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닥터리의 워싱턴 약국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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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 이(lice) 는 금발을 좋아해?

이덕근 CVS Pharmacy, Chief pharmacist

기사입력 2008-09-24 09:08     프린트하기 메일보내기 스크랩하기 목록보기   폰트크게 폰트작게

상담 창구에 앳 된 금발의 아가씨가 날 기다리고 있다. May I help you? 하니 이 아가씨 왈, 자기 머리에 이(lice) 가 있나 봐 달란다. 참 나, 별 걸 다 상담하네. 이는 대단히 작아 잘 안 보이지만 내가 언뜻 보니 기어다니는게 보이지는 않고 특별히 머리가 가렵지 않고 주위에 다른 사람이 감염된 사례가 없으면 아마 이에 감염되진 않았을 것이다. 그러니 집에 가서 언니나 엄마 한테 자세히 다시 잘 봐 달라고 부탁 하라고 해서 돌려 보냈다. 이 아가씨 친구 집에 놀러 갔는데 그 집이 얼마 전에 이에 감염이 된 적이 있다하여 걱정되어 약국에 들른 것이라 한다. 하지만 나보고 그 머릴 헤쳐서 봐 달라고? 내가 지 오빠라도 되는 줄 아나 부지?

난 이(lice)를 본 적도 없고 이(lice)와 관계된 아무 경험도 없다. 어렸을 때 학생용 백과 사전에서 현미경으로 보고 그린 그림 (기억상 사진이 아니었던 것 같음) 정도나 본 것이 내 기억엔 그 끔찍하게 생긴 놈을 본 것이 전부이다. 언젠가 한국전쟁 기록 필름들을 텔레비젼에서 봤을 때 미군들이 분사기로 아이들 옷 사이 사이 DDT 를 뿜어 주는 것을 본 적도 있지만 아 그 땐 저렇게 이를 잡았구나, 그리고 정말 못 살 때라 이가 참 많았나 보다 하고 생각했었다. 그리고 가끔 소설책을 보면 아이들이 따뜻한 양지녘에 나란히 벽에 기대고 앉아 이잡기 시합을 한다는, 그냥 나로선 상상력에만 의존하게 되는 그런 풍경이 이에 대해선 내가 기억하고 있는 전부였다. 다행히 내 아이들도 이로 인해 고생한 적도 없었다. 그런데….,

한국전쟁이 끝나고 무려 50 여년이 지난 지금, DDT를 한국의 애들에게 신나게 (?) 뿌려 주던 그 미군 아저씨 나라에서 매년 가을 신학기가 시작되기 전 초등학교 교장 선생님이 집집마다 가정통신문을 보낸다. '댁의 아이의 머리에서 이가 발견되면 꼭 치료한 후 애를 학교에 보내십시요' 라고. 왜냐하면 이는 이 애 저 애로 전염이 되기 때문이다.   

꽤 많은 학부모가 이로 인해 상담을 해온다. 어떤약이 좋은지, 언제 써야 하는지, 벌레알은 깨끗이 제거 되는지, 재발 방지책은 없는지등. 평생 (?) 이에 대해선 겪어 보진 않던 후진국 (이젠 물론 아니지만 현재의 고국 상황을 보면 다시 추락할지도..) 출신 약사가 지구상의 최선진국 학부모들에게 이 퇴치법에 대해 상담해 줘야 하는 아이러니가 미국 수도 워싱턴 근교의 한 약국에서 해 마다 가을 신학기에 벌어진다. 아마 그들은 내가 그 옛날 그 들의 할아버지 세대가 DDT를 뿌려 주던 바로 그 나라에서 온 약사인 줄은 모를게다.
 
어쨋거나 후진국에서만 있을 법한 이가 미국의 아이들을 공격한 건 벌써 오래 전의 일이다. 내가 미국에 오던 해에도 이에 대한 가정 통신문을 받은 기억이 있으니까 최소한 10년은 되었다. 그리고 약국에서 일하고 있는 지금, 꾸준히 이에 대한 상담을 받고 있는 중이니 아직도 이가 미국 어린이를 공략중인 것은 틀림 없는 사실이 되겠다.

그런데 정확한 통계는 아니지만 여태껏 상담해 주며 느낀 건 위에 아가씨처럼 주로 백인애들이 이에 잘 감염되는 듯하다. 흑인 부모들은 애들이 워낙 이를 달고 살아 크게 괘념 안하는지는 몰라도 (앗, 인종차별 발언?) 여태껏 상담한 부모는 대부분 백인, 그것도 금발들인 걸로 기억된다. 아마 그래서 이가 선진국인 미국에서도 끈질기게 번창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이는 금발을 좋아한다?

자, 그러면 어떻게 이 이란 놈을 잡는가?  한국에서 생약학 시간 때 배웠는데 이를 죽이는 약은 제충국화除蟲菊花 라는 국화과 식물에서 나왔다. 이름 그대로 벌레를 구제하는 국화이다. 이 국화의 성분에 pyrethrin 이라는 성분이 있는데 이것이 이를 방제하는 특효 성분이다. 유기 합성을 하는 사람들이 이 pyrethrin 을 구조 변형하여 더 강력한 이 제거약을 만들었는데 그것이 permethrin 이다. 그래서 샴푸 타입 일반약 (OTC)으로 나와 있는 것은 이 두가지 성분중 하나가 1%미만으로 들어 있는 약이다. 그걸로 안 듣는 사람에게는 처방약으로 permethrin이 5% 들어 있는 크림약을 써야 한다. 약 30 그램의 크림을 머리 전체에 바르고 하루를 그냥 잔 후 (어떻게?) 아침에 씻어내면 이가 깨끗이 제거된다고 제조회사는 주장하고 있다. 그 들의 할아버지 세대가 한국의 어린이들에게 뿜어주던 DDT를 쓰면 보다 확실히 제거될 듯한데 독성이 심하므로 물론 오래 전에 사용이 금지되었다.    
 
그런데 상담하면서 느끼는 것은 나는 이, lice 를 쌀, rice 로 발음하고 있는 것이다. 영어발음 박사 헨리 홍에 의하면 L은 '을' 을 앞에 넣어서 '을-라이스'로 하면 비교적 비슷한 'L' 발음을 할 수 있다고 했는데 그냥 생각 없이 발음하면 그냥 이, lice 가 쌀, rice가 되어 버린다. 그러면 난 쌀이 머리에 기어 다닌다고 말하고 있는 것이 되고 이로 지은 밥을 먹고 살고 있다는 말이 되는데...

이런 생각을 하다보니 갑자기 머리가 간지러워진다. 혹시 아까 그 금발의 아가씨로부터 이가 옮은건 아닐까? 난 이가 좋아하는 금발이 아닌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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