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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기
나레연 약사의 필리핀 여행기 ①
쾌적한 비행기 올라타 불안감 떨치고 출발
입력 2006-03-08 10:39 수정 최종수정 2006-09-05 1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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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레연 약사-서울대 약대졸, 경기도 약사회 부회장
스페인·미국·일본 압제 속 자국어 상실한
'코코넛의 왕국'


공항버스를 타려고 약국에서 집으로 향하는데 내리치는 빗줄기가 장난이 아니다.

‘하필 이때 무슨 태풍이라도 오는 건 아닐까?’ 이러다 오늘 못 떠날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이 스치기도 한다.

여행! 언제 들어도 마음이 설레는 말이다. 그것도 참으로 오랜만에 집 사람이랑 같이 가는 거라니….

워낙에 싼 관광 상품이라 적이 근심도 되었다.

필리핀 왕복 항공 요금에도 훨씬 못 미치는 금액으로 4박 5일 여행이라니, 혹 비행기가 너무 낡은 것은 아닐까, 시원찮은 호텔에 식사도 형편없고 터무니없는 선택 관광을 요구하고…. 등등 이거 ‘싼 게 비지떡’이라고 없는 시간에 괜히 시간만 낭비하고 오는 건 아닐지 일말의 불안이 계속 되었지만, 뭐 어쩌겠는가.

이미 엎질러진 물인걸, 게다가 근래 세계 이곳저곳에서 노후 비행기의 추락이 잇따라 일어나고 피해야 할 항공사 까지 나돌고 있으니 여행의 기대감 보다는 불안감이 솔직히 더했고 모처럼의 여행을 잘못 선택한건 아닌지 등으로 마음이 편치 않았다.



인천공항 50번 탑승구를 따라 필리핀 에어라인을 타보니 생각 보다는 기내가 깨끗하였다. 아! 괜한 걱정을 했나보다. 옆에 앉은 아내도 별 불만은 없어 보였다.

캄캄한 밤하늘을 비교적 쾌적하게 날아가는 비행기는 그간의 모든 불안이 부질없는 것이었으며 동시에 밤하늘로 실체도 없이 스스르 사라지게 만들고 말았다.

아무것도 안보이던 칠흙같은 어둠 저 밑으로 드디어 불빛이 선명히 보이기 시작했다. 필리핀 마닐라에 들어온 것이다.

도대체 필리핀은 어떤 나라일까?

어둑한 마닐라 거리를 좀 달리니 마닐라 호텔이 나온다.

요즘 인천 자유공원 동상문제로 시끄러운 맥아더가 2차대전 당시 560척의 전함을 이끌고 들어와 사령본부로 사용했다는 90년 역사를 자랑하는 곳이다.

열대지역 특유의 칙칙함과 항구의 냄새가 함께 섞여 훅 다가온다. 공항에서와 똑 같이 호텔입구의 X-Ray 검사기를 통과하고 방으로 향한다. 겉보기엔 평온해 보이는데 뭔가 치안에 문제가 많은 지역인 모양이다.

양말 문화가 있을 리 만무한 이들은 호텔방도 구두 신은채로 들락거린다. 원목 조각으로 깔린 마루가 좀 아깝게 생각되었다.

아침에 눈을 떠보니 창 너머로 ‘MS PHILIPPINS’ 라는 글자가 선명한 커다란 크루즈처럼 생긴 배가 바로 코앞에 정박해 있다. 인천 연안부두 같은 항구가 바로 호텔 앞으로 붙어 있었다.

솔직히 이번 여행은 아무 생각 없이 그저 단순히 며칠 바람 쐬러 온 것이 전부이다.

그것도 주말 끼고 연휴 끼고 하면 요금이 많이 비싸니 과감히 주중을 택해 날을 잡았다.

그냥 간 여행이니 준비고 뭐고가 있을 리 만무다. 사전에 필리핀을 조금이라도 공부한 것도 아니고 그저 바람 부는대로 물결치는 대로 갔다 오기로 했다.

워낙 비용도 저렴하니 주면 주는 대로 가자면 가는 대로 일체 불평이나 불만도 제기하지 않을 것을 스스로 다짐한 터였다.



끝을 알 수 없을 정도로 규모가 크다는 코코넛 농장인 빌라 에스쿠데로 로 이동 하면서 가이드가 천천히 필리핀의 역사를 풀어 놓는다.

스페인으로부터 300 몇십년 미국으로부터 40여년 십년 그리고 마지막으로 일본으로부터 또 몇년 도합 400 여년 가까이 외세의 식민 통치를 겨우 끝낸 필리핀은 그야말로 '내'가 누군지 어디서 왔는지 조차 애매한 민족성의 혼돈 시대를 살고 있는 듯 했다.

말이 400여 년이지 생각을 조금만 돌려보면 우리가 일제의 36년을 거치고도 이렇듯 식민의 후유증이 심각한데 그 열배 가까운 세월을 지배당하고 산 필리핀 민족은 오죽할까.

아무리 살펴보고 살펴봐도 자기 나라말인' 따갈로語'는 간판 하나에도 그 흔적이 없다.

7,000 여개의 섬으로 이루어져 극심한 사투리가 많다 하지만 또 아무리 영어를 공용어로 택했다고는 하지만 저토록 철저히 영어 간판만 존재 하다니!!

미국의 어느 허름한 시골 동네를 지나가는 느낌이다.

매캐한 매연을 헤치고 도심을 빠져 나가려하니 우악스런 시멘트 고가도로 바로 밑으로 말로 형용할 수 없는 허름한 판자집들이 닥지닥지 끝없이 연결되어 나타난다.

아무리 빈부격차가 심한 나라라지만 또 우리나라도 서울에 판자촌이 없는 게 아니지만 저 심한 매연 구덩이 속에 저렇게 방치되어 하루를 살아가고 있다니!!

일본인들이 자국의 자동차를 판매하기 위해 건설한 고속도로라는 데를 달려가며 보이는 창밖의 풍경은 끝없는 열대 들판에 군데군데 코코넛 나무가 전부이다.

예전엔 야자수가 휘늘어진 해변을 너무나 멋지게 생각한 적도 있었다. 우리에겐 없는 것이 더 좋아 보일 수 있기 때문이다.

헌데 지금은 필리핀의 ‘저 코코넛 나무를 만일 우리의 소나무로 바꿔 놓으면 어찌될까’하는 엉뚱한 상상을 해본다.

나름대로 다 멋있는 나무지만 아무래도 소나무가 더 좋다고 결론을 내려본다.

물론 코코넛은 어느 한 부위도 버릴 것이 없이 100% 활용된다는 효자 나무이다.

밋밋한 맛의 열매 속의 물(水)은 물론이요, 그 속껍질은 비누로 겉껍질은 자동차나 침대의 속으로 또 뿌리 에서는 감기약의 원료를 만들고 나뭇잎으로는 잘 썩지 않는 지붕을 이으며 그 외 여러 용도로 쓰여 하나도 버릴 것이 없단다.

해서 전세계 코코넛의 40%를 생산하는 필리핀은 나무 하나 하나마다 세금을 물리는 나라라니 가히 코코넛 제국이라 해도 틀린 말은 아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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