컬쳐
여행기
나레연 약사의 필리핀 여행기③
입력 2006-03-22 15:36 수정 최종수정 2006-08-30 16:21
인쇄하기 메일로 보내기 스크랩하기
작게보기 크게보기
필리핀의 명암(明暗)-마르코스와 이멜다
독재자에 항거 최초로 재선 성공한 대통령 불구 스스로 파멸
아내 이멜다의 허영심 위해 부정축재 등 비리 일삼게 돼


1940년대 초에 일본이 태평양 전쟁을 일으켜 결국 필리핀을 점령하게 된다. 만주와 똑같이
괴뢰 정부를 세운다. 결국 1944년도인가 맥아더 장군이 이끄는 560척의 전함과 상륙군이 필리핀을 재탈환 하는데 성공한다.

이후 약간의 기간을 거쳐 비로소 필리핀에 첫 자신의 나라가 세워진다. 무려 400여년의 기나긴 식민 통치 기간을 마감하게 되는 것이다.

2차대전 이후 바로 독립하여 복구에 열심이던 때에 한국에서는 6.25가 터진다.

당시 타임지 특파원으로 또 종군기자로서 필리핀의 아키노 전 상원의원이 한국을 온다. 그는 6.25 당시 전란의 참상을 겪고 있는 한국의 실상을 본국에 타전한다.

아키노 상원의원은 다 알다시피 독재자이자 절친한 친구인 마르코스 대통령에 대항하던 야당 지도자로서 오랜 망명생활을 접고 1983년 생명이 위태로운 것을 알고서도 계엄령하의 조국으로 돌아온다.

공항에서 트랩을 내리고 한 발 떼어 놓기가 무섭게 저격수의 총탄을 맞고 그 자리에서 사망한다. 이 광경에 대해 필자도 당시 TV 를 통해 전 세계에 생중계 된 것을 본적이 있다.

아키노는 필리핀 화폐 500페소에 초상화로 등장한다. 화폐 뒷면에는 타임지 특파원 시절 한국의 참상을 알리고 한국을 도와야 한다고 타전했던 글귀가 일부 소개되어 있다.

나는 일부러 깨끗한 500페소 지폐를 하나 구해 왔다.



一國의 화폐에 이런 글귀가 소개되어진 것도 전무후무한 것이지만 나는 그 글귀를 보면서 ‘아, 이럴수가!’ 하는 뭔지 모를 감동이 뭉클 가슴을 치고 지나감을 느꼈다.

6.25때 6번째던가…. 많은 참전군을 보낸 나라. 그리고 당시 부족했던 쌀을 많이 한국에 원조해준 나라, 그 필리핀 땅에 서서 이런저런 얘기를 들으며 나는 왠지 모를 눈물이 자꾸 나왔다.

온통 역사라고는 겹겹의 식민지로 얼룩진 나라! 우리의 고난에 비할 바 없는 혹독한 시련을 겪어온 나라!

하지만 우리가 결정적으로 어려울 때 우리를 도운나라! 그 나라가 지금 무슨 연유인지 정확히는 몰라도 어렵게 삶을 유지하고 있었다. 빈부의 격차가 말로 할 수 없는 곳, 도시 빈민들이 고가 도로 밑에 판자 하나로 삶을 영위하고 이들을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나라.

80% 이상이 단일 종교를 갖는 종교 국가지만 이런 문제에는 별 뚜렷한 해결책을 제시하지 못하는 듯한 나라. 어찌 이럴 수 가 있을까 ?

남북한 합친 면적의 1.3배 정도의 크기에 인구는 8500만명 정도의 필리핀, 바나나, 코코아, 쌀 등 풍부한 먹거리에다 철, 구리, 니켈 등 엄청난 지하자원 거기다 최근엔 석유까지….

자원으로 보면야 우리보다 월등한데, 자원 貧國인 우리가 자원이 풍부한 이 나라를 걱정하는 게 어디 논리상으로 맞는 얘긴가?

또 그러니 열강들이 먹이 감으로 노렸겠지. 하지만 1960년대에 우리보다 월등히 잘살던 필리핀은 이제 너무나 살기가 고달파 보인다.

1965년에 집권한 마르코스가 “나라를 다 말아 먹어 그렇다”는 說도 있고 마르코스 실각 후 몇몇 지도자가 거쳐 갔지만 아직 결정적인 리더가 나오지 않아서 그런 것도 같아 보이고….

국민소득 2~3천 달러에 머무르는 이유는 많을 것이다.

고속도로 하나 제 힘으로 못 놓고 자동차 한대 제 힘으로 못 만든다. 당연 열악한 도로 인프라에 도시 매연 또한 상당히 심해서 대체로 도심을 걸어 다니기가 우리는 불편하다.

한편 마르코스 집권과 비슷한 시기에 우리나라는 제철소를 세웠다.

선진국에서는 “말도 안된다”며 다 코웃음 쳤던 제철소를 당시 일본의 대일 청구권 자금 일부를 전용하여 포항의 신화를 이룬다(박태준 회고록에서).

경부고속도로는 1970년대에 겨우 뚫었지만 동시에 조선, 자동차, 중화학 공업에 겁 없이 뛰어 들지 않았든가?

自國의 제철소 없이 新日本 제철이나 US STEEL에서 철판 가져다 자동차 만들면 과연 우리가 그나마 무슨 경쟁력이 있었을까?

철판이 많이 들어가는 造船은 또 어떠한가? 아니 그 외에 뭐는 가능할까?

1960~1970년대에 우리가 그 일을 게을리 했다면 과연 오늘의 한국은 어디로 가고 있을 런지 잘은 알 수 없지만 현재의 한국을 만든 것은 단연 세계적 경쟁력을 갖는 포철과 같은 제철소의 설립이었다고 말하고 싶다.

물론 기타의 원인은 제외하고 말이다.

헌데 필리핀의 문제는 아무리 봐도 1965년에 집권한 마르코스로부터 시작된다.

그도 집권 초기에는 아주 잘했다고 전해온다. 6년 단임으로 되어있는 대통령 임기를 잘 채우고 필리핀 역사상 최초로 재선에 성공한 이가 바로 마르코스다.

워낙에 우리도 1970년대 초기에 유신독재에 시달려서 물 건너 남의 나라 일에 크게 신경 쓸 겨를이 없었다.

마르코스, 그의 부친은 일찍이 필리핀 상원 의원이었고 그 家門은 스페인 통치 시절부터 금광 채굴권을 가지고 있어 대 부호였다고 한다.

미국의 영향으로 상하원으로 나뉘어 있는 양원제에서 단 24명뿐인 상원 의원은 우리가 생각하는 이상으로 상당한 직위인 듯 하다.필리핀 역사에서 세 사람의 머리가 명석한 이를 꼽을 때 마르코스가 포함된다하니 그는 상당한 식견과 통찰력을 갖고 있었음이 틀림없다.

그러던 그가 이멜다를 만나면서부터 일이 달라지기 시작한다. 이멜다 여사는 가난한 어느 섬 출신인데, 무작정 마닐라로 상경하여 제 1회 미스마닐라 대회에 출전 2위로 입상, 시상식에서 왕관을 내 동댕이친 것으로 유명하다. 그리고 화려하게 필리핀 사교계에 데뷔한다.

그 후 마르코스를 만나게 되고 그와 결혼(이때 마르코스는 이미 부인이 있었다), 그리고 마르코스가 대통령으로 당선된다.

비록 명문가문 출신은 아니지만 이멜다는 타고난 미모에 배짱을 갖고 있는 등 상당 수준 이상의 멋진 여자였던 것 같다.

그런데 그런 훌륭했던 여성이 왜 필리핀 역사에서 문제가 되는 것일까?

필리핀 역사상 처음으로 再選에 성공한 마르코스는 결국 한국과 같이 3선 개헌을 단행한다.

결국은 계엄을 선포하고 무력 군사독재를 계속한다. 그리고 부인 이멜다가 해 달라는 것은 뭐든지 다 해주기 시작 한다.

개인 사파리장을 비롯하여 외국 백화점 쇼핑을 통해 수많은 보석 모피 금은보화 등을 싹쓸이한 것은 이미 다 알려진 사실이다. 400년의 식민지 지배도 모자라서 지도자들의 그러한 행태와 함께했던 필리핀 국민들이 결과적으로는 아직은 福이 충분치 않다고 밖에는 달리 말할 수가 없을듯하다.
그리고 거기에 소요되는 막대한 자금은 부정축재-온 나라의 채굴권, 영업권 등을 외국인에게 팔아넘긴 대가-로 충당하게 된다.

예컨대 금광 채굴권은 몇 년 간 얼마, 석유 채굴권은 얼마, 구리광산은 얼마 등의 식이다.
이때 팔아치운 것들 중 세계 최대 최상의 민다나오 진주 양식장은 제주도의 22배에 달하는 크기인데 Mikimoto라는 일본 상표로 지금은 전 세계에 팔려나가고 있다.

그 엄청난 진주 수입이 몽땅 일본 사람의 것이 되고 만 셈인데…. 아니 일본 식민 통치에서 벗어난 것이 얼마라고 나라의 國富를 또 일본인한테 넘길 수 있는 것인지….

우리도 IMF 때 알토란같은 기업을 외국에 내다 팔았지 않았든가. 물론 위의 필리핀의 경우와는 좀 다르다고 할 수 는 있겠지만 말이다.

기네스북에 오를 정도의 화려한 웨딩드레스를 입고 결혼한 이멜다의 원인을 알 수 없는 욕심이 점차 필리핀을 멍들게 하고 있었던 셈이다.

7,107개의 흑진주로 치장한 웨딩드레스. 세계 최고의 부와 화려함을 뒤로한 채 결국 1986년에 마르코스는 권좌에서 쫓겨나 하와이로 망명을 하게 된다.
전체댓글 0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인기기사 더보기 +
약업신문 타이틀 이미지
[]나레연 약사의 필리핀 여행기③
아이콘 개인정보 수집 · 이용에 관한 사항 (필수)
  - 개인정보 이용 목적 : 콘텐츠 발송
- 개인정보 수집 항목 : 받는분 이메일, 보내는 분 이름, 이메일 정보
- 개인정보 보유 및 이용 기간 : 이메일 발송 후 1일내 파기
받는 사람 이메일
* 받는 사람이 여러사람일 경우 Enter를 사용하시면 됩니다.
* (최대 5명까지 가능)
보낼 메세지
(선택사항)
보내는 사람 이름
보내는 사람 이메일
@
Copyright © Yakup.com All rights reserved.
약업신문 의 모든 컨텐츠(기사)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무단 전재·복사·배포 등을 금지합니다.
약업신문 타이틀 이미지
[]나레연 약사의 필리핀 여행기③
이 정보를 스크랩 하시겠습니까?
스크랩한 정보는 마이페이지에서 확인 하실 수 있습니다.
Copyright © Yakup.com All rights reserved.
약업신문 의 모든 컨텐츠(기사)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무단 전재·복사·배포 등을 금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