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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선민의 공연예술 글로벌 Now!
편집부
입력 2022-07-29 09:33 수정 최종수정 2022-07-29 09: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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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체른 페스트벌을 지속 시키는 힘과 비결 – 오케스트라, 현대음악, 그리고 젊은이들
  
1900년대에 건조된 오래된 증기선을 타고 호수를 가로지르면 병풍처럼 펼쳐진 산등성이와 호수가 만들어내는 절경을 만날 수 있는 곳. 루체른, 바그너가 사랑했던 도시이자 ‘진정한 꿈 속의 도시’라고 표현하기도 했던 이곳에는 <지크프리트 목가>가 작곡된 그의 별장이 고즈넉이 자리 잡고 있다. 1930년대 나치의 핍박을 피해 유대인과 지식인들이 둥지를 틀기도 해 역사적으로도 의미가 깊은 이 도시에는 봄, 여름 그리고 가을까지 클래식을 찾는 관광객들이 인산인해를 이룬다. 



루체른 페스티벌 중에서도 가장 큰 규모인 여름 페스티벌은 올해 8월 8일부터 9월 11일까지 약 5주간 열리며 100여 회의 공연이 시내 곳곳에서 펼쳐질 예정이다. 연간 대략 12만 명의 관객이 찾는 음악 축제의 백미는 단연 세계적인 건축가 장 누벨과 음향학자 러셀 존슨의 합작 KKL(Kultur-und Kongresszsentrum Luzern)공연장이다. 호수에 떠있는 듯 몽환적이면서 도시에서 가장 모던한 분위기의 이 공연장은 잔향시간을 조절해주는 반향실과 의자 밑의 공기조절 시스템 등을 통해 모든 객석에 완벽한 음향을 구사하기로도 정평이 나 있다. 
 
루체른 페스티벌의 시작은 1938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8월 25일 바그너의 트립센 별장 정원에서 토스카니니가 지휘를 맡아 열린 갈라 콘서트를 시작으로 라흐마니노프, 푸르트뱅글러, 호로비츠, 카라얀 등 수많은 거장이 축제를 거쳐 갔다.
 
해마다 100여 개의 콘서트와 새로운 공연을 선보이는 것은 물론, 세계 일류 오케스트라의 수석급이 총집합한 ‘루체른 페스티벌 오케스트라’가 자아내는 화음은 클래식 애호가들의 마음을 사로잡기에 이미 충분하다. 수많은 이유들이 클래식 애호가들을 루체른으로 끌어당기고 있지만, 페스티벌이 지금까지 이어질 수 있었던 이유는 따로 있다. 바로 ‘지속가능성’이다. 
 


루체른 페스티벌 대표 마이클 헤플리거(Michael Haefliger)는 “페스티벌의 존속에 가장 중요한 것은 정체성과 명확한 주제”라는 것을 강조하며 축제 전체를 구성함에 있어 무엇보다 축제의 지속가능성을 염두에 둔다고 인터뷰를 통해 언급한 바 있다. 심포니(Symphony), 컨템포러리(Contemporary), 미래를 위한 음악(Music for Future)이 페스티벌을 단단히 떠받치는 3개의 기둥이 되고 이를 3개의 페스티벌 오케스트라가 각각 전두지휘하는 형식이다.
 
클라우디아 아바도와 루체른 페스티벌 대표 마이클 헤플리거의 고심 끝에 2003년 창단된 루체른 페스티벌 오케스트라를 시작으로, 현대음악 작곡의 거장 볼프강 림이 음악감독으로 재직 중인 학생 오케스트라 루체른 페스티벌 아카데미, 아카데미 수강생들이 커리어를 이어나갈 보금자리이기도 한 루체른 컨템포러리 오케스트라가 각 테마의 대표주자가 된다. 
 
먼저 프로그램의 가장 핵심이 되는 심포니(Symphony)에서는 루체른 페스티벌 오케스트라 뿐만 아니라 베를린, 비엔나, 런던, 클리브랜드 등 세계적인 오케스트라가 대거 참여해 축제에 풍미를 더한다. 반면, 컨템포러리(Contemporary)와 미래를 위한 음악(Music For Future)에서는 젊은 연주자들과 작곡가들의 활발한 작업을 적극 지원해 고전과 현대의 클래식이 자연스러운 물결을 이루도록 구성한다. 올해의 경우 상주 작곡가 토마스 아데스(Thomas Ades)와 재즈 드러머 타이산 소레이(Tyshawn Sorey)의 곡을 포함, 19곡의 세계 초연곡과 11곡의 스위스 초연곡을 선보일 예정이다. 
 


루체른 페스티벌의 구성 외 부분에서 ‘지속가능성’을 엿볼 수 있는 지점은 페스티벌의 주제 선정이다. 그들은 매년 사회, 정치적 이슈를 반영한 주제를 선정해 사회에 경종을 울린다. 정체성(Identity), 유년 시절(Childhood), 힘(Power), 열광(Crazy) 그리고 올해의 주제 다양성(Diversity)에 이르기까지 인종, 성별, 종교, 사회적 배경을 아우르는 주제를 음악으로 아우른다. 고전과 현대음악, 재즈, 종족음악 등 다양한 장르는 물론, 다양한 사회경제적 배경을 가진 예술가들을 초청하는데, 올해는 상주 예술가로 남아프리카 공화국 출신 소프라노 골다 슐츠(Golda Schultz)와 재즈 드러머 타이샨 소레이(Tyshawn Sorey)를 선정해 장르와 아티스트의 다양성을 전면에 내세웠다.

뿐만 아니라 ‘흑인 작곡가’, ‘걸 파워’, ‘국경 없는 클래식’ 등으로 세부 주제를 나눠 프로그램을 구성했다. 그 밖에 다양한 인종으로 구성된 주니어 오케스트라 ‘Chineke! Junior Orchestra’, 현재 전쟁으로 고통 받는 우크라이나의 청소년 교향악단을 초청하는 등 사회 전반의 이슈를 고려해 치밀하게 프로그램을 구성한 것을 엿볼 수 있다. 
 
이처럼 사회와 음악이 함께 걸어가는 페스티벌을 기획함으로써 국내는 물론 국제사회의 관심을 다시 한번 불러일으키는 것이 페스티벌의 ‘지속가능성’을 확보하는 가장 현명한 방식이다. 이러한 페스티벌의 구성은 음악의 전통성과 현대성을 동시에 고려할 수 있다는 점에서 관객 선택의 폭을 한층 넓힐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덕분에 관객들은 양질의 공연을 관람할 수 있고,이는 다음해 페스티벌 관람으로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낸다. 이는 클래식 음악계가 추구해야 할 근원적 방향성과 일맥상통한다. 루체른 페스티벌을 ‘진화하는 페스티벌’이라 칭할 수 있는 것도 이런 연유에서다. 올여름, 그들의 새로운 행보가 몹시 기대되는 바이며 페스티벌의 한 가운데서 마음껏 즐길 수 있는 날을 꿈꿔본다. 

 <필자소개>
 박선민씨는 한국예술종합학교(예술경영)와 홍콩과학기술대학(MBA)을 졸업한 후 미국 뉴욕필하모닉 기획팀 및 싱가포르 IMG Artists에서 근무한 바 있다. 현재는 선아트 매니지먼트 대표를 맡고 있으며 한양대학교에서 예술경영을 강의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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