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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재훈의 알아두면 쓸데있는 신비한 약이야기
<140> 식재료 페어링의 원칙
정재훈
입력 2023-09-21 13:52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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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에는 어울리는 짝이 있고 어울리지 않는 짝이 있다. 과학자들의 추산에 따르면 가능한 식재료 조합은 1,000조 개 이상이다. 하지만 우리가 실제 사용하는 레시피는 수백만 개에 불과하다. 게다가 그들 중 상당수가 중복이다. 요리를 할 때 아무 원칙 없이 임의로 식재료를 조합하지는 않는다는 이야기다.

제일 흔하게 식재료를 페어링하는 방법 하나는 제철에 나는 로컬 식재료를 함께 쓰는 것이다. 동일한 토양에서 비슷한 시기 수확한 농산물을 함께 쓴다니 듣기만 해도 기분이 좋아진다. 하지만 좀처럼 지키기 어려운 원칙이기도 하다. 식당 원산지 표시나 식품 뒷면 원재료만 봐도 쉽게 확인할 수 있다. 철이 다른 식재료는 물론이고 세계 여러 곳에서 생산된 식재료를 섞어 쓰는 게 일반적이다. 식당 메뉴를 바꾸지 않으려면 현실적으로 그렇게 할 수밖에 없다.

지역 제철 식재료를 쓴다는 원칙이 반드시 과학적으로 사실로 증명된 것도 아니다. 동일한 조건, 같은 땅에서 자란 식물도 종이 다르면 맛이 다르다. 토양의 미네랄이 식물로 전부 흡수되지 않을뿐더러 식물의 풍미 물질은 식물 그 자체가 만드는 것이기 때문이다.

음식궁합에 대한 속설도 사실과 다르다. 시금치와 두부를 함께 먹으면 결석이 생긴다는 말이 대표적이다. 시금치 속 수산이 두부 칼슘과 결합하면 흡수가 덜 되긴 하지만 신장결석이 잘 생기는 사람에게는 장점이 될 수 있다. 수산이 흡수되지 않으니 신장결석 위험이 줄어든다. 그래서 신장결석을 주의해야 하는 사람에게는 시금치를 먹을 때 우유나 두부처럼 칼슘이 풍부한 식품을 곁들여 먹는 게 더 나은 선택이 될 수 있다.

당근과 오이를 함께 먹으면 안 된다는 설도 마찬가지로 틀렸다. 당근 속에 비타민C를 분해하는 효소가 들어있지만 이런 효소는 대부분의 채소에 들어있다. 심지어 오이에도 들어있다. 그래서 당근, 오이를 자르거나 갈면 세포 속의 비타민C 분해 효소가 흘러나와 비타민C가 파괴된다. 하지만 걱정할 정도는 아니다. 애초에 당근, 오이에 비타민C 함량이 그리 높지 않다. 냉장고에 오래 보관하거나 가열 조리하는 과정에서도 비타민 함량은 줄어들기 마련이다. 비타민C 하나 먹으려고 채소를 먹는 것도 아니고 김밥에 당근과 오이를 함께 넣는다고 영양학적 대위기가 오는 것도 아니다.

팩트체크를 중요시하지 않던 시절 만들어진 속설에 불과한 음식궁합 이야기는 무시하는 게 최선이다. 식사의 즐거움을 스스로 반감시킬 생각이 아니라면 말이다. 

음식 조합에 더 중요한 관건은 특정 식재료와 다른 식재료를 조합할 때 맛이 어울리는가이다. 지역 식문화는 여러 조합 중 맛이 어울리는 것들을 찾아내면서 만들어진다. 수많은 사람이 시행착오를 거듭하며 만들어낸 조합이다. 덕분에 한국에서는 한국인이 사랑하는 맛의 조합, 멕시코에서는 멕시코인 특유의 풍미 조합을 맛볼 수 있다.

나라 안에서도 지역별로 풍미의 결이 다르다. 이러한 풍미 조합에는 어떤 과학적 원칙이 숨어있을까? 네트워크 과학에 정통한 연구자들의 분석에 따르면 세계 공통의 원칙은 없는 걸로 보인다. 서유럽 국가에서는 동일한 풍미 요소를 공유하는 짝을 선호하고 동아시아 국가에서는 공통적 풍미를 피하는 경향이 나타난다. 두 방향 모두 과학적으로 설명 가능하다. 예를 들어 치즈와 구운 닭고기에는 공통 향미성분이 무려 62가지 들어있다. 치킨 파르미지아노가 맛있게 느껴지는 이유다.

반대로 참치김밥과 커피에는 비린내를 풍기는 아민이 공통으로 들어있어서 함께 먹으면 불쾌하다. 동서양이 식재료를 주고받으면서 이런 차이점도 일부 희석되는 경향이 있다. 동아시아 요리에서는 감칠맛 요소가 강화되는 방향으로 식재료를 짝 짓는다는 주장도 있다.

풍미 조합에 대한 과학자들의 연구는 이제 막 시작 단계이다. 하지만 뭔가 일리가 있긴 한 것 같다. 초콜릿과 오이, 블루베리와 고추냉이, 오이와 레모네이드, 캐러멜 크림과 간장과 같은 추천 조합을 맛보면 의외로 잘 어울린다. IBM 슈퍼컴퓨터 왓슨이 제안하는 벨기에 베이컨 푸딩, 딸기와 버섯을 곁들인 베트남 사과 케밥과 같은 요리도 상상을 뛰어넘는 조합이지만 놀랍게 어울린다. 이러한 새로운 조합을 어디까지 받아들여야 할 것인가에 대해서는 토론이 필요하다. 하지만 오랫동안 이어져온 지역별 식재료 페어링의 규칙에도 모종의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는 사실만큼은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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