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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재훈의 알아두면 쓸데있는 신비한 약이야기
<86> 가짜약이 필요한 이유
편집부
입력 2021-06-10 09:12 수정 최종수정 2021-06-10 09: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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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재훈 약사.▲ 정재훈 약사.
진짜약은 가짜약을 필요로 한다. 실제 효과와 약에 대한 믿음으로 인한 효과를 구분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이른바 플라시보 효과다. 플라시보는 라틴어로 “나는 기쁠 것이다”라는 뜻이다. 신약 후보물질이 정말 효과가 있는지 살펴보는 임상시험은 한쪽 그룹은 진짜약, 다른 한쪽 그룹에는 가짜약을 주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가짜약을 받은 환자들도 증상 완화 효과가 나타난다.

그러니 실제 약의 효과가 얼마인가를 보려면 그중 얼마까지 플라시보 효과일 수 있는가를 반드시 고려해야 한다. 진짜약과 가짜약의 효과에 별 차이가 없다면 그 약은 신약으로 승인받기 어렵다. 신약이 정부의 허가를 받으려면 임상시험으로 플라시보 이상의 유의미한 효과를 입증해야 한다.

가짜약을 사용한 임상시험이 필요한 것은 관찰만으로 인과 관계를 알 수 없기 때문이다. 작년 이맘때로 돌아가보자. 남성이 코로나19에 감염되면 여성호르몬이 치료 도움이 될 거라는 생각으로 남성환자에게 여성호르몬을 투여한 연구자들이 있었다. 작년 4월 미국에서만도 2건의 연구가 있었다. 뉴욕에서는 남성 코로나19 환자에게 에스트로겐을 투여하는 식으로 LA에서는 또 다른 여성호르몬인 프로게스테론을 투여하는 식으로 연구가 진행됐다. 남성과 여성의 코로나19 감염 확률은 비슷한데 유독 사망 비율은 남성이 높게 나타난다. 이런 차이가 남성 호르몬 때문이 아닌가 생각한 연구자들이 남성 코로나19 환자에게 여성호르몬을 투여하기로 한 것이다. 같은 맥락으로 남성 호르몬이 코로나19 예후에 좋지 않다고 보기도 했다.

하지만 올해 5월 발표된 다른 연구에서는 반대로 남성 호르몬 수치가 낮은 남성 환자들이 정상인 환자에 비해 중증이 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그럼 이제 남성 코로나19 환자에게 여성호르몬이 아니라 남성호르몬을 투여해야 할지 모른다는 이야기인가? 그렇지 않다. 그런 관찰 연구만으로는 인과 관계를 알 수 없다. 약효가 있을 것으로 생각하는 물질이 정말 약효가 있는가 보려면 가짜약 투여그룹과의 비교하는 임상시험이 필요하다.

긍정적 믿음은 긍정적 효과를 낳는다. 이런 긍정적 믿음이 삶에서는 좋은 결과로 이끌 수 있지만 약의 연구에서는 잘못 오해하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 예를 들어 파킨슨병 환자의 경우 플라시보 효과가 치료에 특히 큰 영향을 주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심지어 약이 비싸다는 이야기만 들어도 약효가 28% 향상된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가짜약은 진짜약의 부작용에 대해 알아보는 데도 도움이 된다. 약으로 인해 해를 입을까 두려워하는 마음으로 인해 부작용을 경험할 수 있는 노시보 효과 때문이다. 진짜약 때문에 부작용이 생긴 것인지 가짜약으로도 생길 수 있는 부작용인지 보면 약의 실제 부작용을 어느 정도 가늠할 수 있는 것이다. 가짜약은 이렇게 신약 개발에 중요하지만 실제 약의 사용자인 우리에게도 중요하다. 어떤 약을 쓰기로 결정한 후에는 플라시보 효과를 최대화하고 노시보 효과는 최소화하는 전략을 세워야한다.

한 연구에서는 천식 증상 완화에 사용하는 기관지 확장제를 주고, 두 그룹에 각기 설명을 반대로 했다. 이 약이 숨을 쉬기 어렵게 만드는 약이라고 거짓 정보를 준 쪽 그룹에서는 약효가 제대로 설명한 그룹에 비해 절반으로 떨어졌다. 다른 실험에서는 천식 증상을 악화시키는 약을 주고 한쪽에는 제대로 말해주고 다른 쪽에는 이 약이 천식에 효과 있는 약이라고 거짓말을 했다. 그러자 약으로 인해 천식이 악화되는 비율이 절반으로 줄었다.

약을
사용할 때에야 효과에 대한 믿음을 가지고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좋겠지만 약을 개발할 때는 그렇지 않다. 가짜약을 사용한 경우와 대조하여 효과를 검증한 약만 진짜약이다. 코로나19 장기화하면서 효과 있는 치료약이나 치료법이 나왔다는 소식이 종종 들리지만 대부분 아직 근거가 부족하거나 가짜뉴스이다. 효과 있는 치료법이 얼른 나오기를 간절히 바라다보니 이런 가짜뉴스에도 흔들릴 있다. 그러지 말자. 효과가 검증된 백신을 맞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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