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래시그널
클래시그널[CLASSI그널]
윤성은의 뮤직 in CINEMA  
편집부
입력 2022-07-15 09:57 수정 최종수정 2022-07-15 09:58
인쇄하기 메일로 보내기 스크랩하기
작게보기 크게보기
늙지 않는 영화음악 ‘Top Gun Anthem’ / 탑건: 매버릭
 



‘범죄도시2’(감독 이상용)에 이어 극장가의 열기를 지속시켜주고 있는 고마운 작품은 ‘탑건: 매버릭’(감독 조셉 코신스키, 2021)이다. 1986년작 ‘탑건’의 후속편이기는 하지만 36년이라는 시간차가 있어 시리즈물로서의 홍보효과는 약한 편이었다. 그보다는 가능한 한 CG를 배제한 항공 촬영의 몰입감, 주연 배우 탐 크루즈의 실제 전투기 조종 등이 화제가 되었고 반드시 극장에서 봐야만 하는 작품으로 알려지면서 꾸준히 관객들을 모으고 있다.

토니 스콧 감독과 톰 크루즈의 실질적 출세작인 ‘탑건’은 영화를 보지 못한 이들이라도 귀에 익숙할 만큼 좋은 영화음악을 많이 남긴 작품으로도 유명하다. 한스 짐머가 새로 음악감독으로 참여한 ‘탑건: 매버릭’에서도 전작에 사용되었던 스코어와 삽입곡들을 다수 들을 수 있다. 무엇보다 영화 초반부터 엔딩 크레딧까지 반복적으로 흘러나오는 ‘Top Gun Anthem’은 현대적으로 편곡되어 더 입체적인 사운드로 감동을 증폭시킨다. 과연 명곡은 늙지 않음을 스스로 입증하는 스코어다.

아쉽게도 1편에서 ‘매버릭’(톰 크루즈)과 ‘찰리’(켈리 맥길리스)가 사랑을 나눌 때 흘러나왔던 ‘베를린’의 설렘 가득한 노래, ‘Take My Breath Away’는 빠져 있다. 아카데미와 골든 글로브에서 주제가상을 수상하고 빌보드 차트 1위에 오르기도 한 이 곡을 뺀 것은 하나의 시그널로 읽히는데 1편의 오프닝을 역동적으로 장식했던 케니 로긴스의 ‘Danger Zone’ 같은 곡을 다시 사용한 것을 보면 액션신과 스펙터클에 무게감을 주고자 했던 연출 의도와 상통하는 선곡으로 볼 수 있다.

각인되는 선율보다는 영화음악도 사운드의 일부처럼 디자인해왔던 한스 짐머가 ‘탑건’의 음악들을 해석하고 편곡한 방식들을 감상하는 것만으로도 ‘탑건: 매버릭’은 영화음악 팬들에게 즐거운 영화가 아닐 수 없다.
 
윤성은의 Pick 무비
 
복합적 장르에 담긴 사랑의 단순한 본질, ‘헤어질 결심’
 



최연소로 경감에 진급한 ‘해준’(박해일)은 산 정상에서 떨어져 죽은 남자의 아내 ‘서래’(탕웨이)에게 매력을 느낀다. 서래도 피의자인 자신에게까지 친절하게 대해주고 일도 잘 하는 해준이 멋있어 보인다. 두 사람은 묘한 긴장감 속에서 점점 더 가까워지다가 서래가 용의선상에서 벗어나고 유부남도 개의치 않는다는 사실이 드러나자 ‘마침내’ 그 긴장의 끈도 놓고 만다.

그러나 결국 해준은 서래가 그녀의 남편을 죽였다는 사실을 알게 되고 마음이 붕괴되는 슬픔 속에서 그녀를 떠난다. 13개월 후, 그들은 각자의 배우자와 함께 안개로 유명한 이포의 한 시장에서 조우한다. 서래는 헤어질 결심으로 다른 남자와 결혼까지 했지만 해준을 다시 만나고 싶다는 생각도 버릴 수 없었기 때문이다.

올해 칸영화제 감독상에 빛나는 ‘헤어질 결심’(감독 박찬욱)은 범죄 수사물의 외피를 쓴 멜로드라마로 보이나 근본적으로 두 장르를 결합시켜 새로운 장르를 모색했다고 말하는 편이 정확할 것이다. 범죄 수사 과정에 긴장감이 거의 느껴지지 않고 서래가 범인인가 아닌가에만 모든 단서가 집중되어 있다는 점에서 영화의 궁극적 장르는 멜로드라마가 분명하다. 그러나 영화 곳곳에 범죄 수사와 사랑의 공통점들이 씨실과 날실처럼 교차되어 있어서 장르를 단정짓기는 쉽지 않다.

‘헤어질 결심’에서 보여주는 수사와 사랑은 공히 집요한 관찰을 낳고 불면증이나 극단적 선택을 유발하기도 한다. 중심 서사와 상관 없이 끼워넣은 것 같은 ‘홍산오’(박정민)의 치정 사건은 이 영화가 말하고자 하는 사랑의 본질이기도 하다. 홍산오는 사랑하는 여자가 결혼까지 했어도 말 그대로 모든 것을 걸고 그녀를 지켜준 수배자로 해준에게 검거되기 직전 자살한다. 서래 또한 죽음을 택함으로써 해준의 ‘미결사건’으로 남아 둘의 사랑을 지속시키고 싶어한다. 이처럼 수사와 사랑이라는 두 개의 소재를 끝까지 치밀하게 직조시킨다는 점은 이 영화의 미덕 중 하나다.

그러나 두 개의 장르가 합쳐지면서 새로운 맛을 낸다고는 해도 어렵거나 모호하지는 않다. 안개가 많은 이포를 배경으로 정훈희와 송창식의 노래 ‘안개’가 삽입되고 서래가 초록색인지 파란색인지 애매한 색깔의 원피스를 입기는 하지만 비평적으로 의미가 있을 뿐 영화의 주제만큼은 명확하다. 이포라는 공간의 주제곡이자 이 영화의 주제곡이기도 한 ‘안개’는 이명세 감독의 ‘M’(2007)에서도 사용된 바 있다.

첫사랑이었던 ‘민우’(강동원)와 ‘미미’(이연희)가 기타를 치며 함께 불렀던 ‘안개’는 미미가 교통사고로 죽고 난 후 민우의 기억 저편에서 계속 아련하게 들려온다. “내가 떠난 뒤에 당신이 아주 괴롭고 아팠으면 좋겠어. 우리가 흥얼거렸던 그 노래 때문에 내가 보고싶어서 가슴을 치고 괴로워 했으면 좋겠어.”라고 말하는 미미의 메시지는 서래가 해준에게 남기는 마지막 대사들과 직결된다.

중년의 사랑도 첫사랑처럼 잊혀지고 싶지 않고 남겨지기 보다는 떠나는 존재가 되고 싶기는 마찬가지다. 품위 있는 남자와 꼿꼿한 여자의 사랑도 본질적으로 이기적일 수 밖에 없다는 것, 어쩌면 이 단순함이 영화의 스타일보다 더 긴 여운을 남길 요소가 아닐까.
 
<필자소개>
윤성은씨는 영화평론가이자 방송인으로 현재 다양한 매체에 영화음악 칼럼과 짧은 영화소개 글을 기고하고 있다.


 
전체댓글 0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인기기사 더보기 +
약업신문 타이틀 이미지
[]윤성은의 뮤직 in CINEMA  
아이콘 개인정보 수집 · 이용에 관한 사항 (필수)
  - 개인정보 이용 목적 : 콘텐츠 발송
- 개인정보 수집 항목 : 받는분 이메일, 보내는 분 이름, 이메일 정보
- 개인정보 보유 및 이용 기간 : 이메일 발송 후 1일내 파기
받는 사람 이메일
* 받는 사람이 여러사람일 경우 Enter를 사용하시면 됩니다.
* (최대 5명까지 가능)
보낼 메세지
(선택사항)
보내는 사람 이름
보내는 사람 이메일
@
Copyright © Yakup.com All rights reserved.
약업신문 의 모든 컨텐츠(기사)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무단 전재·복사·배포 등을 금지합니다.
약업신문 타이틀 이미지
[]윤성은의 뮤직 in CINEMA  
이 정보를 스크랩 하시겠습니까?
스크랩한 정보는 마이페이지에서 확인 하실 수 있습니다.
Copyright © Yakup.com All rights reserved.
약업신문 의 모든 컨텐츠(기사)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무단 전재·복사·배포 등을 금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