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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재훈의 알아두면 쓸데있는 신비한 약이야기
<136> 팜므파탈과 약 이야기
정재훈
입력 2023-07-13 10:14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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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여성의 미모에 눈이 먼 고위직 남성이 기밀을 누설한다. 스릴러 영화에 흔하게 등장하는 장면이다. 일부 과학자는 이렇게 남성이 미녀에게 빠지는 나름의 이유가 있다고 설명한다. 매력적인 자손을 남기는데 도움이 될 수 있단 이야기다.

물론 모두가 이런 주장에 동의하는 것은 아니다. 아름다움에 끌리는 것은 생존이나 번식과 관계없는 독립적 현상이라는 반론이다. 이런 논쟁을 생각하면 항생제 미노사이클린이 떠오른다. 2013년 일본 연구 결과 이 약을 복용 중에는 미모 때문에 판단이 흐려지는 경향을 줄일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연구 논문의 제목 자체가 <미세교세포 억제제 미노사이클린이 인간의 경제 교류에서 미인계 위험을 줄인다>이다. 남성 98명을 대상으로 한 이 실험에서 연구진은 4일 동안 참가자를 두 그룹으로 나눠 첫 번째 그룹에는 미노사이클린(200mg/일)을, 나머지 그룹에는 위약을 주었다. 나흘 뒤 참가자들에게 1300엔을 주고 여성의 사진을 컴퓨터 화면으로 보여주면서 사진 속 여성에게 얼마를 맡길 것인가 물어봤다. 돈을 맡긴 뒤에는 사진 속 여성의 신뢰도와 매력도를 평가하도록 했다. 남성이 여성에게 맡긴 금액에 세 배를 곱한 금액이 총액이 되고 여성의 결정에 따라 금액을 둘이 나눠가질 수 있다는 설명이 주어졌다. 8명의 여성 사진을 보여주면서 이러한 일대일 신뢰게임을 8회 반복했다. 하지만 남성 참가자들 모르게 배신이 예정되어 있었다. 사전에 모든 여성이 돈을 독식하기로 결심한 상태였기 때문이다.

실험 결과 남성 참가자들은 확실히 여성의 미모에 흔들렸다. 위약을 복용한 사람의 경우 여성의 외모가 매력적일 경우 평균적으로 자기 돈의 66%를 맡겼고 매력적이지 않을 경우 절반을 맡겼다. 미노사이클린을 복용한 참가자의 경우 이런 차이가 줄어들었다. 약을 복용한 사람들은 외모가 매력적이든 덜 매력적이든 주어진 돈의 절반 정도만 맡기겠다고 답했다. 약을 먹지 않은 남성은 외모에 기만당하는 경향이 나타났지만 미노사이클린을 나흘 복용한 사람은 그렇지 않았다는 이야기다.

항생제로서 미노사이클린은 일반적으로 여드름이나 피부감염을 치료하기 위해 사용되는 약이다. 그런데 미노사이클린은 중추신경계에도 영향을 주어 조현병, 우울증 증상을 완화시키기도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약물은 뇌에서 신경을 보호하는 작용과 항염 작용이 있어서 치매, 다발성 경화증, 척수 손상 등에 효과가 있는지 알아보는 연구도 진행 중이다.

또한 흥분하지 않고 좀 더 차분히 결정을 내리도록 도움을 준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미노사이클린이 남성이 미인계에 흔들리지 않게 도와주는 정확한 기전은 모르지만 아마도 이 약물이 뇌의 미세교세포 활성을 억제하고 뇌에서 도파민, 글루탐산과 같은 신경전달물질과 상호작용하기 때문인 것으로 추측된다.

이 연구는 뇌의 미세교세포가 사람의 정신활동에 미치는 영향, 그리고 약물이 미세교세포의 기능을 조절하는 데 효과를 낼 수 있느냐를 보기 위해 진행된 것이다. 팜므 파탈의 유혹을 피하려면 미노사이클린을 먹으라는 걸로 해석해서는 곤란하다.

약이 부작용으로 사람의 생각이나 행동에 영향을 미치는 경우가 있다는 것만큼은 사실이다. 가령 파킨슨병 치료제인 레보도파를 복용 중에 일부 환자는 도박이나 성적 충동이 증가하여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 본인이 이에 대해 인지하지 못할 수 있어서 약 복용 사실을 아는 주변 사람들이 모니터링해줄 필요가 있다. 여드름 증상이 심할 때 먹는 치료약으로 쓰이는 이소트레티노인 복용 중에 드물지만 우울증 증상이 나타나거나 기존의 우울증 증상이 악화될 수 있다. 드물지만 공격적이거나 과격한 행동을 보이고 감정이 불안정해지는 경우도 생긴다. 매우 드물지만 자살충동이 생기는 사람도 있다. 이 약을 복용 중일 때도 마찬가지로 본인과 주변 사람들이 이러한 감정, 행동 변화를 모니터링하고 문제가 느껴지면 즉시 의사, 약사와 상담해야 한다. 드물지만 반드시 알아둬야 할 부작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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