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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성은의 뮤직 in CINEMA  
편집부
입력 2022-08-19 09:23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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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름끼치도록 아름다운 공포의 하모니, ‘멘’
 



관객들을 화끈하게 놀래는 공포영화가 있는가 하면 집요하게 인간의 심리를 자극하는 공포영화가 있다. 대개 전자는 보다 상업적이고 후자는 마니악하다. 할리우드가 주목하는 각본가이자 감독, 알렉스 가란드는 상업적인 작품에도 분명 소질이 있는 사람이지만 이번에는 후자를 택했다. 그의 신작, ‘멘’은 기괴한 비주얼과 영화적 체험으로 가득차 있다.

남편의 죽음을 목도한 ‘하퍼’는 도시 근교 작은 시골 마을의 별장을 빌린다. 시골의 목가적인 풍경과 고풍스런 저택은 곧 그녀의 마음을 치유해줄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그녀가 하나, 둘 마주하는 마을 사람들은 모두 그녀를 위협하거나 해치려 들고, 하퍼는 사투 끝에 눈 앞에서 변태해 가는 역겨운 존재와 대면한다. 여성에 대한 폭력적 시선의 역사를 보여주는 마지막 신은 충격적이고도 난해하다. 동시대에 사라져버린 비평을 소환한다는 점은 미학적 이미지로 가득찬 이 공포물의 또 하나의 미덕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이미지 뿐 아니라 음악과 사운드도 ‘멘’에서 두드러지는 요소다. 영화 초반부, 하퍼는 별장 근처를 산책하다가 동굴에서 자기 이름으로 하울링을 만들어낸다. “하퍼”, “하퍼”. 처음에는 하퍼의 목소리가 연속해서 되돌아오며 아름다운 화음을 이루는 것 같더니 또 다른 목소리가 겹쳐지며 분위기는 순간적으로 음산하게 변한다. 단 두 개의 음으로 만들어내는 긴장감은 ‘죠스’(스티븐 스필버그, 1975)의 스코어를 떠올리게 할 만큼 강렬하다. 장면전환에서 사용되는 불협화음과 스크래치 사운드도 스릴러적 요소로 점철된 이 영화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

‘멘’의 음악은 포티쉐드 밴드의 제프 배로우와 영화음악 작곡가 벤 살리스베리가 맡았다. 알렉스 가렌드 감독 작품으로 두 뮤지션까지 협업한 또 한 편의 영화, ‘서던 리치 : 소멸의 땅’(2018)은 영화사에 있어 손꼽힐 정도의 사운드트랙으로 유명하다. ‘서던 리치: 소멸의 땅’의 음악에 매료된 사람이라면 ‘멘’도 감상해보길 권한다.
 
◆ 윤성은의 Pick 무비
 

예술의 탄생 과정을 담은 영상에세이, ‘베르히만 아일랜드’



영화감독 커플인 ‘크리스’(빅키 크리엡스)와 ‘토니’(팀 로스)는 시나리오 집필을 위해 포뢰섬을 찾는다. 포뢰섬은 스웨덴의 거장 감독, 잉마르 베르히만이 대표작인 ‘페르소나’(1966)를 비롯해 다섯 편의 영화를 작업했던 곳으로, 오늘날까지 그를 추앙하는 많은 창작가들이 영감을 얻기 위해 찾는 명소다. 낯선 곳에서도 의연해 보이는 토니와 달리 크리스는 모든 것이 완벽한 작업실에서 숨이 막힐 듯한 부담감을 느낀다. 오래된 연인의 이야기를 쓰고 있던 크리스는 ‘실패와 배신, 흥분의 연속이면서 가끔 찬란히 행복했던 이야기의 마지막장’이 떠오르지 않아 고전한다. 토니에게 고민을 말해 보지만 그는 아무런 도움이 되지 못한다. 토니가 딸을 데리러 간 사이, 크리스는 마침내 결말을 떠올린다.

‘베르히만 아일랜드’(2021)는 미아 한센-러브 감독의 자전적 이야기를 담은 작품으로 창작가의 고뇌, 연인의 사랑, 여성의 인생 등 다양한 주제들이 섬세하게 다루어져 있다. 감독으로서 크리스는 베르히만을 존경하는 만큼 포뢰섬에서 그가 가정에 충실하지 못했다는 이야기를 듣고 실망한다. 베르히만은 6명의 아내에게서 9명의 자녀를 두었음에도 창작활동에 열중했을 뿐 좋은 남편이나 아버지였던 적은 없었다. 크리스는 삶과 예술이 양립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인정하기 싫지만 그녀 역시 아이를 친정엄마에게 맡기고 각본에 집중하러 왔다는 것을 부인할 수는 없다.

크리스가 미아 한센-러브 감독의 페르소나이듯 그녀가 쓰고 있는 각본 속 주인공 ‘에이미’는 크리스가 투영된 인물이다. 에이미는 친구의 결혼식에 초대받아 포뢰섬으로 오는데, 오는 길에 옛 연인 ‘조세프’와 조우하게 된다. 지금은 각자 다른 연인이 있음에도 서로에 대한 이끌림을 숨길 수 없는 두 사람은 며칠 동안 밀고 당기기를 계속한다. 그러나 점점 더 조세프를 갈구하며 그를 쫓게 되는 에이미에 반해 조세프는 현재 여자친구와 에이미 사이에서 갈등하는 듯 하다가 먼저 섬을 떠나 버린다. 그렇게 크리스와 에이미는 공히 연인이 없는 섬에서 정서적으로 홀로 서야 하는 상황에 놓이게 된다. 현실과 비현실, 공적 영역과 사적 영역 경계에 있는 이 영화처럼 두 사람도 조금은 위태해 보이지만 섬의 평화롭고 정적인 분위기가 무게중심을 잡으면서 이야기는 낙관적인 결말로 나아간다.

베르히만의 작업실에서 잠든 크리스가 깨어날 때, 각본이 완성되어 영화화 되었음을 알게 해주는 후반부는 영화의 백미라 할 수 있다. 이 시퀀스에서는 크리스와 에이미가 가장 확실하게 겹쳐지고 또 분리되기도 하며, 베르히만의 ‘페르소나’에 대한 오마주도 명징하게 드러난다. 인간의 관념과 경험, 그리고 욕망이 어떻게 이야기가 되고 예술이 되는지에 관한 지적 영상에세이 같은 작품이다.
 
<필자소개>
윤성은씨는 영화평론가이자 방송인으로 현재 다양한 매체에 영화음악 칼럼과 짧은 영화소개 글을 기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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