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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종원의 커튼 콜 (Curtain Call)
편집부
입력 2022-04-18 15:35 수정 최종수정 2022-04-18 15: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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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극적인 오페라속 이야기를 가족 뮤지컬로 탈바꿈시키다_뮤지컬 아이다.

뮤지컬 ‘아이다’가 돌아온다. 벌써부터 남다른 기대감을 보이는 뮤지컬 마니아들의 행렬이 대단하다. 
원작은 이탈리아 가극의 아버지 베르디가 만든 동명의 오페라다. 수에즈 운하의 개통을 축하하려고 당시 이집트의 국왕이었던 이스마일 파샤가 제작을 의뢰했다. 썩 마음내키지 않았었다는 후문도 있지만, 거듭되는 의뢰와 이야기의 감동 탓에 결국 4천 파운드라는 고액의 작곡료로 승낙을 했다. 뮤지컬은 기본적으로 오페라의 스토리를 빌려와 상업적인 무대용으로 재가공한 일종의 원 소스 멀티 유즈(OSMU)의 산물이라 인정할 만하다.  

뮤지컬과 오페라와의 차이점도 있다. 특히 두드러진 부분은 엔딩씬이다. 가족 오락물을 주로 만드는 다국적 기업인 디즈니는 이 오페라의 뮤지컬화에 있어서 지고지순한 비극 대신 그들 특유의 “그래서 잘 먹고 잘 살았다”는 내용으로 변화를 더하고자 노력했다. 뮤지컬에서는 그래서 동양의 윤회사상을 대입시켜 환생을 한 두 연인이 왠지 모를 끌림을 느끼게 된다는 식의 열린 결말로 이야기를 마무리한다. 특히, 뮤지컬 무대에서 첫 장면으로 메트로폴리탄 뮤지엄의 이집트 전시관에서 서성이며 마주하던 어색해 보이지만 싫지 않아 보이는 남녀의 만남이 극의 맨 마지막에서는 어떤 의미가 담긴 해후였는지를 알려줌으로써 다시 한 번 무릎을 치게 만드는 기발함을 선보인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그래서 이 작품을 싫어하는 사람들도 많다. 오페라의 아련한 뒷맛을 무리하게 가족 오락물로 적용시켜 매력을 반감시켰다는 이유다. 디즈니가 만들면 인어공주도 거품이 되는 대신 행복하게 결혼해서 잘 살고, 아이다는 환생해 라다메스와 재회하게 된다는 달갑지 않은 지적들이다. 오페라 애호가 입장에서는 아이다의 디즈니식 재해석이 원작을 망가뜨린 개악이라며 악평을 하는 경우도 흔하다.

뮤지컬을 만들고자 했던 디즈니의 노력 자체가 부정됐던 건 아니다. 사실 디즈니는 오래전 애니매이션을 만들 때부터 뮤지컬적 기법을 활용하려 노력해왔다. ‘백설공주’에서 난쟁이들이 노래하는 ‘하이 호’라든지 ‘피노키오’에서 귀뚜라미 지미니가 부르는 ‘When you wish upon a star’는 오늘날 뮤지컬에서 등장하는 이미지들과 크게 다를 바 없는 초창기 디즈니의 흥행 콘텐츠속 뮤지컬적 기법들이다. 80년대 일련의 작품으로 큰 인기를 끌었던 디즈니는 자신들의 흥행 애니매이션을 무대화해 브로드웨이에서도 일대 파란을 연출하는데, 예를 들자면 ‘미녀와 야수’, ‘라이언 킹’ 등이 대표적이다. 잇단 흥행에 고무된 디즈니 씨어트리클은 본격적으로 애니매이션 원작이 아닌 성인용 콘텐츠로서의 뮤지컬 제작에 도전하게 되는데, 이 실험 대상이 된 것이 바로 뮤지컬 ‘아이다’이다. 그런 의미에서 본다면 뮤지컬 ‘아이다’는 성인식을 치르려했던 디즈니의 도전과 실험 정신이 가득 담긴 작품이라 인정할 수도 있다.  

세계적인 싱어송라이터인 엘튼 존이 음악을, ‘지저스 크라이스트 수퍼스타’, ‘에비타’, ‘죠셉 앤 어매이징 테크니칼라 드림코트’ 등을 만든 작사가 팀 라이스가 함께 작업하며 작품의 근간을 만들고 정리했다. 아무래도 아기자기한 가족 뮤지컬을 잘 만들던 회사의 작품이다 보니 형형색색의 유려한 이미지들은 이 작품 특유의 완성도와 매력을 잘 담아낸다. 원색을 잘 활용한 세트나 소품들도 그렇거니와 흡사 나일강 강변의 노을 지는 풍경을 강물에 비춰진 열대 식물들의 모습에 담아 묘사해낸 것이라든지 일사분란하게 춤추며 노래하는 비밀조직의 움직임 등은 정말 만화를 방불케할 정도로 인상적인 이 작품만의 묘미를 완성해낸다.

사실 뮤지컬 ‘아이다’는 초연때부터 여배우가 화제의 중심이었다. 워낙 고음의 가창력을 요하는 노래들이 많았기 때문이다. 이 배역으로 처음 무대에 섰던 오리지널 캐스트는 흑연 여배우 헤더 히들러(Heather Headler)였다. ‘라이언 킹’에서 주인공 사자 심바의 여자친구인 날라 역으로 데뷔를 한 그녀는 흑인 특유의 가창력을 선보여 토니상 여우주연상을 거머쥐는 일대 파란을 연출한 것으로도 유명하다. 그녀의 바통을 이어 노래 잘한다는 흑인 여가수 토니 브랙스톤과 데보라 콕스 등이 스타 마케팅으로 무대에 섰는데, 헤더 히들러의 카리스마에는 미치지 못했다는 것이 중론이다. 남자 주인공인 라다메스 장군 역의 아담 파스칼도 내로라하는 뮤지컬계의 인기 스타로 뮤지컬 ‘렌트’에서 에이즈에 걸린 고독한 기타리스트 로져로 등장해 인기를 누렸던 바로 그 인물이다.

우리말 무대에서는 초연 당시 노래 잘하는 가수 출신 뮤지컬 배우 옥주현이 특유의 가창력으로 인기를 누렸다. 특히 ‘예복의 춤’, ‘신들은 누비아를 사랑해’는 특유의 고음을 선보여 세간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시원스런 선율과 힘 있는 노래들은 이 작품의 트레이드 마크로 손꼽힐 정도로 폭넓은 사랑을 받게 만들었다. 

올해 막을 올리는 2022 앙코르 무대에서는 아이다 역으로 윤공주와 전나영 그리고 무서운 신예 김수하가 등장한다. 라다메스 장군 역으로는 김우형과 최재림이, 이집트의 공주 암네리스로는 역시 가수 출신의 뮤지컬 배우인 아이비가 요즘 뮤지컬계의 블루칩으로 통하는 민경아와 함께 더블 캐스트로 나온다. 한때 원 캐스트로 무대를 꾸며 화제가 되기도 했지만, 올해 앙코르 무대에서는 다수의 배우들을 함께 세우면서 여러 조합의 콤비를 선보이는 전략을 택했다. 대체로 안정적인 무대를 선보이겠지만, 그래도 관객 입장에서는 누가 나올 때 가장 나을지에 대한 정보수집과 노력에 따라 작품 감상의 감동이 달라지는 변화를 체험할 것이라 평가할 수밖에 없다.

뮤지컬 ‘아이다’의 묘미는 역시 화려한 비주얼과 엘튼 존, 팀 라이스의 매력적인 콜라보레이션을 발견할 수 있는 음악에서 찾을 수 있다. 디즈니 특유의 유려하고 섬세한 작품의 완성도가 남녀노소 누구에게도 어필할 수 있는 재미를 선보인다. 특히, 패션쇼를 방불케하는 암네리스의 노래 ‘나의 옷은 나의 무기’나 이집트 궁궐의 수영장씬, 라다메스와 아이다가 마지막 순간을 보냈던 상자가 눈깜짝할 사이 뉴욕 메트로폴리탄 박물관 전시물로 뒤바뀌는 모습 등은 기대해도 좋을 만큼 탄성을 자아내는 이 작품의 명장면들이다. 오페라와 다른 뮤지컬의 재미를 만끽해보기 바란다.

<필자소개>  
원종원씨는 한국외대 재학 시절, 영국을 여행하다가 만난 뮤지컬의 매력에 빠져 활동을 시작했다. 뮤지컬 저변을 확대하고자 국내 최초로 PC통신을 통해 동호회를 결성, 관극운동을 펼쳤다. TV의 프로듀서와 일간지 기자,특파원을 거쳤으며, 현재 일간지와 경제지 등 여러 매체에 뮤지컬 관련 칼럼을 연재해오고 있다. 대학(순천향대 공연영상학과 ) 강단에 서고 있는 지금도 자타가 공인하는 뮤지컬 마니아이자 전문 평론가로 지면과 방송 등을 종횡무진 누비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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