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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레연 약사의 필리핀 여행기⑤<完>
입력 2006-03-30 11:27 수정 최종수정 2006-08-30 15: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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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오는 비행기서
내 나라의 소중함 느껴
가깝지만 먼 나라 필리핀,
아시아 중심국으로 우뚝 서길


당시에 마침 10월 9일 한글날이었는데, 우리의 한글이 얼마나 훌륭한지 또 한글이 또랑또랑하게 살아있는 이 나라가 얼마나 위대한지를 자꾸 느끼게 됐다. 아무리 세계 공용어가 영어로 변해간다 하지만 제나라 있고 제 국민 있고 제 말이 있어야 결국 대접받는 나라가 되는 것 아니겠는가? 필리핀인들이 모두 영어를 구사하고 국제 사회에서 훌륭히 의사소통을 잘해서 장차 미래가 밝을 것이라 말하는 이도 있지만 실상은 나라는 작지만 뭐든 자기 것이 고유하게 살아있고 또 그것을 지키려고 노력할 때 그 바탕 위에서 영어도 있고 프랑스어도 있고 일본어도 있고 라틴어도 있는 것이 아닐까?

하지만 무엇보다도 현재의 필리핀을 외부에서 본 견해로 이렇다 저렇다 평가 할 수는 없다고 본다.

언어나 정치나 경제나 무엇이나 간에 그 국민들이 느끼는 행복지수는 우리가 외부에서 느끼고 평가하는 것과는 전혀 다를 수 있기 때문이다. 과연 무엇이 진실인지는 직접 필리핀을 가서 느껴 볼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곳의 물가가 우리의 5분의 1에서 10분의 1도 더 되는 경우가 있지만 물가가 저렴하면 사실은 살기에 편한 곳이다. 개인적으로는 물가가 저렴한 그런 곳에서 상당기간 살아보고 싶은 생각도 없지 않아 있다.

따지고 보면 국가가 고유의 정통성을 지키는 것이 중요하지만 좋은 제도나 문물을 받아들여 번성하는 것도 한 방편일 수 는 있을 것이다. 지금 미국도 실상은 그렇게 뒤바뀐 경우에 해당되는 경우이다. 그러나 같이 여행을 갔던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곳에 와서 보니 대한민국이 얼마나 괜찮은 나라인지 알겠노라고 이구동성으로 말하고 있었다.

평범한 사람으로서 이제껏 많은 비행을 한 것은 아니지만 난 항상 비행기를 탈 때마다 그 경이로움에 늘 감탄사를 연발하곤 한다. 물론 처음 발명한 라이트 형제에게 늘상 감사함은 물론이다. 어떻게 이 많은 화물과 사람을 태우고 시속 800~1000Km로 구름 위 하늘을 유유히 날아갈 수 있단 말인가? 이를 당연한 것으로 여긴다면 비가 오는 것도 눈이 오는 것도 바람이 부는 것도 해가 지고 달이 뜨는 것도 그저 다 당연한 걸로 여기게 될 것이다. 그러면 이 세상에서 신비로운 것은 아무것도 없게 될 것이다.

1981년에 LA에서 영국 맨체스터로 날아 갈 때의 일이다. 누군가 "저 밑이 북극이다!"고 해서 얼른 아래를 내려다보니 희뿌연 눈 같은 것이 온통 가득 찬 평원 위를 날고 있었다. 모든 것이 얼음으로 뒤 덮인 북극의 산하는 특별히 볼 건 없었다. 하지만 나는 끝까지 그 광경에서 눈을 뗄 수 가 없었다. 또한 프랑스 상공을 날면서는 끝없이 펼쳐진 평원을 바라보며 '저것이 결국 일찍이 프랑스를 강대국으로 만든 힘'이려니 하며 부러운 생각이 들기도 했다. 날아오르기만 하면 온통 산으로 뒤덮인 우리의 산하와는 너무나 다른 풍경인 것이다. 농경시대의 국가 경쟁력에서 어찌 비교나 될 수 있었겠는가.

오후에 날아오른 필리핀 상공은 쾌청했다. 왼편으로 섬의 끝이 어슴프레 보인다. 넓은 평야가 이어지다가 마치 염전을 좍 깔아놓은 듯한 지역이 방대하게 펼쳐진다. 구불구불 강이 넓게 흘러간다. 고도를 높이자 이내 구름 속으로 풍경은 사라져 버린다. 그리고 마치 발아래 그린랜드 빙하가 펼쳐지듯 온통 눈 속에 파묻힌 듯한 대 설원이 끝없이 나타난다. 아! 구름송이가 설원처럼 보이다니! 생각하기에 따라서는 구름이 눈이 되고 눈이 구름처럼도 되는구나, 하긴 구름에서 눈이 내리지…. 솜 뭉치와 눈 뭉치 같은 구름 송이를 썬 그라스 없이 계속 보자니 눈이 어둑해진다. 마치 처음 비행기를 타 보는 어린아이처럼 그렇게 노을이 질 때까지 창가의 빈자리에 가서 바라보고 또 바라보았다. 이윽고 태양이 서쪽 하늘로 꼬리를 감추며 불그레한 띠를 붓으로 칠하듯 연출하기 시작한다. 하늘에 올라 바라보는 저녁노을은 그 길이도 길지만 지속 시간도 상당하다. 내가 하늘에 있는 건지 땅에서 하늘을 위로 바라보는 건지 분간이 애매하다. 항상 창가에 앉을 수 는 없겠지만 분명 항공요금의 일부는 저렇게 멋진 구름을 보는 것에 지불해야 한다고 나는 종종 생각한다.

한국에서 대략 2500여Km 떨어진 필리핀, 사실 미국이나 유럽에 비하면 아주 가까운 거리지만 그래도 우리네 생활 개념으로 보면 머나먼 거리이다. 그 거리를 비행기 날개 짓 하나로 잠깐만에 인천에 도달한다. 그곳의 코코아나무는 여전히 바람에 휘날리고 있을 터이고 리잘공원의 영웅 리잘 무덤을 지키는 병사들도 여전히 부동자세를 취하고 있을 필리핀! 그리고 리잘이 처형 전 마지막으로 남겼다는 詩 한편을 생각해 보며 어서 빨리 필리핀이 아시아의 중심국으로 우리와 함께 우뚝 설 그날을 기대해 마지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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