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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성은의 뮤직 in CINEMA
편집부
입력 2022-04-18 16:3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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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아카데미 시상식 작품상 수상작 음악드라마 ‘코다’

지난 3월 27일(현지시각) 열렸던 제 94회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은 유례 없는 윌 스미스의 폭력사태로 얼룩졌다. 윌 스미스는 무대 위에서 아내의 탈모증을 희화화 한 코미디언, 크리스 록의 얼굴을 가격해 물의를 일으켰다. 가족이 소중해서 그랬다는 변명도, 뒤늦은 사과의 말도, 아카데미 회원 자진 탈퇴도 엎질러진 물을 쓸어 담을 수는 없었다. 어린이를 포함한 전세계 시청자들이 보고 있는 앞에서 그가 자행한 물리적, 언어적 폭력은 용납될 수 없는 것이었다. 

100년 가까운 역사를 자랑하는 영화인들의 축제를 망쳐버렸다는 것도 크나큰 실례다. 이 날 작품상을 비롯한 3개 부문에서 수상한 ‘코다’(감독 션 헤이더)팀은 기쁨과 영광을 만끽할 기회를 빼앗겼다. 오스카 레이스 내내 작품상 후보로 거론되던 ‘파워 오브 도그’(감독 제인 캠피온), ‘벨파스트’(감독 케네스 브래너) 등을 제친 이변이었기에 주목받지 못한 아쉬움은 더 컸다. ‘코다’는 프랑스 영화 ‘미라클 벨리에’(감독 에릭 라티고)를 리메이크한 애플TV+의 작품으로, 뮤지션을 꿈꾸는 주인공이 성장해가는 서사를 보여준다는 의미에서 음악드라마의 범주에 포함된다. 

국내 개봉 당시 코로나 시기였음에도 작은 영화로서는 이례적으로 6만 7천 명이라는 관객을 불러모아 화제가 되기도 했다. 청각장애인 가족들 사이에서 유일한 건청인인 ‘루비’(에밀리아 존스)는 음악을 듣고 노래를 부르는 것이 유일한 낙이지만 가족들의 수화 통역을 돕느라 자신의 미래는 생각할 시간도 없이 새벽부터 바쁘게 살아간다. 어느 날, 루비는 평소 좋아했던 남학생 ‘마일즈’(퍼디아 월시-필로)가 합창단에 지원하는 것을 보고 덩달아 합창단에 들어갔다가 괴짜 음악선생 미스터 ‘V’(에우헤니오 베르데스)를 만난다. 버클리 출신인 V는 루비의 재능을 알아보고 버클리 음대에 지원해 볼 것을 권유한다. 루비는 부푼 꿈을 안고 고군분투하지만, 가난한 어부의 딸이자 온 가족의 통역사로 사는 것만 해도 너무 벅차다. 

노래 부르는 십대가 주인공이다 보니 스코어 보다는 삽입곡들이 강렬하다. 그 중에서도 영화의 절정부를 장식하는 곡은 루비가 음대 입시에서 수화와 함께 불렀던 ‘Both Sides, Now’다. 주디 콜린스가 1968년에 먼저 불렀으나 본래 조니 미첼이 만든 곡으로, 이듬 해 그녀의 앨범 ‘Clouds’에 수록되었다. <러브 액츄얼리>(감독 리차드 커티스)를 비롯한 대중영화들과 국내 CF에도 여러 번 삽입되었던 곡이기에 멜로디가 우리 귀에 익숙하지만 이 영화에서 더 중요한 것은 수어와 동시에 전달되는 가사일 것이다. “이제 인생을 양 쪽에서 보게 됐어. 이기는 쪽과 지는 쪽에서. 정상과 바닥에서. 그런데 아직도 기억에 남는 건 인생의 환상일 뿐. 인생의 실체는 모르겠어, 전혀.” 사랑하는 가족들을 위해 곁을 지키는 길과 꿈을 위해 떠나는 길 사이에서 갈등하는 루비의 상황은 양 손에 떡을 쥘 수 없다는 결론으로 귀결된다. 

그녀는 음대 진학을 선택하지만 그것이 모든 상황을 해결해줄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코다’는 ‘장애인 가족도 나름대로 잘 살아가요’라고 외치는 대신 그들이 당면해 있는 현실적인 문제와 대안에 대해 고민하고 질문을 던지는 영화이기 때문이다. 깊고 차분하면서도 어둡지 않은 ‘Both Sides, Now’의 음율은 이러한 영화의 주제와 잘 어울린다. 루비역을 맡은 에밀리아 존스의 비단결 같은 목소리 뿐 아니라 온 몸으로 전달하는 리듬과 노래의 가사 때문에 더 특별한 OST다. 

윤성은의 Pick 무비

인간 곁에 고양이를 데려와준 사람,
‘루이스 웨인: 사랑을 그린 고양이 화가’ 


고양이는 언제부터 반려동물이 되었을까? 기꺼이 고양이들의 집사를 자처한 사람들에게는 이상한 질문일지 모르겠다. 그들은 아마도 고대부터 고양이는 인간의 친구였을 것이라고 막연히 생각할 것이다. 그러나 통상적으로 집에서 고양이를 기르는 것이 별나게 여겨지던 시대가 있었고, 고양이에 대한 인식을 바꾸는 데는 많은 시간이 필요했다. 루이스 웨인은 영국 빅토리아 시대에 고양이를 의인화한 그림으로 그러한 변화에 크게 기여한 화가다. ‘루이스 웨인: 사랑을 그린 고양이 화가’(감독 윌 샤프, 이하, ‘루이스 웨인’)는 루이스 웨인의 정신과 사랑, 정신세계에 대해 환상적이고도 통렬하게 묘사한 작품이다. 

사람보다 동물 그리는 것을 좋아했던 천재 화가 ‘루이스’(베네딕트 컴버배치)는 아버지가 돌아가신 후 어머니와 여동생들의 가장으로서 무거운 짐을 지게 된다. 그러던 중 낮은 신분의 가정 교사 ‘에밀리’(클레어 포이)를 만나 사랑에 빠지고 당시로서 파격적이었던 결혼까지 감행하는데, 불행히도 에밀리는 암선고를 받아 얼마 살지 못하고 세상을 떠난다. 이후, 루이스는 에밀리에게 큰 위로가 되었던 반려묘 ‘피터’를 비롯해 다양한 캐릭터의 고양이 그림을 그려 영국 전역에 알려지게 된다. 그림으로 대중들에게 고양이도 개만큼이나 친근하고 익살스러운 존재라는 것을 보여준 것이다. 
그러나 에밀리를 잃은 후 그의 삶은 그리 행복하지 않았다. 영화는 경제적 어려움과 정신분열증으로 피폐해져가는 루이스의 인생도 숨기지 않는다. 자신의 행복을 고양이들의 그것과 맞바꾼 것처럼, 말년으로 갈수록 더 큰 고통으로 얼룩졌던 루이스의 삶을 다시금 애도하게 만드는 작품이다. 

<필자소개>
윤성은씨는 영화평론가이자 방송인으로 현재 다양한 매체에 영화음악 칼럼과 짧은 영화소개 글을 기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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