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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성은의 Pick 무비
편집부
입력 2022-01-21 10:19 수정 최종수정 2022-01-21 1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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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웨스트 사이드 스토리’는 셰익스피어의 고전, ‘로미오와 줄리엣’을 모티브로 한 뮤지컬로 1957년 브로드웨이에서 처음 막을 올린 후 엄청난 히트작이 되었다. 안무가, 제롬 로빈스는 뉴욕을 배경으로 한 연인들의 비극적 사랑이야기를 구상하던 중, 1940년대부터 푸에르토리코 이민자들이 뉴욕에 제2의 할렘을 형성하기 시작한 데서 착안해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의 원안을 발전시켰다. 뉴욕 웨스트 사이드에서 심각한 사회적 문제가 되었던 유럽계 이민자들과 푸에르토리코 이민자들 사이의 갈등을 로미오와 줄리엣식 비극의 씨앗으로 만든 것이다. 비극적 결말이 당대의 밝고 낭만적이었던 로맨스 뮤지컬들과 사뭇 달랐다는 점에서 위험 부담이 있었으나 모던한 음악과 역동적인 안무로 톤 앤 매너를 최대한 가볍게 가져간 것이 인기 요인이었다. 뮤지컬의 인기에 힘입어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는 1961년, 영화로 제작되었고, 뮤지컬 영화로 가장 많은 아카데미상을 수상한 작품이 되었다. 그 아성 때문일까,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는 오랫동안 다시 영화화되지 못하다가 2021년, 50년 만에 스티븐 스필버그에 의해 리메이크 되어 또 한 편의 걸작이 탄생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의 음악을 담당한 레너드 번스타인은 이미 당대 최고의 음악가 중 한 사람이었을 뿐 아니라 러시아 이민자 가정에서 태어난 인물로, 인종적 요소와 미국 음악의 상관관계를 연구한 적도 있는 만큼 이런 이야기의 음악을 맡기에 적격이었다. ‘아메리카’나 ‘아이 필 프리티’ 등도 유명하지만 이 뮤지컬을 대표하는 노래는 역시 ‘투나잇’이다. 어느 파티에서 만나 첫 눈에 반한 로미오와 줄리엣, 아니 ‘토니’(안셀 엘고트)와 ‘마리아’(레이첼 지글러)는 그들 나름의 발코니 신에서 ‘투나잇’을 부른다. ‘당신을 본 순간, 내 모든 세상은 당신 말고는 무의미해졌어요. 오늘 밤, 이 밤, 오늘밤은 오직 당신 뿐이에요. 당신이 무엇을 하든, 무슨 말을 하든, 당신뿐이에요.’ 라는 달콤한 가사가 방금 사랑에 빠진 두 십대의 기분을 반영하듯 점점 피치를 올려가는 선율에 착 달라붙는다. 로맨틱하면서도 속삭이기 보다 웅장하게 연출되는 노래의 절정부가 어쩐지 두 사람의 비극적 사랑을 예견하는 듯한 느낌도 준다.

스필버그의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는 내용만큼이나 클래식의 아름다움을 극대화시킨 영화로, 빠르고 감각적인 영상에 익숙한 젊은 관객들에게는 호불호가 갈릴 수 있다. 그럼에도 3만 명의 경쟁자를 제치고 마리아역을 거머쥔 레이첼 지글러의 목소리가 스크린에서 흘러나올 때만큼은 황홀해지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그녀가 밀가루처럼 곱고 순수한 음색으로 소화해낸 ‘투나잇’은 이 작품의 백미이기도 하다.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는 한국에서 한동안 뮤지컬로 만나보기 어려웠다가 올해 말 재공연을 앞두고 현재 캐스팅 단계에 있다. 어떤 플랫폼에서 듣던지 번스타인의 음악 자체가 가진 힘, 그 시들지 않는 생명력 만큼은 동일한 에너지로 느껴질 것이다. 


윤성은의 Pick 무비 /
범죄자를 잡는 범죄, ‘경관의 피’


명품 수트를 입고 외제차를 타는 경찰이 있다. 범죄자들을 잡아들이는 데는 일등이지만 어디서 어떤 돈을 후원금으로 받는지 의심스럽다. 만에 하나 경찰이 범죄와 연루되어 있다면 또 다른 경찰이 나설 수 밖에 없다. 신입경찰 ‘민재’(최우식)는 내사과 ‘인호’(박희순)의 회유로 광역수사대 반장 ‘강윤’(조진웅)의 뒤를 캐기 위해 강윤의 팀에 배치된다. 원칙주의자인 민재는 강윤이 수사과정에서 불법을 저지르지는 않는지 매의 눈으로 감시해 보지만 수상한 점은 보이지 않는다. 한편 강윤은 민재에게 자신의 수사방식을 모두 공개하며 지능적이고 효율적으로 범죄자들을 잡아들이는 능력을 보여주는데, 민재는 오히려 그런 강윤의 카리스마에 점점 빠져들게 된다. 인호는 특이사항이 없다는 민재의 보고에도 불구하고 계속 불법 자금을 의심하며 강윤의 숨통을 조여오고, 민재는 혼란스러워 한다.  

‘경관의 피’(감독 이규만)는 사사키 조의 소설을 영화화한 작품으로, 원작에는 경찰이라는 직업이 태생적으로 가질 수밖에 없는 애환과 딜레마를 비롯해 3대에 걸쳐 경찰을 하고 있는 민재의 집안 내력이 더 상세하게 등장한다. 680페이지에 달하는 소설을 120분 안에 담아내야 했던 영화는 작전 중 사망한 아버지가 생전에 민재에게 ‘경찰만은 되지 말라’고 말하는 장면을 반복적으로 보여주면서 대물림하고 싶지 않은 직업적 고뇌를 집약적으로 이야기한다. 민재가 경찰이 된 것은 아버지의 말을 거역한다는 두려움보다 아버지를 죽인 원수를 처단하고픈 정의에 대한 갈망이 더 컸기 때문이다. 그러나 신입경찰인 그를 기다리고 있는 것은 그것을 실현하는 방법론에 대한 날카로운 질문이다. 범죄자를 잡기 위해서라면 그 과정에서 무슨 짓을 해도 정당화될 수 있을까. 영화는 강윤의 비밀을 알게 된 후에도 그와 신종 마약사범들을 소탕해야 하는 민재의 갈등과 함께 첩보 액션신을 구사하다가 민재가 결국 어떤 선택을 하는지 보여준다. 처음부터 강윤의 캐릭터를 선과 악 어느 한 쪽으로 몰아넣기 어렵도록 설계되어 있기에 민재의 선택, 즉 영화의 결말이 현실적이고 설득력 있게 다가온다. 첩보물의 스릴과 함께 가볍지 않은 주제의식도 담겨져 있는 작품이다. 


<필자소개>
윤성은씨는 영화평론가이자 방송인으로 현재 다양한 매체에 영화음악 칼럼과 짧은 영화소개 글을 기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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