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닥터리의 워싱턴 약국일기

약업닷컴 홈 > 팜플러스 > 약사·약국

<164> 정당방위

이덕근 CVS Pharmacy, Chief pharmacist

기사입력 2014-11-19 10:36     최종수정 2016-03-16 15:17 프린트하기 메일보내기 스크랩하기 목록보기   폰트크게 폰트작게

이덕근 CVS Pharmacy, Chief pharmacist▲ 이덕근 CVS Pharmacy, Chief pharmacist
집에 침입한 도둑을 잡는 과정에서 너무 과도한 폭력을 행사했다는 혐의로 주인 청년이 실형을 선고 받아 논란이 되고 있다. 도둑이 넘어진 채로 계속 도망치려고 하자 청년은 도둑의 뒤통수를 발로 걷어차고 알루미늄 빨래건조대로 도둑의 등을 가격했고, 벨트를 풀어 때리기도 했다. 도둑은 이 충격으로 정신을 잃은 채 뇌사 상태에 빠졌다. 이에 재판부는 주인 청년에게 실형을 선고했고 이를 본 누리꾼들은 정당방위를 인정하지 않은 재판부를 비난하며 미국이라면 당연히 정당방위였을 거라고 주장했다. 과연 그럴까?  

플로리다의 샌포드라는 동네의 사설 순찰요원이던 짐머만은 순찰 도중에 흑인 청년 마틴과 시비가 붙어 격투를 벌이다 총을 쏴서 그 청년을 죽였다. 그 청년은 전혀 무장이 안 되어 있는 상태였는데도 불구하고 총을 사용했으므로 짐머만의 행위는 과잉방어로 기소가 되었다. 하지만 짐머만은 당시 폭력에 의해 살해 위협을 느꼈다고 주장했고 배심원은 결국 그의 행위를 정당방위로 인정했다.

또 다른 사건은 미시간 주에 있는 24시간 오픈하는 월그린 체인 약국에서 일어난 일이다. 야간약사였던 제레미는 그 전에 위험한 상황에 처한 적이 있었기 때문에 만일을 대비해 총을 갖고 다니고 있었다. 어느 날 새벽에 강도 둘이 정문으로 침입하였고 스토어 매니저를 인질로 해서 약국 조제구역 쪽으로 강도들이 접근하고 있었다. 그들은 마약진통제인 Oxycontin을 노린 강도들이었다.

제레미는 강도가 접근하는 것을 보고 911에 전화를 하려 했으나 총을 든 강도는 약국 카운터를 넘어와 제레미에게 방아쇠를 당겼다. 다행히 총은 불발되었고 제레미는 자신의 총을 꺼내 도망가는 강도에게 총을 발사하였다. 아무도 다친 사람은 없었지만 제레미는 지역 신문에 스토어 매니저와 다른 직원을 구한 용감한 영웅으로 칭송되었다.

하지만 '영웅' 제레미는 이 일로 해서 월그린에서 해고 처분을 받았다. 총기소지를 하고 근무 했다는 이유와 회사의 'None-Escalation' Policy를 어겼다는 이유였다. 말인 즉, 총을 발사해 일을 더 크게 만들었다는 이야기다. 하지만 제레미가 총을 쏘지 않았다면 강도들이 순순히 물러났을까? 다른 강도도 총을 갖고 있었으니 제레미와 다른 두 직원의 목숨은 훨씬 더 위험에 처했을 것은 자명하다.

실제로 버지니아 비치에 있는 개인 약국 Beach Pharmacy에서는 지난 4월에 약사가 강도의 총에 맞아 죽는 사건이 발생했다. 강도는 Oxycontin 80mg 3통과 Percocet(Oxycodone과 Acetaminophen 복합제) 2통을 훔쳐 달아났다가 경찰에 잡혔다. 만일 그 약사가 제레미처럼 총이 있었다면 목숨을 잃는 상황을 막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총을 소지한 약사가 강도를 막았지만 정당방위가 인정 안 돼 살인죄로 감옥에 간 사례도 있다. 오클라호마주의 작은 개인 약국 Reliable Pharmacy에 2인조 강도가 총을 들고 나타났다. 강도가 위협하는 순간 약사인 미스터 어스랜드는 재빨리 권총을 발사하여 한 명을 쓰러뜨렸다. 도망가던 나머지 한 명을 쫓은 후 약국에 돌아 온 미스터 어스랜드는 바닥에 쓰러진 강도가 다시 움직이려 하자 무려 7발의 총을 더 발사하여 그를 결국 죽였다. 한동안 강도를 잡고 다른 종업원을 구한 영웅으로 칭송받던 미스터 어스랜드는 살인죄로 기소 되었고 재판에서 무기징역이 선고되었다. 미스터 어스랜드의 변호사는 정당방위라고 주장했지만 과잉 방어를 넘는 살인이라는 결론이 났고 그 이면에는 강도는 흑인이었고 약사는 백인이었다는 인종적인 점도 가미가 된 판결이라 보였다.

미국에서는 총기 소유가 합법이기 때문에 정당방위의 허락범위가 넓은 게 사실이다. 위험한 상황에 처했을 때 상대방에 총격을 가하는 것은 짐머만의 경우를 보더라도 대부분 정당방위로 인정된다. 총기 때문에 사고가 나는 일이 많아 오바마도 총기규제 안을 내놓기도 했지만 위의 예들을 보듯이 총기에 의해 범죄가 제어되고 있기도 하기 때문에 섣부른 결론을 낼 수가 없다.

시골의 소규모 개인 약국들이 강도들의 타겟이 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그 곳 약사들이 무장을 하고 '나 총 갖고 있다'라는 간판을 걸고 영업을 하고 있다고 들었다. 내 동네 베데스다는 비교적 안전하지만 강도들이 좋아하는 Oxycontin을 갖고 있으니 나도 항상 조심은 해야 할 것이다.

*본 칼럼 '위싱턴 약국일기' 에 등장하는 인물들의 이름은 HIPAA Rule에 의해 가명으로 처리했음을 알려드립니다.
기사공유   트위터   페이스북   싸이공감   구글
독자 의견남기기

독자의견쓰기   운영원칙보기

(0/500자) 로그인

리플달기

댓글   숨기기

독자의견(댓글)을 달아주세요.

뉴스홈으로    이전페이지로    맨위로

인기기사    댓글달린기사    공감기사

실시간 댓글 더보기

구인    구직   매매

사람들 interview

“건선, 손발톱까지 깨끗하게…충분히 관리 가능”

건선은 오랫동안 치료하기 힘든 자가면역질환으로 ...

더보기

오피니언 더보기

의약정보 더보기

약업북몰    신간안내

Pharmaceuticals in korea 2021

Pharmaceuticals in korea 2021

약업신문이 출간한 ‘Pharmaceuticals in Korea 2021’은...

이시각 주요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