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은 먹는 사람을 반영한다. 누트로픽이 딱 그렇다. 누트로픽은 뇌의 인지기능을 향상시켜 준다는 다양한 보충제를 말한다. 뇌기능을 향상시켜주는 음식이나 식품성분은 전에도 있었다. 커피와 카페인 음료가 대표적이다. 그럼 누트로픽은 뭐가 다른가? 가장 두드러진 특징 하나는 사람의 몸을 컴퓨터 소프트웨어처럼 여기는 사람들이 주도하는 식품 트렌드라는 거다. 인체도 컴퓨터 프로그램처럼 계속 업데이트하면 더 좋아질 거라고 믿는 이른바 바이오해커가 찾는 식이보충제다. 요즘에는 암호화폐 투자자로, 전에는 페이스북, 스카이프, 에어비앤비가 뜨기도 전에 거금을 투자한 것으로 유명한 안드레센 호로위츠(Andreessen Horowitz)가 일찍이 2015년 누트로픽 스타트업에 대한 투자로 뉴스 헤드라인을 장식한 적이 있다.
누트로픽은 말하자면 실리콘 밸리의 관점으로 본 뇌기능 향상물질이라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이제는 대다수의 사람이 비슷한 눈으로 식품을 바라보는 것 같다. 1970년대 초 누트로픽이란 용어가 처음 만들어졌을 때만 해도 주로 인지기능을 향상시키는 약물을 의미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식품으로 영역이 확장됐다. 2000년대 에너지드링크가 인기를 끌 때도 누트로픽이란 말이 함께 사용됐다. 미국에서는 원조 누트로픽인 카페인에 비타민B12를 하루 필요량의 40배나 되는 고용량으로 추가한 제품이 출시되기도 했다. 그렇게 마시면 뇌기능이 더 향상될 거라는 게 업체의 설명이었다.
국내에서도 올해 수능을 앞두고 누트로픽이 화제가 됐다. 일명 공부 잘하는 약 또는 스마트 드럭이라고 부르는 ADHD 치료제 처방이 강남 3구(강남,송파,서초)와 노원에서 제일 많이 처방됐다는 것이었다. 이런 뉴스를 보면 부작용 걱정으로 그런 약을 쓰기는 싫지만 그래도 뭔가 뇌기능이 향상되는 걸 먹고는 싶은 사람이 생기기 마련이다. 중요한 시험을 앞둔 사람이나 승진을 기다리는 직장인이라면 식품 중에 비슷한 효과가 있는 건 없을까 찾아보게 된다. 누트로픽이 인기를 끄는 이유다. 은행잎 추출물, 비타민B복합제, 인삼처럼 우리에게 친숙한 것들이 있는가 하면 홍경천(로디올라), 테아닌, 티로신, 콜린 같은 생소한 것들, 아유르베다에서 사용한다는 약초들까지 일일이 나열하기 어려울 정도로 많다. 아직 국내에 허가되지 않은 것들이 많지만 인터넷 직구로 구입하여 섭취하고 있다는 사람이 내 주변에도 여럿이다.
그렇다면 누트로픽의 효과는 어느 정도일까? 효과가 없진 않을 것 같은데 아직 명확한 근거는 부족하다. 이 분야의 절대강자 카페인을 놓고 보면 이해하기 쉽다. 카페인은 주의력과 집중력을 향상시킨다. 일부에서는 카페인은 각성제이므로 엄밀히 말해 누트로픽이 아니라고 주장하기도 한다. 장기적으로 뇌기능을 향상시키면서도 피로, 스트레스에 대한 저항력을 줄 수 있어야 누트로픽이라는 얘기다. 하지만 그렇게 보면 누트로픽으로 효과가 충분히 입증된 물질이 거의 없다. 아직 카페인 이상의 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 물질이 없어서 카페인을 누트로픽에서 배제하려고 하는 게 아닌가 의심스러운 이유다. 실제로 미국 편의점 벽면을 가득 채우고 있는 기능성 음료에는 2X, 3X로 표시된 것들이 많다. 카페인을 기존 제품보다 2배, 3배로 넣었다는 뜻이다.
여러 신체기관 중 뇌가 플라시보 효과에 제일 취약하다. 비싼 약이라고 얘기해주면 파킨슨병 치료제의 약효가 28% 향상된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머리가 좋아지는 약이나 음식이라고 말해주면 먹고 나서 왠지 뇌 기능이 향상된 것만 같은 느낌이 들기 쉽다. 경험담만 듣고 누트로픽에 지갑을 열기는 어려운 이유다. 시간이 지나고 연구 결과가 좀 더 쌓이면 지금보다 선택이 쉬워질 듯하다. 하지만 지금도 뇌 기능을 위해 할 수 있는 일이 있다. 건강에 유익한 식단이 뇌 건강에도 유익하다. 독서는 집중력, 사고력을 향상시키고 불안을 완화하며 노화로 인한 인지기능을 늦춰주는 데 도움이 된다. 운동은 뇌유래 신경영양인자(BDNF)의 분비를 증가시킨다. 새롭게 유행하는 뭔가를 먹거나 비용을 따로 들이지 않아도 뇌 기능 향상을 위해 할 수 있는 일은 많다.
인기기사 | 더보기 + |
1 | HLB, 담관암 혁신신약 물질 도입...내년 신약허가 추진 |
2 | 에이비엘바이오-리가켐바이오, 美혈액학회서 'ROR1 ADC' 1상 중간 결과 발표 |
3 | 'MD'가 뭐길래…화장품·제약·바이오업계 다 뛰어든다 |
4 | "아토피 치료제 왕좌 향한 도전, 국내 제약바이오의 반격" |
5 | [르포] ‘왜 가려울까’ 원인 찾기 위해 첩포·혈액·수분도 등 검사 |
6 | 오유경 최장수 식약처장, “규제혁신, 앞으로도 이어질 것” |
7 | HLB그룹, 2025년 정기 임원인사...'수석부회장' 신설 |
8 | [약업닷컴 분석] 11월 바이오 임상 '3상 14건'…한미·LG화학·셀리드 10월 0건 공백 메워 |
9 | “스테로이드에서 항체, 줄기세포까지” 아토피 치료제는 진화 중 |
10 | [진단과치료] 중증 아토피피부염, 생물학적제제 치료 안전성과 효능 확인 |
인터뷰 | 더보기 + |
PEOPLE | 더보기 + |
컬쳐/클래시그널 | 더보기 + |
음식은 먹는 사람을 반영한다. 누트로픽이 딱 그렇다. 누트로픽은 뇌의 인지기능을 향상시켜 준다는 다양한 보충제를 말한다. 뇌기능을 향상시켜주는 음식이나 식품성분은 전에도 있었다. 커피와 카페인 음료가 대표적이다. 그럼 누트로픽은 뭐가 다른가? 가장 두드러진 특징 하나는 사람의 몸을 컴퓨터 소프트웨어처럼 여기는 사람들이 주도하는 식품 트렌드라는 거다. 인체도 컴퓨터 프로그램처럼 계속 업데이트하면 더 좋아질 거라고 믿는 이른바 바이오해커가 찾는 식이보충제다. 요즘에는 암호화폐 투자자로, 전에는 페이스북, 스카이프, 에어비앤비가 뜨기도 전에 거금을 투자한 것으로 유명한 안드레센 호로위츠(Andreessen Horowitz)가 일찍이 2015년 누트로픽 스타트업에 대한 투자로 뉴스 헤드라인을 장식한 적이 있다.
누트로픽은 말하자면 실리콘 밸리의 관점으로 본 뇌기능 향상물질이라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이제는 대다수의 사람이 비슷한 눈으로 식품을 바라보는 것 같다. 1970년대 초 누트로픽이란 용어가 처음 만들어졌을 때만 해도 주로 인지기능을 향상시키는 약물을 의미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식품으로 영역이 확장됐다. 2000년대 에너지드링크가 인기를 끌 때도 누트로픽이란 말이 함께 사용됐다. 미국에서는 원조 누트로픽인 카페인에 비타민B12를 하루 필요량의 40배나 되는 고용량으로 추가한 제품이 출시되기도 했다. 그렇게 마시면 뇌기능이 더 향상될 거라는 게 업체의 설명이었다.
국내에서도 올해 수능을 앞두고 누트로픽이 화제가 됐다. 일명 공부 잘하는 약 또는 스마트 드럭이라고 부르는 ADHD 치료제 처방이 강남 3구(강남,송파,서초)와 노원에서 제일 많이 처방됐다는 것이었다. 이런 뉴스를 보면 부작용 걱정으로 그런 약을 쓰기는 싫지만 그래도 뭔가 뇌기능이 향상되는 걸 먹고는 싶은 사람이 생기기 마련이다. 중요한 시험을 앞둔 사람이나 승진을 기다리는 직장인이라면 식품 중에 비슷한 효과가 있는 건 없을까 찾아보게 된다. 누트로픽이 인기를 끄는 이유다. 은행잎 추출물, 비타민B복합제, 인삼처럼 우리에게 친숙한 것들이 있는가 하면 홍경천(로디올라), 테아닌, 티로신, 콜린 같은 생소한 것들, 아유르베다에서 사용한다는 약초들까지 일일이 나열하기 어려울 정도로 많다. 아직 국내에 허가되지 않은 것들이 많지만 인터넷 직구로 구입하여 섭취하고 있다는 사람이 내 주변에도 여럿이다.
그렇다면 누트로픽의 효과는 어느 정도일까? 효과가 없진 않을 것 같은데 아직 명확한 근거는 부족하다. 이 분야의 절대강자 카페인을 놓고 보면 이해하기 쉽다. 카페인은 주의력과 집중력을 향상시킨다. 일부에서는 카페인은 각성제이므로 엄밀히 말해 누트로픽이 아니라고 주장하기도 한다. 장기적으로 뇌기능을 향상시키면서도 피로, 스트레스에 대한 저항력을 줄 수 있어야 누트로픽이라는 얘기다. 하지만 그렇게 보면 누트로픽으로 효과가 충분히 입증된 물질이 거의 없다. 아직 카페인 이상의 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 물질이 없어서 카페인을 누트로픽에서 배제하려고 하는 게 아닌가 의심스러운 이유다. 실제로 미국 편의점 벽면을 가득 채우고 있는 기능성 음료에는 2X, 3X로 표시된 것들이 많다. 카페인을 기존 제품보다 2배, 3배로 넣었다는 뜻이다.
여러 신체기관 중 뇌가 플라시보 효과에 제일 취약하다. 비싼 약이라고 얘기해주면 파킨슨병 치료제의 약효가 28% 향상된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머리가 좋아지는 약이나 음식이라고 말해주면 먹고 나서 왠지 뇌 기능이 향상된 것만 같은 느낌이 들기 쉽다. 경험담만 듣고 누트로픽에 지갑을 열기는 어려운 이유다. 시간이 지나고 연구 결과가 좀 더 쌓이면 지금보다 선택이 쉬워질 듯하다. 하지만 지금도 뇌 기능을 위해 할 수 있는 일이 있다. 건강에 유익한 식단이 뇌 건강에도 유익하다. 독서는 집중력, 사고력을 향상시키고 불안을 완화하며 노화로 인한 인지기능을 늦춰주는 데 도움이 된다. 운동은 뇌유래 신경영양인자(BDNF)의 분비를 증가시킨다. 새롭게 유행하는 뭔가를 먹거나 비용을 따로 들이지 않아도 뇌 기능 향상을 위해 할 수 있는 일은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