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만물이 생명의 기운으로 솟아나는 갑신년 4월에 양주시 약사회의 큰 별이신 故 권윤환 회장님이 영면하셨습니다. 당장이라도 전화를 거셔서 회무를 맡고 있는 제게 조언과 격려를 하시는 목소리가 들릴 듯한데... 그렇게.... 허무하게... 조용히 우리의 곁을 떠나셨습니다. 그렇게 정정하셨던 분이, 또한 그렇게 열정적이셨던 분이 어느 날 갑자기 다시는 뵐 수 없는 분이 되셨다는 것이 전 아직도 실감이 나질 않습니다.
지난해 12월에 우연히 종합검진에서 위암이 발견되어 걱정하던 차에 요즘은 의술의 발달로 위암 정도야 쉽게 이겨내시리라 여기고 있었는데 갑자기 들려온 부음 소식은 저를 무척이나 당황스럽게 만들었습니다.
이럴줄 알았다면 이렇게 쉽게 세상의 연을 놓으실 줄 알았다면 한번이라도 더 찾아 뵙고 인사를 드릴 것을...하는 후회와 자책이 제 가슴을 아프게 합니다.
故 권윤환 전 양주시 약사회 회장님은 저희 양주시 약사회 2대 회장을 십여년 이상 지내면서 현재의 양주 약사회가 경기도 지부 약사회로 자리를 잡도록 초석을 공고히 만들어 놓으신 분이십니다. 초창기에는 약사 다섯분과 약업사 여덟분이 모여서 약사회를 만들고 이끌어 오셨는데 지금은 회원만 40명 이상으로 늘어 비로서 약사회로서의 모습을 갖췄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이 모든 공덕이 권회장님의 약사회에 대한 열정과 약사회 회원에 대한 사랑으로 이루어질 수 있었다고 한다면 제 개인의 생각일까요. 아마도 양주시 약사회에 오래 몸담고 계셨던 약사님들은 제 의견에 수긍하시리라 생각됩니다. 그 정도로 강한 카리스마로 양주시 약사회를 이끄셨던 권회장님을 저를 비롯한 양주시 약사회 회원들은 영원히 마음속에 간직할 거라 믿습니다.
권회장님과 지냈던 지난 세월이 이 글을 쓰고 있는 지금 주마등처럼 아스라이 제 뇌리를 스칩니다. 10여년전 약사회 연수교육 목적으로 홍콩과 중국 심천을 방문했던 일, 한약파동 때 모든 약사회원과 과천 종합청사에서 투쟁했던 일, 의약분업 전에 일년에 한번씩 야유회를 갔었던 일, 의약분업 때 의사들의 일방적인 혜택에 분개하셨던 일, 회원들에게 항상 약사로서 열심히 공부하고 준비하는 약사상을 깨우쳐 주셨고 약사로서 자긍심을 잃지 않도록 다그치시던 모습도 아련히 떠오릅니다. 또한 양주시 곳곳을 회장님과 함께 돌면서 약무감시와 약사로서의 정도를 벗어나는 회원들을 질책하고 독려했던 일 등등을 생각하면 가슴 뿌듯했던 일도 많았고 지금 약사회를 이끄는 입장에서 공부도 많이 되었던 시절이었습니다.
또한 권회장님은 지역 사회에서 봉사활동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하셔서 양주시 범죄예방위원회, 건국위원회 등 지역사회 발전에도 큰 기여를 하심으로서 약사들의 위상을 한층 높여 주셨습니다.
이제 이 모든 것이 추억으로 스러져 갈 것을 생각하니 너무도 허망하고 아쉽고 권 전회장님의 큰 그늘을 벗어나 양지로 나아서기가 두렵기조차 합니다.
제 마음속에는 영원히 살아 계시겠지만 속세에서는 연을 다하셨기에 이젠 기쁘게 보내드리려 합니다. 부디 저 곳에서는 이승에서 못다한 꿈을 모두 이루시고 편히 잠드시길 바랍니다. 살아 생전에 유난히도 여행을 좋아하셨던 회장님이셨으니 혼백이라도 이 세상 끝에서 저 세상 끝으로 자유롭게 영면하시길 진심으로 기원합니다.
끝으로 조문하여 주신 양주 시장님과 양주보건소장님, 계장님 그리고 가시는 길 외롭지 않게 벗 되주신 약사 회원분, 또 권회장님을 생전에 사랑해주신 지역민들께 진심으로 감사의 말씀 올립니다.
2004년 4월 13일
김문호 <양주시 약사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