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닥터리의 워싱턴 약국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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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1 야드는 몇 미터? 1 갤론은 몇 리터?

이덕근 CVS Pharmacy, Chief pharmacist

기사입력 2009-01-20 16:55     최종수정 2009-01-28 10:55 프린트하기 메일보내기 스크랩하기 목록보기   폰트크게 폰트작게

미국과 캐나다 국경을 흐르는 강에 천개의 섬 (Thousand islands) 이라는 관광지가 있다. 사람사는 섬의 숫자로 보면 천 개까진 아니고 약 백 개 정도의 섬이 있는데 미국 부자들이 각각의 섬에 별장을 지어 놓고 휴가 때나 은퇴 후에 기거 하는 곳이다. 이 곳에 가면 관광선으로 섬 들을 쭉 둘러 볼 수 있는데 한적하고 조용한 풍경이 돌아보는 이의 마음을 편안하게 해 주는 곳이다. 이 곳은 요란 벅적한 관광지는 아니지만 그런대로 미국 사람들에게 인기 있는 관광지중의 하나로 알려져 있다.

집이 있는 메릴랜드의 베데스다에서 이 곳 까지 가려면 약 460 마일을 달려야 하는데 아침 부터 쉬지 않고 달리면 약 8 시간 정도 걸리지만 밥먹고 화장실 가고 그러면 10 시간 이상은 족히 걸리는 거리이다. 지난 여름 우리 가족은 이렇게 10 시간을 달려온 후, 천 개의 섬을 둘러 보고 1 박 한 후, 나이아가라 폭포를 구경하러 캐나다 국경을 넘었다.

캐나다에 들어서서 이정표를 보니 나이아가라 까진 300 마일, 다시 약 5 시간은 달려야 하는 거리다. 오우 케이, 한참을 쉬지 않고 달리는데 토론토에 두 시간 만에 도착했다. 내가 좀 과속하긴 했지만 토론토부터 나이아가라는 30분이면 가는데 어떻게 벌써 여길 다왔지? 의아해하다가 따-당!, 정답 발견. 여긴 캐나다, 미터법을 쓰는 나라, 그러니까 아까 내가 본 300 마일은 300 마일이 아니라 300km, 약 180 마일 였던 것이다. 미국에서 계속 마일에 익숙해 달려오다 이제 제대로 된 미터법을 보고도 그냥 마일로 착각하고 그냥 달렸다는건데. 갑자기 미터법을 안쓰는 미국에 대해 그간의 짜증이 한꺼번에 밀려왔다.

미터 대신 피트나 야드, km대신 마일, 리터 대신 갤론, 그램 대신 파운드 또는 온스, 와! 정말 헷갈렸다. 처음엔 정말 감이 잘 안왔다. 자동차에도 속도계가 마일로 되어 있고, 물론 조그맣게 km 도 같이 병행해 있긴 하지만 처음에는 그 작은 km만 주로 보았다.

약국에서도 의사가 연고제나 액제를 처방할 때 온스를 주로 쓴다. 1 온스는 정확히 28.3495231그램 이지만 그냥 30 그램으로 계산한다. 또 부피로 1 온스 (fluid ounce) 도 정확하게는 29.5735 ml 이지만 반올림해서 30 ml로 계산한다. 실제로 액체 한 병은 500 ml, 1000 ml 가 아니라 473 ml (16 온스=1 pint) 를 기준으로 만들고 연고제중에도 1 온스, 1 파운드 (453.6 그램) 짜리 약들이 많다.

그리고 약 담는 플라스틱 bottle 은 13 드램 (dram), 40 드램 등의 전혀 듣도 보도 못한 단위를 쓴다. 16 드램이 1 온스라니까 1 드램은 약 1.9 ml, 그러니까 13 드램은 약 25ml 쯤 되겠다. 40 드램은 약 75 ml 이고. 다행히 정제나 캅셀은 우리에게 익숙한 그램, 미리그램등의 미터법을 쓰는데, 오래된 약들, 예를 들면 항경련제 phenobarbital 같은 약은 16.2mg (1/4 grain), 32.4 mg(1/2 grain), 64.8 mg (1 grain) 과 같이 grain 을 기준으로 쓴다. 협심증약인 니트로 글리세린도 0.4 mg (1/150 grain), 0.3 mg (1/200 grain)의 아주 특별한 용량을 사용한다. 심장병 예방에 쓰이는 베이비 아스피린 81mg 은 왜 굳이 81 mg 인가 궁금했는데 알고보니 81mg은 1.25 grain 과 동일하였다.

지금이야 익숙해져 큰 문제는 없지만 특히 약사 자격시험 볼 때 이 생소한 단위들을 공부하느라 애를 좀 먹었다. 미국 사람들도 한국와서 집이 몇 평이니 고기가 몇 근이며 쌀이 몇 말이니 하고 골탕 좀 먹었으면 고소한 생각이 들겠는데 우린 벌써 미터법으로 다 바꿔 버렸으니 그들이 한국에 와도 우리 단위를 공부할 일은 전혀 없을거다. 괜히 억울하기까지 하다.

이런 저런 생각으로 열 받아 그런진 몰라도 1월인데도 꽤 기온이 높은가보다. TV를 보니 기온 이 최고 44 도 란다. 흐, 44 도, 살인적인 더위 아닌가? 워싱턴 지역이 서울하고 대체로 위도가 같은데 1월에 웬 44도? 이건 지구 멸망의 조짐, 이상 기온? 정답은 섭씨 44도가 아니라 화씨로44 도다. 섭씨로 환산하면 약 7 도가 되겠다. 하여간 못말리는 미국이다. 강대국의 횡포 같기도 하고. 하지만 로마에 가면 로마의 법을 따라야 하는 법. 사실 이젠 익숙해져 큰 불편도 없다.

오늘도 난 집에서 15 마일 떨어진 나의 약국에 가기 위해 집을 나선 후 주유소에 가서 8 갤론의 기름을 넣고 시속 35 마일로 달려 약국에 도착했다. 오늘의 날씨는 맑음, 지금 기온은 화씨 38도, 어제보다 다소 쌀쌀한 날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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