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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재훈의 알아두면 쓸데있는 신비한 약이야기
<105> 국수와 소화이야기
편집부
입력 2022-03-30 18:04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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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화가 안 된다는 것은 무슨 의미일까? 직관적으로는 음식의 형태가 그대로 남아있는 장면이 떠오른다. 2012년에 화제가 되었던 라면 면발이 소화되지 않은 위내시경 동영상처럼 말이다. 먹고 난 지 2시간 뒤 인스턴트 라면은 거의 변화가 없었고 집에서 만든 생면은 풀어졌다. 하지만 이 동영상에는 여러 가지 문제가 있다. 실은 위내시경 동영상이라는 것부터가 문제다. 사람의 위에서는 탄수화물과 지방이 소화되지 않는다. 단백질만 부분적으로 소화된다. 위 속 내용물을 내시경으로 보여주면서 ‘이봐라! 라면은 소화되지 않는다’라고 외친다면 그건 그냥 사기다. 대장 내시경 또는 대변에서 소화되지 않은 면발이 대거 발견되어야 비로소 라면이 소화되지 않는다는 주장에 일말의 신빙성이 생길 수 있다. 하지만 그런 발견을 기대하기 어렵다. 라면은 장에서 소화 흡수되기 때문이다. 

첨가물 때문에 라면이 소화되지 않은 것이라는 주장도 근거 없다. 라면은 튀기는 과정을 통해 수분 함량이 크게 줄어서 굳이 보존제를 필요로 하지 않는다. 하지만 튀김에 사용된 기름이 산패되지 않도록 막아주는 항산화제(산화방지제)는 필요하다. 그런 용도로 사용된 게 TBHQ이다. TBHQ의 사촌격인 BHA, BHT와 같은 산화방지제는 약품 제조에도 많이 쓰인다. 감기약, 소염진통제 같은 약품 연질캡슐 속에 유지가 들어있다. 유지가 산화되지 않도록 막아주려면 산화방지제를 소량 넣어줘야 한다. 하지만 워낙 소량이다. 전체 중량의 0.02%에 불과하다. 이 정도 양으로 라면의 소화를 막을 정도의 효과를 내긴 어렵다.   

라면이나 짜장면에 소다가 들어있어서 소화가 되지 않는다고 싫어하는 사람이 있다. 밀가루 반죽에 베이킹 소다를 넣어주면 알칼리성을 띠면서 조금 더 단단하고 탄력 있는 면이 만들어진다. 밀가루 속 플라보노이드가 노란색으로 변하면서 알칼리면 특유의 색깔을 낸다. 시간이 지나도 면발이 살아있어서 배달 중국집에서 선호하는 면이다. 베이킹 소다가 제산제, 소화제로 사용된다. 식후에 베이킹 소다를 너무 많이 먹으면 이산화탄소 가스가 발생하여 트림이나 복부 팽만감을 유발할 수는 있지만 면에 반죽된 상태로 섞여 있는 소다가 뱃속에서 소화 불량을 일으킬 가능성은 그리 높지 않다. 

면을 먹고 소화가 잘 안 된다는 말을 하는 사람들이 거짓말쟁이라는 건 아니다. 면은 원래 소화가 느린 음식이다. 면의 탄수화물은 빵이나 밥을 먹었을 때보다 더 천천히 흡수된다. 치밀하고 단단한 구조로 인해 소화효소가 접근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파스타 제조사 바릴라에서 파스타는 당지수(GI)가 낮은 음식이라고 홍보하는 것도 그런 맥락이다. 파스타만 그런 게 아니고 국수가 대부분 그렇다. 국내 연구진이 영국 영양학 저널에 발표한 2019년 연구결과를 보면 라면, 스파게티, 수타면, 쌀국수는 모두 당지수가 낮은 음식이다. 먹고 나서 당분이 천천히 흡수된다는 이야기다. 하지만 탄수화물의 양이 많으니 당뇨병 환자라면 섭취량을 조절해야 한다. 

소화가 되긴 되는데 느리게 된다. 라면, 짜장면만 그런 게 아니고 면이 대부분 그렇다. 게다가 라면이나 짜장면에는 다른 국수보다 지방 함량이 높다. 라면은 기름에 튀겼고 짜장면은 소스를 기름에 볶아서 만든다. 지방은 단백질, 탄수화물보다 소화에 시간이 오래 걸리고 그만큼 위에 오래 머문다. 소화가 느리게 진행되고 위에 머무는 시간이 길어지면 포만감이 오래가서 좋을 수도 있지만 사람에 따라서는 불편해할 수도 있다. 

소다가 들어간 면은 입속에서 미끄러진다. 나도 라면이나 짜장면을 먹을 때 그 느낌이 좋아서 덜 씹고 삼키곤 한다. 나야 짜장면 3.5그릇까지는 먹고도 아무렇지 않으니 괜찮다. 하지만 면을 먹고 속이 불편한 사람이라면 국수도 여러 번 씹어 삼키는 게 좋다. 2020년 영국 연구에 따르면 국수의 소화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요소는 저작 입자의 크기인 것으로 나타났다. 안 씹고 삼키면 더 느리게 소화되고 오래 씹을수록 더 잘 소화된다는 이야기다.맛있다고 너무 빨리 다 먹고 나서 국수를 탓하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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