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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0> 미국은 지금 소송중

이덕근 CVS Pharmacy, Chief pharmacist

기사입력 2013-07-03 10:13     최종수정 2013-07-03 10:13 프린트하기 메일보내기 스크랩하기 목록보기   폰트크게 폰트작게

이덕근 CVS Pharmacy, Chief pharmacist▲ 이덕근 CVS Pharmacy, Chief pharmacist
약국이 끝나갈 늦은 밤에 전화가 울린다. 자기가 지금 출발하면서 팩스로 처방전을 보낼테니 약국에 도착하면 약을 픽업할 수 있도록 해달란다. Ma'am, unfortunately, we don't accept the prescription by fax. 의사는 약국에 팩스로 처방전을 보낼 수 있지만 환자가 보내는 처방전은 팩스로 받지 않는다. 중복 해서 약을 여러 약국에서 받아갈 수도 있고 처방전에 대한 혼선도 방지하기 위함이다. 그러자, 이 아줌마 대뜸 한다는 소리가, 네 이름이 뭐냐, 너 딱 걸렸다. 내가 변호사인데 알아보고 네가 틀리면 책임질 준비하라고 협박이다. 그래, 알아서 하슈, 하고 전화를 끊었다.  

미국은 소송의 나라이다. 2007년에 미국에 등록된 변호사 수가 115만 명이라고 한다. 의사가 56만, 약사가 29만이라고 하는데, 비교하면 정말 엄청난 숫자이다. 그 많은 변호사가 잘 먹고 잘 살려면 소송을 많이 걸어 돈을 잘 벌어야 한다. 그래서 미국에선 조그마한 일에도 소송이 걸리고 변호사들도 광고를 통해 소송하라고 사람들을 부추키고 있다. 심지어 케이블 TV에선 의약품 부작용 광고 소송 원고 모집이 넘쳐나고 있다. 신약이 발매 되기만 하면 그 약에 대해 부작용을 경험한 사람들을 모아 제약회사에 소송을 하는 것이다. 사실 모든 약은 부작용이 있기 때문에 소송에서 성공할 확률이 매우 높다. 피임약 Yaz와 우울증약 Zyprexa가 최근에 소송에서 성공한 케이스다.

소송이 걸리면 금전적, 시간적, 정신적으로 너무 피곤하므로 미국사람들은 서로 서로가 소송에 안 걸리리려고 조심하며 산다. 평생 한 번도 소송에 안 걸리고 살다 죽었으면 그건 성공한 삶이었다는 우스개 소리도 있을 정도다. 하지만 일이 생기면 미국사람들은 모두 소송으로 해결하려 한다. 한인 세탁소에서 바지하나를 잃어버렸다고 5,400만달러 소송을 건 피어슨 사건은 너무나 유명하다. 결국 이 사건은 한인 세탁소 주인의 승소로 끝났지만 소송이 3년 7개월의 시간을 끌면서 세탁소측은 금전적, 정신적으로 엄청난 피해를 입었다.

전에 다니던 회사도 회사 설립 초기에 경쟁사에 소송이 걸려 곤욕을 치른 적이 있다. 결국 승리는 했지만 소송에 따른 시간적, 경제적 손실은 실로 계산할 수 없을 정도였다. 결국 이런 소송의 최후 승리자는 변호사들이다. 소송 당사자들보다 훨씬 많은 금전적 이득을 가져가는 이가 변호사들이기 때문이다. 이런 소송에 따른 금전적 손실을 막고자 미국에선 보험업이 번창하고 있다. 특히 의료사고에 대비해 의사들은 거액의 보험에 들고 있으며 잦은 의료 분쟁으로 인한 보험료 상승으로 개인 병원 의사들의 경쟁력이 나날이 떨어져 가고 있다고들 한다.

약국도 소송에서 예외가 아니다. 월그린에서 있었던 일이다. 스미스씨는 말초 신경 통증으로 인해  마약 진통제인 Methadone을 처방 받았는데 월그린에서 약을 받은 후 다음 날 그가 기거하는 모텔에서 숨졌다고 한다. 처방전에는 4알씩 하루에 두 번 복용하라고 했는데 약사가 잘못보고, 4알씩 prn, 즉 필요하면 드시라고 약봉지에 인쇄했다고 한다. 사실 정확한 사인이 밝혀진 것도 아니지만 약사가 실수한 건 맞으니까 판결은 Methadone과량 복용으로 결론이 났다. 결국 월그린은 거액의 보상금을 물어낼 수 밖에 없었다. 또한 소염 진통제 Clinoril(sulindac)을 약사가 잘못 읽어 정신분열치료제 Clozaril (Clozapine)을 주어 Rite Aid도 수백만달러를 환자에게 지급한 적이 있다.

이러한 위험을 대비하기 위해 각 회사는 약사들 이름으로 수백만달러의 보험을 들고 있지만 매사에 조심하여 소송에 안 걸리는 게 최선의 길인 듯 싶다. 어쨋든 기세 등등하던 변호사 아줌마 아직 연락이 없다. 급해서 팩스로 보낸다던 처방전은 이제 급한 일이 다 지나갔나보다. 아니면 아픈게 다 나았거나. 아님 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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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omtting2 추천 반대 신고

미국쪽 삶이 녹녹치 않다는건 동의 합니다..하지만....자기집 자기가 치우는건 당연하다 보심 되고요...눈 않치워 소송나면 보험으로 처리하면 되니까..실제로 눈으로 소송나는 경운 거의 본적이 없네요...오히려 우리나라는 편리주의가 만연해서 소유에 대한 책임의식이 결여되어 있다는것 개인적인 생각입니다. (2013.07.08 10:43) 수정 삭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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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CESKY 추천 반대 신고

정말 미국의 이면에는 소송남발(?)이란 말이 맞는 모양입니다. 집 앞의 눈을 안치워 행인이 미끄러져 넘어져도 집주인을 상대로 눈 안치워 미끄러져 부상을 입었다고 소송을 걸고 그걸 처리한다고 또 시간에 비용을 들이고. 눈이 오면 모든 사람들이 집 앞 눈 치운다고 하는 풍경이 참 좋아 보인다 했더만, 실상은 소송 당할까봐 미리미리 치워놓는다고 한 것이 보기에는 좋아보이게 된 것이라는데 실소를 금할 수 없더만요. 미국도 삶이 녹녹치 않은 동네라는 것을 새삼 생각해 보게 됩니다. 바지사건도 그렇고. 은근히 미국인들 소송으로 해결하려고 하는 심리는 뭔지 참 궁금하네요. 택배, 우편물, 슈퍼마켓, 가전양판점 등등 소송거리는 널리고 널린 모양입니다. (2013.07.08 08:59) 수정 삭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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