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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윤영의 뮤지컬 오버뷰 (Musical Over:view)

비현실의 놀라운 현실화, 오컬트 뮤지컬 ‘검은 사제들’

편집부

기사입력 2021-03-26 14:48     최종수정 2021-04-02 10:41 프린트하기 메일보내기 스크랩하기 목록보기   폰트크게 폰트작게

비현실의 놀라운 현실화, 오컬트 뮤지컬 ‘검은 사제들’

인간의 삶에서 과학과 이성은 상당히 중요한 역할을 해왔다. 사유하는 인간은 과학을 발전시켜 좀처럼 해결할 수 없을 것만 같던 문제를 풀어냈고, 또 생활 수준을 한층 높여 윤택한 삶을 누릴 수 있도록 했다. 하지만 이 같은 사실만으론 충분히 설명할 수 없는 현상도 있다. 예컨대 우리가 알고 있는 세계의 근본적인 탄생이나 신을 향한 믿음으로 통하는 종교적 신념과 같은 초자연적 현상 등이 바로 여기에 해당한다. 여전히 다 믿을 수는 없지만, 때때로 전해진 놀라운 이야기들은 인간의 호기심과 상상력을 끊임없이 자극한다. 이번에 소개할 뮤지컬 ‘검은 사제들’도 같은 맥락에서 출발했다.  
 
한국 오컬트 뮤지컬의 무한한 가능성을 알린 뮤지컬 ‘검은 사제들’이 서울 대학로 유니플렉스 1관에서 첫인사를 전했다. 지난 2월 25일 프리뷰를 시작으로 오는 5월 30일까지 예정된 이번 공연은 매번 독특하면서도 놀라운 시도로 관객들의 마음을 사로잡는 제작사 알앤디웍스의 야심작이다. 작품에는 뮤지컬 ‘호프(HOPE) : 읽히지 않은 책과 읽히지 않은 인생’에 참여했던 창작진이 함께했으며, 팝·가요·포크·클래식 등 다양한 음악 장르를 다룬 넘버와 참신한 연출로 눈길을 끌었다.
 
뮤지컬 ‘검은 사제들’은 엑소시즘이라는 독특한 소재와 김윤석·강동원·박소담의 신들린 연기로 544만 관객을 동원했던 대작 영화 ‘검은 사제들(2015)’이 원작이다. 이번에 무비컬로 새롭게 태어나면서 과연 영화 속 장면들을 어떻게 구현했을지 궁금했는데, 결과는 기대를 뛰어넘었다. 뮤지컬은 영화의 줄거리를 그대로 유지하면서도 무대 상연에 적합하게 압축됐고, 공연 예술만이 선보일 수 있는 생동감을 적극적으로 활용했다. 

특히 조명의 활용이 돋보였는데 화려하면서도 눈부신 조명 연출은 빛과 어둠, 신의 수호자와 악령을 시각적으로 대비해 오컬트 뮤지컬다운 면모를 잘 나타냈다. 보랏빛 조명이 비추는 무대 위로 짙은 안개가 잔잔히 퍼지면 귓가에 어렴풋이 성가가 들려오고, 고요히 흔들리는 여섯 개의 초가 시선을 끈다. 양옆으로 늘어선 초는 마치 불타는 악령의 두 눈이면서, 동시에 어둠을 밝히기 위해 의지를 다지고 희생을 거듭하는 사람들의 작지만 강한 힘처럼 느껴진다.
 

좀처럼 이해하기 어려운 행위들로 한국 가톨릭 교단의 눈 밖에 난 구마 사제 김 신부는 뺑소니 교통사고를 당한 후 빙의에 시달리던 여고생 이영신을 구하기 위해 애쓴다. 하지만 혼자서는 완성할 수 없는 일이었기에 보조 사제를 구해야만 했는데, 우여곡절 끝에 최 부제가 그 역할을 맡게 된다. 어린 시절 동생의 죽음을 목도하고도 구하지 못한 죄책감에 휩싸여 신에 대한 믿음보다는 속죄를 위해 신학교에 들어간 최 부제는 김 신부의 구마 의식을 도우면서 오랜 트라우마와 맞선다. 악령의 저항이 절정에 이르렀을 때, 눈앞에 실감 나게 펼쳐진 구마 의식은 묘한 긴장감을 준다. 
 
100분간 쉼 없이 이어진 배우들의 땀과 눈물은 지금 이 시대에 무대가 존재해야만 할 이유를 분명히 보여줬다. 우선, 영화보다 한층 강화된 인물의 심리 표현이 인상 깊었다. 특히 김 신부 역을 맡은 박유덕과 최 부제 역 조형균의 놀라운 명연기가 초연인 작품의 완성도와 몰입감을 높이는 데 큰 역할을 했다. ‘인간은 인간을 포기하지 않는다’는 작품 속 메시지처럼, 대를 위해 소를 희생할 필요도 있다는 압박에 자신의 희생으로 답을 대신하던 두 사람의 모습은 숭고미로 빛난다. 또 400대 1의 경쟁률을 뚫고 올라온 신예 배우 김수진이 연기한 이영신과 악령 마르베스를 온몸으로 표현해낸 앙상블 이지연의 무대도 여운이 남는다.
 
일부 장면에서는 호불호가 갈릴 수 있는 연출과 유머 코드도 포함돼 있으나, 자칫 무겁게 느껴질 수 있는 분위기 전환을 위한 장치로 여긴다면 감상을 저해할 만한 정도는 아니다. 그래도 이런 새로운 시도에 응원을 보내고 싶다. 


독특하면서도 강렬한 매력이 살아 숨 쉬는 뮤지컬 ‘검은 사제들’이 이번에는 과연 어떤 기록을 세우게 될지 귀추가 주목된다. 참고로, 마지막까지 긴장감을 놓지 마시기를. 그리고 공연 전후로 달라진 출연진들의 사진도 한 번쯤 눈여겨보시길 바란다.
*무비컬 : 뮤지컬(Musical)과 무비(Movie)의 합성어로서 영화를 원작으로 탄생한 뮤지컬을 뜻한다. 


<필자소개>
 최윤영씨는 인천국제공항 아나운서와 경인방송 라디오 리포터 등 방송 활동과 더불어 문화예술공연 전문 진행자로 다양한 무대에 선바 있다. 현재는 미디어 스피치 커뮤니케이션 교육을 담당하고 있으며 고려대학교 언론대학원 졸업 후 공연 칼럼니스트로서 칼럼을 기고해왔고, 네이버 오디오클립 ‘최윤영의 Musical Pre:view’ 채널을 운영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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