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재훈 약사 나이가 들수록 몸의 반항이 심해진다. 오랫동안 간직하고 싶은 머리숱은 줄어들고 적당한 길이를 유지해야할 코털은 콧구멍 밖으로 삐져나온다. 커지지 않아도 될 중년 남성의 전립선은 비대해져 소변을 시원하게 보기 어려워진다.
왜 이런 일이 벌어지는가. 공통적으로 의심하는 요인 하나는 남성호르몬이다. 전립선 상피세포는 비정상적으로 증식하고 소멸할 때를 잊어버린 것처럼 장수하여 전립선 비대증을 일으키고 반대로 두피의 모낭은 모공의 크기가 줄어들고 모공 파괴가 촉진되며 머리털이 빠진다.
불행히도 코털을 집중적으로 연구하는 과학자는 세상에 매우 드물어서 코털에도 정말 남성호르몬이 관여하는지는 아직 모를 뿐만 아니라 앞으로도 알 수 없을 듯하다.
하지만 남성형 탈모나 양성 전립선 비대증에 사용되는 피나스테리드(finasteride) 또는 두타스테리드(dutasteride)와 같은 성분의 약을 복용하고 나서 코털 가위를 쓸 필요가 없어진 사람이라면 한때 두꺼워진 코털 역시 남성 호르몬 때문이었다고 추측해볼 수 있다.
이들 약물은 테스토스테론이 디하이드로테스토스테론으로 변환되는 것을 막아 전립선 크기를 줄여주고, 소변 흐름을 개선시킬 수 있다. 보통 1년 정도 복용하면 전립선 크기가 15-20%까지 줄어든다.
하지만 단점은 시간이 오래 걸린다는 것이다. 효과가 나타날 때까지 짧게는 3-6개월에서 길게는 1년이 걸린다. 그래서 증상을 빠르게 줄여주는 알파차단제와 함께 쓰는 경우도 많다.
전립선은 방광 바로 아래 요도를 둘러싸고 있다. 그러니 전립선이 점점 커지면 방광에서 소변이 나오는 흐름을 방해하여 방광 속에 가득 찬 소변을 비우기가 힘들어진다. 시간이 지나 이 문제가 악화되면 소변을 완전히 배출하는 데 문제가 생길 수 있다.
알파차단제는 방광의 기저부 근육, 즉 요도를 둘러싼 근육을 이완시켜서 길을 조금 넓혀준다. 그만큼 소변보기도 수월해진다.
전립선은 남성에게만 존재하므로 전립선 비대증 또한 여성에게는 나타날 리 없지만 알파차단제는 여성의 경우에도 배뇨장애와 같은 문제가 있을 때 사용되는 약이다.
남성보다 적긴 하지만 여성의 방광 경부나 요도에도 알파수용체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여성에게도 잔뇨감을 줄이고 소변을 시원하게 볼 수 있도록 사용될 수 있다.
독사조신, 프라조신과 같은 알파차단제는 원래 고혈압 치료제로 개발되었던 약이다. 비교적 최근에 개발된 알푸조신, 탐술로신과 같은 알파차단제는 혈압에는 영향이 적고 또한 비교적 적은 양을 쓰기 때문에 혈압에 미치는 영향도 적다.
하지만 여전히 혈압을 떨어뜨려주는 작용이 있긴 있어서, 항고혈압약과 함께 복용하면 처음 1-2주 동안 저혈압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오랫동안 복용하면 어느 정도 적응하여 큰 문제가 안 되지만 항고혈압약이나 전립선약의 복용량을 늘리거나 술을 마시는 경우에는 저혈압이 심해져서 어지럽거나 피로할 수 있으니 주의가 필요하다.
또한 알파차단제에는 혈관을 확장시키는 작용이 있어서 이로 인해 복용 초기에 코막힘, 두통과 같은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 역시 시간이 지나면 적응하면서 부작용이 줄어든다. 전립선 비대증이 있는 분들은 감기약을 조심하라는 말을 듣게 되는 이유도 같은 맥락에서다.
코막힘 증상을 완화하는 감기약 성분이 알파차단제와 정확히 반대 역할을 하는 약이기 때문이다. 설상가상으로 감기약 속의 항히스타민제도 소변을 보기 어렵게 만든다. 전립선 비대증 환자가 무심코 감기약을 복용했다가 소변을 아예 못 보게 되어 병원 응급실까지 실려 갈 수 있는 이유다.
쏘팔메토와 같은 건강기능식품의 효과는 불분명하다. 효과를 봤다는 사례는 간혹 있지만 그간의 연구 결과를 종합해보면 효과가 거의 없는 것으로 나타난다. 대체로 건강기능식품의 경우에는 약보다 효과가 완만하고 개인차도 큰 편이라는 점을 감안하는 게 좋다.
타달라필이라는 남성발기부전 치료약을 저용량으로 사용하기도 하는데 전립선 주위의 평활근을 이완시켜 증상 완화에 도움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