으로, 전속단체인 국립국악관현악단과 함께 지휘자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심사를 통해 선정된 정예지, 유숭산, 이재훈 등 세 명의 지휘자가 국악 전문 지휘자들과 함께 멘토링과 워크숍 등을 거쳐 지난 8월 시연회를 마쳤다. 이들은 10월부터 차례로 <정오의 음악회> 공연에 지휘자로 나설 예정이다. 정오의 음악회는 국립국악관현악단이 매달 꾸준히 선보이는 상설 공연이다. 

이에 앞서 국립국악원은 2019년부터 공개 모집을 통해 선정한 지휘자들과 함께하는 <청춘, 청어람> 공연을 무대에 올린 바 있다. 이 프로젝트 역시 신진 지휘자들이 국립국악원의 관현악 공연을 책임지는 창작악단과 호흡을 맞춰보고, 실제 공연 무대에 설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마련되었다. 

1차 동영상 심사를 통과한 십여 명의 참가자에게는 미리 주어진 초연 곡의 스코어로 창작악단과 리허설을 진행하는 2차 심사 참가의 기회가 제공됐다. 지휘자의 스코어와 연주단에 제공한 파트보를 달리해 청음 테스트를 겸하였으며, 전문 지휘자 심사 위원뿐 아니라 실제 리허설에 함께한 연주자들도 평가에 참여해 박도현, 백승진, 이규서, 장태평 등 네 명을 최종 선정했다. <청춘, 청어람> 공연에서는 총 여섯 곡이 연주되었다. 이틀간 열린 두 번의 공연에서 네 명의 지휘자가 각각 3곡씩 맡아 무대에 올랐다. 지휘자에 따라 국악 관현악 연주가 어떻게 달라지는지 비교해 들어볼 수 있는 이 흔치 않은 공연은, 공연장 밖에서도 누구나 접할 수 있도록 국악방송 유튜브를 통해 생중계되기도 했다. 

2020년에 이어진 공모에서는 두 명의 지휘자와 네 명의 협연자를 함께 선정했다. 서양 음악을 전공한 윤현진과 국악 지휘 전공인 박상후가 국악 관현악곡 세 곡과 각기 다른 협연곡 두 곡씩을 공연했다. 코로나로 인해 온라인 생중계로 진행한 공연의 영상을 국립국악원 유튜브에서 볼 수 있다. 지휘자 박상후는 창작악단 부지휘자로 발탁되기도 했다.
한 해 쉬고 올해 재개한 청춘, 청어람 사업은 8월말 두 명의 지휘자를 최종 선정하고 공연 준비에 돌입했다. <2022 청춘, 청어람> 공연은 오는 11월 열릴 예정이다.

국악 관현악 연주는 창극이나 무용 공연에서도, 드라마나 영화 음악으로도 만날 기회가 많아졌지만, 국악 관현악 공연은 여전히 진입 장벽이 높다. 그러나 전통 국악이 어렵기만 한 초심자라면 오히려 좋다. 기백 년 연주되며 레퍼토리가 무궁무진한 서양의 관현악곡들에 비하면 따끈따끈한 신곡(?)인데다 지속적으로 공연되는 레퍼토리도 한정적이라 더욱 좋다. 패기만만한 미래의 마에스트로들이 지휘하는 대로 가을만큼 풍요로운 국악 관현악의 세계에 한 발 성큼 내디뎌볼 일이다.

<필자소개>
김보람 씨는 동국대학교 문예창작학과와 영상대학원 문화콘텐츠학과를 졸업했으며, 국립국악원에서 소식지 국악누리 제작을 담당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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