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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드리엘 김의 모멘텀 클래식
편집부
입력 2022-08-24 14:50 수정 최종수정 2022-09-02 1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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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담한 표절러, 헨델

클래식이 표절을 대하는 자세

표절의혹에 휩싸인 가수 유희열이 결국  인기 장수 프로그램 '유희열의 스케치북'에서 하차했다. 이전에도 표절 시비에 휘말린 적이 있지만 과거에는 요즘같이 소셜 미디어를 통한 전파력이 크지 않았고 저작권에 대한 인식도 안일했다. 유희열 표절의혹 논란은 시대가 변했다는 방증이다. 특히 젊은 MZ세대는 권리에 대한 인식이 강하고 기성세대의 불공정을 가벼이 넘기지 않는다.

음표 하나하나 엄격하기 이를 데 없어보이는 고금의 클래식에서 표절에 대한 인식은 어땠을까?

놀랍게도 19세기 낭만시대를 거치며 클래식에도 저작권이라는 개념이 점차 확립되어갔지만, 그 이전에는 표절이 흔한 일이었다. 요즈음 표절이라고하면 남의 것을 훔친다는 인식의 반감이 강하지만 그 옛날에는 암묵적으로 혹은 대놓고 남의 작품을 베끼고 차용하는 일에 관대한 편이었다. 표절의 대가?로 알려진 헨델은 공연수요에 발맞추어 방대한 양의 창작곡을 내놓기에 시간이 부족한 탓에 남의 작품을 수시로 베끼는데 거리낌이 없었다. 헨델의 잘 알려진 오라토리오 <이집트의 이스라엘인>은 헨델이 분량의 반 이상을 다른 작곡가들의 작품에서 차용한 표절의 끝판왕을 보여준다. 이러한 사례들이 많다보니 피해자중 한 명이었던 작곡가 요한 마테존은 '표절'이라는 단어를 거침없이 입에 올리며 헨델의 행태를 비난했는데 헨델 본인은 주위의 비난에  별로 개의치 않고 이렇게 말하곤 했다고 한다. " 그 멍청이들은 좋은 멜로디를 가지고 무엇을 해야할지 모른다". 

바흐와 함께 바로크 시대를 대표했던 작곡가 헨델

신앙심이 깊고 성실했던 바흐도 그의 칸타타 130번에 루이 부르주아의 코랄 선율을 사용한 것으로 미루어보아 거의 매일 교회를 위해 새로운 곡을 써내려갔던 그에게 부담감을 덜어주었을 것이고 누구도 문제삼지 않았을 것이다.

무궁무진한 영감으로 거의 고친 흔적없이 완벽하게 곡을 써내려간 천재 모차르트조차 하이든을 표절한 바 있다. 교향곡 37번은 오랫동안 모차르트의 작품으로 알려져있었으나 하이든 음악에 느린 도입부를 추가하고 목관악기군들을 약간 손봤을 뿐 20세기 초 연구가들에 의해  결국 하이든의 작품으로 밝혀졌다.(모차르트가 평소에 존경했던 하이든을 학습하기위한 용도의 작품이라는 설도 있다)  모차르트는 바로크 시대 작곡가들처럼 매일 교회나 궁정을 위한 행사용으로 음악을 대량으로 신속하게 제공해야했던 것도 아니었는데 그의 표절은 당시의 안일했던 표절개념을 말해준다.

사실 그 이후에도 여러 기록들을 살펴보면 바그너,스트라빈스키등 내놓라하는 작곡가들 또한 표절의혹에서 완전히 자유롭지 못했으며 클래식의 역사속에 작곡가들이 기존의 작품들을 차용하거나 약간 수정을 가해서 자신의 이름으로 재탕한 사례는 늘 존재했다. 리스트의 사위 리하르트 바그너 앞에서 리스트가 바그너가 베낀 리스트 자신의 작품을 연주하자 그제서야 바그너는 자신이 표절했음을 인정했는데, 리스트가 " 그러니까 남들이 듣지"라고 응수했다는 일화가 있다. 18세기 후반부터 작곡가들이 프리랜서 작곡가로서의 역량을 강화하며 지적재산권에 민감해지기 전까지는  표절시비에 있어서 작곡가들끼리 서로 큰 이해심을 발휘했다고 볼 수 있다.

물론 이와 다르게 작곡가가 원작을 자신만의 역량으로 재구성, 재해석한 작품들도 많다. 일종의 '개작'인 것이다. 이것은 표절과는 다른 차원의 고유의 독창성이 부여되는 재탄생된 창작물이다 .그리고 대부분 음악의 출처를 밝히는 경우가 많다. 브람스의 출세작 '하이든 주제에의한 변주곡'은 하이든의 것으로 추정되는 테마를 가져다가 기능적으로 변주한 낭만 스타일의 관현악곡인데 당시 대성공을 거두었을 뿐더러 요즘에도 인기가 높다.

잘 알려진 구노의 아베마리아는 바흐의 평균율 클라비어곡집 1권 제1번을 차용하여 멜로디를 얹은 것으로 바로크적인 하모니에 낭만적인 선율이 어우러진 구노의 명작이다. 20세기 폴리스타일리즘의 대가 알프레드 슈니트케는 모차르트의 작품들과 하이든 식의 감성을 현대적인 감각으로 버무린 고전의 패러디를 <하이든식의 모츠-아트>라는 작품에 선보였고 작곡가 막스 리히터는 <비발디 사계 리콤포즈드>라는 작품을 내놓으며 비발디 사계를 분석하고 현대적인 감성으로 '재작곡'하며 과거와 현대를 아우른 시대적인 하이브리드를 창조해내며 전세계적인 찬사를 받았다.

표절과 비교했을때 남의 것을 무단이 아닌 공공연히 갖다썼다는 본질적 차이가 있다고 할 수 있다.  결국 문제는 편곡, 재구성, 샘플링등 곡을 갖다 쓰는 방식보다는 '내 것인양' 주장하는 행위일 것이다.
역사적으로 헨델을 비롯한 수많은 클래식의 걸출한 작곡가들이 음악 표절에 있어서 자유로울 수 없고 클래식이 이에 꽤 관대했다는 사실은 부인하기 어렵다. 

과거의 클래식과 다르게 이제 다른 창작자들의 작품들을 유튜브를 비롯한 음악 플랫폼에서 손쉽게 접할 수 있고, 컴퓨터를 활용한 작곡 시퀀스 프로그램을 통해 비전공자들도 쉽게 멜로디나 리듬을 여기저기서 따올 수 있으니 작곡에 대한 진입장벽이 더욱더 낮아졌다. 그 만큼 더욱 표절 이슈에 민감해질 필요가 있고 창작자의 권리보호에 앞장서야 할것이다. 물론 경계가 모호한 '영감이냐 표절이냐'의 담론은 앞으로도 계속 이어질 전망이다.

<필자소개> 
아드리엘 김은 오스트리아 빈 국립음대에서 지휘와 바이올린을 전공, 졸업(석사)했으며 도이치 방송 교향악단 부지휘자와 디토 오케스트라 수석지휘자를 역임한바 있다, 현재는 지휘자, 작곡가, 문화칼럼니스트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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