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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윤영의 뮤지컬 오버뷰 (Musical Over:view)
편집부
입력 2022-04-29 11:50 수정 최종수정 2022-04-29 1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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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대 위로 펼쳐진 감각의 대향연, 뮤지컬 ‘킹아더’

뮤지컬 '킹아더' 공연 포스터

뮤지컬 ‘킹아더’가 3년 만에 더 화려해진 모습으로 돌아왔다.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기사 전설인 ‘아더왕’ 이야기를 바탕에 두고 현대적 감성을 더해 재해석했는데, 프랑스 뮤지컬 특유의 매력을 잘 살리면서도 누구나 이해하기 쉽도록 단순하게 구성해 좋은 반응을 이끌었던 작품이다. 무엇보다 생동감 가득한 퍼포먼스와 독특하면서도 세련된 음악은 ‘킹아더’만이 가진 매력을 한층 끌어올리는 데 주요한 역할을 했다. 그만큼 인상적인 장면과 중독성 있는 멜로디라인이 강렬한 이미지를 심어준 덕분에 재연을 기다리는 관객들도 많았다.

특히 이번 ‘킹아더’는 초연에 비해 달라진 부분이 적지 않아 더욱 흥미롭다.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부분은 바로 무대의 변화다. 2019년에 선보였던 무대 디자인은 무대 절반을 감싸는 반원형 형태의 계단식 구조가 중심이 돼 다양한 배경과 소품이 계속해서 바뀌는 모양새였다. 하지만 이번 2022년 ‘킹아더’는 상대적으로 배경을 단순화하는 데 주력한 모습이다. 대신 훨씬 강렬하고 다채로운 느낌을 주는 조명들을 적재적소에 활용함으로써 금속 소재의 무대 세트를 현란하게 비추며 멋스러운 분위기를 강화했다.

스토리에도 속도감을 더하고 약간의 변주를 가미했다. 전설의 명검 엑스칼리버에 얽힌 이야기는 워낙 잘 알려진 내용이기 때문에 혼란스러운 나라를 바로 세우기 위해 검이 스스로 주인을 결정했다는 내용만 알아도 사실 충분하다. 다만 극 초반부 서사가 꽤 줄어들다 보니 목동이었던 아더가 검을 뽑기까지의 과정과 주변 인물의 과거 사연이 생략된 부분은 보기에 따라 다소 아쉽다 느낄 수도 있다. 여기에 오직 한국 공연에서만 만날 수 있는 넘버 ‘아더의 기도’가 추가되면서 왕이 품은 의지와 고뇌를 부각했는데, 덕분에 모든 것을 건 인물의 여정에 더 깊이 몰입할 수 있게 됐다.

야심 찬 변화만큼이나 돋보이는 출연진 역시 눈길을 끈다. 우선 엑스칼리버가 선택한 운명의 주인공 아더 역에는 송원근, 고훈정, 이충주가 캐스팅됐다. 그중 ‘킹아더’ 초연 당시 멜레아강을 연기했던 이충주는 이번 재연에서 상대역인 아더를 맡아 묵직한 운명을 짊어진 왕의 발자취를 설득력 있게 풀어냈다.

뮤지컬 '킹아더'의 한장면 <사진제공 : 알앤디웍스>

아더에게 복수하기 위해 찾아온 의문의 여인 모르간 역은 정영주, 최현주, 홍륜희가 맡았고, 엑스칼리버를 뽑는 데 실패하면서 왕위와 사랑까지 잃게 되자 분노의 복수를 감행하는 멜레아강은 김찬호, 백형훈, 김진욱이 연기한다. 또 백의의 기사 랜슬롯 역으로 임병근, 이승헌, 노윤이 무대에 올라 충직한 기사도 정신의 전형을 보여준다. 그리고 운명으로 엮인 사랑의 주인공 ‘귀네비어’ 역에 린지, 이지수, 이지연이 함께하며, 아더가 진정한 왕으로 거듭날 수 있도록 나침반 역할을 하는 마법사 멀린 역은 김태한과 지혜근이 맡아 뮤지컬 ‘킹아더’를 완성한다.

원했으나 얻지 못한 자와 원하지 않았으나 얻게 된 자 사이에 벌어진 틈은 모든 비극의 시작이자 동시에 나라를 구원할 원동력으로 작용한다. 신으로부터 정해진 운명이 있을지라도 인간이 어떤 선택을 하느냐에 따라 결과가 바뀐다는 이야기는 모두에게 진한 잔상을 남기는 대목이다. 지독하게 얽힌 운명은 벗어나려 애쓸수록 복수와 파멸을 재촉하지만, 미래를 알게 됐다 하더라도 과거를 반복하지 않고 나의 길을 가겠다 다짐하는 모습도 인상 깊다. 자세히 보면 ‘킹아더’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저마다 다른 상처를 품고 있어 더 안타깝다. 그래서 후반부로 갈수록 서로 다를 수밖에 없던 입장을 조금이나마 이해하게 되고, 모든 캐릭터의 행복을 진심으로 바라게 된다.

주요 등장인물들이 풀어가는 스토리와 넘버 사이를 가득 채우는 앙상블의 무대도 잊지 못할 명장면이다. 온몸 가득한 에너지와 절도 있는 움직임은 보는 이로 하여금 미처 깨어나지 못한 감각들을 짜릿하게 깨운다.

지난 3월 22일 서울 대학로 홍익대 아트센터에서 개막한 뮤지컬 ‘킹아더’는 오는 6월 6일까지 공연될 예정이다. 이번 기회를 통해 무대 위로 펼쳐진 온갖 감각의 대향연을 꼭 만끽해 보길 바란다.
 
<필자소개>
 최윤영씨는 인천국제공항 아나운서와 경인방송 라디오 리포터 등 방송 활동과 더불어 문화예술공연 전문 진행자로 다양한 무대에 선바 있다. 현재는 미디어 스피치 커뮤니케이션 교육을 담당하고 있으며 고려대학교 언론대학원 졸업 후 공연 칼럼니스트로서 칼럼을 기고해왔고, 네이버 오디오클립 ‘최윤영의 Musical Pre:view’ 채널을 운영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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