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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악 Prologue !
편집부
입력 2022-04-22 09:54 수정 최종수정 2022-04-22 1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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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의 민요

제주는 대한민국에서 봄을 가장 먼저 맞이하는 곳이다. 해마다 새로 움트는 봄처럼, 제주는 늘 새로운 모습으로 그 자리를 지킨다. 신혼 여행지로 각광받던 8, 90년대를 지나 2000년대 올레길을 통해 도보 여행의 성지가 되었고 그 이후에는 ‘한달살이’ 혹은 ‘일년살이’를 실현하는 꿈과 낭만의 공간으로 거듭났다. 제주가 여전히 타지 사람들로 하여금 설렘과 동경을 품게 하는 것은 그곳이 간직한 낯설고도 신비롭고 또 특별하게 느껴지는 문화 때문이 아닐까 한다.

제주에는 육지에서 유입되어 ‘창민요’라 불리는 통속 민요 외에도 농업이나 어업과 관련된 노동요가 풍부하다. 부녀자들의 노래, 아이들을 위한 동요까지 두루 남아 있어 제주를 ‘민요의 보고(寶庫)’라 일컫기도 한다. 경토리, 육자배기토리, 수심가토리, 메나리토리 등 음악적 특징으로 구별 짓는 다른 지역의 민요에 비해 제주의 민요는 노랫말의 특색이 도드라진다. 제주의 자연 풍광이나 생활 모습을 묘사하는 노랫말은 문학성이 뛰어나다고 평가받으며, 소재를 달리하는 사설의 종류도 매우 풍부하다. 

다만 타 지역 사람들이 알아듣기는 쉽지 않다. 경․서도 민요나 남도 민요에 비해 들을 기회가 많지 않을뿐더러 제주가 고향이 아니면 지레짐작도 하기 어려운 제주 사투리로 노래하기 때문이다. 같은 곡조에 가창자에 따라 노랫말을 새로이 지어 불러 사설이 다양한 것은 민요 전반에 나타나는 특징이지만 여기에 더해 제주 민요는 연관성을 파악하기 어려운 제목이 여러 개인 경우도 많다. 아래아(ㆍ)가 현대국어의 한글맞춤법에서 규정하는 자음에 포함되지 않지만 지역 방언에는 아직 남아있는데 제주가 대표적이다. 맷돌을 돌리며 부르는 ‘맷돌노래’의 다른 이름인 ‘ᄀᆞ래 ᄀᆞ는 소리’는 ‘고래 고는 소리’, ‘가래 가는 소리’로 쓰기도 한다. ‘이어도 사나’는 해녀들이 노를 저을 때 불렀던 노래로 ‘해녀 노 젓는 소리’, ‘해녀 노래’ 등으로도 불리는데, 해녀의 제주 말이 ‘ᄌᆞᆷ녀’이므로 ‘잠녀’ 혹은 ‘좀녀’라고 발음하여 ‘ᄌᆞᆷ녀 소리’, ‘ᄌᆞᆷ수질 소리’, ‘ᄌᆞᆷ으질 소리’라 하기도 한다. 

제목부터 생소한 제주 민요 가운데에도 ‘너영나영’, ‘멸치(멜) 후리는 소리’, ‘오돌또기’, ‘이야홍타령’, ‘서우젯소리’ 등 교과서에 실린 곡들이 비교적 널리 알려져 있다. 노랫말도 표준어에 가깝게 정리되어 내용도 한결 이해하기 쉬운 곡들이다. 너영나영은 남녀 간의 사랑을, 오돌또기나 이야홍 타령은 제주의 경승지를 주로 노래한다. 멸치 후리는 소리․서우젯소리 등은 바다에서 일하며 부르는 노래들이다.

제주 민요는 1989년 국가무형문화재로 지정되었다. 제주의 토속 민요인 맷돌노래를 비롯해 육지에서 유입되었을 것으로 보는 ‘산천초목’, ‘오돌또기’, ‘봉지가’ 등 4곡이 대표 곡목에 해당한다. 맷돌노래는 제주 민요의 특색을 가장 잘 드러내는 곡으로 꼽힌다. 노랫말 역시 제주 여인들의 삶 면면을 섬세하게 담고 있다. 산천초목과 오돌또기는 앞부분의 가사가 판소리 흥부가 등과 유사하며, 봉지가는 사당패의 소리와 관련 있는 것으로 보는 견해가 많다. 제목의 ‘봉지’는 꽃봉오리의 제주 사투리다.

예능보유자였던 조을선이 별세한 후 제주민요보존회가 설립되었다. 이후 문화재청은 제주민요를 단체종목으로 구분하고 제주민요보존회를 보유단체로 인정했다. 조을선의 외손녀이자 전수교육조교로 지정된 바 있는 강문희를 중심으로 제주민요보존회는 성읍민속마을의 무형문화재 전수관 등에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 

보존회의 유튜브 채널에서 공개행사와 상설 공연 등 제주민요 관련 영상을 볼 수 있다. 초대 보유자인 조을선과 전수교육조교였던 이선옥의 목소리가 담긴 음원도 음원 사이트나 제주특별자치도 유튜브 채널 등에서 들어볼 수 있다.

2020년 발표한 토리스의 싱글앨범 「제주민요연곡」에는 아카펠라로 편곡한 이야홍타령, 서우젯소리, 너영나영이 실렸다. 서의철 가단은 제주 민요 명인들의 음반을 바탕으로 국악기 반주를 곁들여 제작한 음원과 뮤직비디오를 2021년 공개했다. 이들의 곡들은 보다 경쾌하고 세련된 제주 민요다.

[K-ASMR] 국가무형문화재 제95호 제주민요(출처: 문화유산채널 https://youtu.be/iIMliwcKHlY)

문화재청에서 운영하는 문화유산채널 ‘ASMR’ 목록에서 제주 민요로 만든 콘텐츠를 감상할 수 있다. 담담히 이어가는 노랫소리와 가만가만 내리치는 물허벅 장단이 듣는 이로 하여금 맺힌 데 없는 마음까지 풀어지게 한다. ‘힐링in문화유산’이란 해시태그에 걸맞은 치유와 휴식을 경험하게 하는 영상이라 하겠다. 

노란빛 유채 만발로 시작한 제주의 봄은 이미 끝자락에 접어들었을 것이다. 담백하고 구슬픈 제주 민요는 어쩐지 봄 진 자리 초록이 분연히 일어나는 제주의 사월을 닮았다.

<필자소개>
김보람 씨는 동국대학교 문예창작학과와 영상대학원 문화콘텐츠학과를 졸업했으며, 국립국악원에서 소식지 국악누리 제작을 담당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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