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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재훈의 알아두면 쓸데있는 신비한 약이야기
<135> 비건 아이스크림 이야기
정재훈
입력 2023-06-28 09:31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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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기심에 비건 아이스크림 두 가지를 맛봤다. 초콜릿 푸딩 아이스크림은 입에서 부드럽고 촉촉하면서도 끈적하게 녹아내렸다. 예전에 야자경화유를 넣어 만든 아이스크림에 비하면 정말 많이 바뀌었다. 야자경화유를 넣은 아이스크림은 유크림으로 만든 것과 향도 다르지만 혀에 닿을 때 녹지 않고 미끈거리는 느낌이 강해서 차이를 알아내기 쉽다. 하지만 내가 맛본 비건 초콜릿 푸딩 아이스크림은 눈감고 비교 시식한다면 유크림을 넣은 보통 아이스크림과 구별하기 어려울 정도로 풍미와 식감이 비슷했다. 잔탄검, 구아검, 카라기난 같은 안정제(증점다당류)를 넣어 점도를 높여준 덕분이다.

비건 소르베는 실망스러웠다. 크리미한 식감은 나쁘지 않았다. 하지만 너무 달았다. 차가운 아이스크림을 먹고 난 뒤의 두통이 마치 설탕 때문인 듯한 착각에 빠질 정도였다. 의아하다. 아이스크림에는 본래 원유나 유가공품이 원료로 들어간다. 법적으로 유지방분 6% 이상, 유고형분 16% 이상이어야 아이스크림이다. 유지방이 10-16%로 더 높은 제품도 있다.

샤베트(Sherbet)에는 유지방이 들어가진 않지만 유고형분이 2% 이상이어야 한다. 샤베트는 소르베와 아이스크림의 중간이다. 소르베(Sorbet)에는 우유나 유제품이 들어가지 않는다. 원래 그렇다. 말하자면 소르베는 물에 과일 맛을 내서 얼린 형태이다. 특별히 의도하지 않아도 비건이다. 과일과 신맛 성분, 감미료를 물에 더해서 얼려낼 뿐이니까 말이다.

만약 비건 소르베가 맛이 없다면 비건이라 그런 게 아니다. 그냥 소르베를 제대로 못 만들어서 맛이 없는 거다. 비건 베이글도 마찬가지다. 기본적으로 베이글에는 동물성 재료가 필요하지 않다. 밀가루, 물, 소금, 이스트 정도면 충분하다. 구울 때 갈색이 좀더 진해지도록 반죽 표면에 기름을 바르기도 하고 단맛을 더하기 위해 설탕, 몰트 시럽, 콘 시럽 같은 감미료를 넣기도 한다. 이때 설탕 대신 꿀을 넣으면 엄밀히 말해 비건 베이글이 될 수 없다. 꿀은 햄이나 베이컨처럼 동물을 희생하여 얻는 음식은 아니지만 우유나 버터처럼 동물에 의해 만들어진 음식이기 때문이다. 물론 비건이라고 모두가 꿀을 먹지 않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꿀은 벌이 벌을 위해서 모은 것이지 사람을 위한 음식이 될 수 없다는 생각에서 꿀을 먹지 않는 비건이 대다수이다.

엄격한 기준에 맞춰 비건 식품을 만드는 건 언뜻 생각하면 어려운 일이지만 뒤집어 보면 의외로 쉬운 일이기도 하다. 이삼십 년 전만 해도 고기를 먹을 기회가 많지 않았다. 식탁에는 고기가 헤엄친 듯한 국, 고기보다 어육과 밀가루가 더 많이 들어있는 소시지가 놓인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인류 역사에서 동물성 식재료를 사용하여 음식을 만들어 먹는 게 대다수의 사람에게 그리 쉬운 일이 아니었다. 비건 소르베나 비건 베이글처럼 음식 앞에 비건이라는 수식어가 붙으면 맛없을 거라고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원래부터 비건에 가까운 음식을 비건으로 만든다고 맛에서 커다란 차이가 나타날 가능성은 낮다.

건강 면에서도 마찬가지다. 트랜스 지방이 악의 축으로 지목되자 트랜스 지방이 들어있지 않은 사탕이 시장에 나왔던 걸 기억하자. 사탕에는 원래 지방이 거의 들어가지 않는다. 원래 비건에 가까운 소르베나 베이글을 비건으로 만들어 먹는다고 건강에 더 유익할 리도 없다. 사람의 식단은 유연하다. 마사이족처럼 육류와 유제품만 먹고도 살 수도 있고 인도 구자라트 주 사람처럼 채식으로 살아갈 수도 있다. 하지만 그들이 건강을 위해 그런 식단을 고집하는 것은 아니다. 종교나 사회의 문화적 전통 때문에 음식 선택의 폭을 제한하는 경우가 많다.

비건 식품이 늘어나고 선택의 폭이 넓어지는 건 좋은 일이다. 환경과 동물을 보호하자는 메시지도 좋다. 하지만 비건이 건강한 식생활의 유일한 정답인 것처럼 말해서는 곤란하다. 잡식동물인 사람에게 건강한 식생활은 다양한 방법으로 가능하다. 각자의 선택을 존중하되 음식 선택에 완전무결한 정답은 없다는 걸 기억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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