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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창구 교수의 약창춘추
<356> '박사 학위를 받다' - 삶 속의 작은 깨달음11 
편집부
입력 2022-09-29 12:31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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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 이온대 화합물의 소장 흡수

박사 과정 첫 번째 과제인 이 주제에 대해서는 교토(Kyoto)대학의 세자키(Sezaki) 교수팀이 활발히 연구하고 있었다. 그들은 극성(極性)을 띠고 있는 양(陽)이온성 약물에 음(陰)이온성 물질을 첨가하면 극성이 낮은이온대 화합물(ion-pair complex, IP complex)을 형성하기 때문에 약물의 소장 투과(흡수)성이 높아진다는 논문들을 발표하였다. 

나는우선 IP complex의 참분배계수(分配係數) 등을 정확히 구하여 IP complex형성이 약물의 소장 흡수에 미치는 영향을 정량적으로 파악하기로 하였다. 참분배계수를 구하는 논문이 유명 학술지에 발표된 적이 있었지만, 모두 ‘IP complex는 유기용매 층으로만 분배된다’는 근거 없는 가정(假定) 위에 세운 수식(數式)을 이용하기 때문에 원천적으로 부정확한 방법이었다. 나는 IP complex가 물 층으로도 분배될 수 있다는 보편적인 가정 위에 수식(數式)을 세우고자 하였다. 

몇 달 동안 자나깨나 수식 생각에 얼이 빠져 지냈다. 그러던 1980년 5월의 어느 날, 유학생을 위한 야외 파티 참석 중에 영감(靈感)이 떠올라 급히 연구실로 달려가 마침내 정확한 수식을 세울 수 있었다. 결과적으로 간단한 수식이었지만 오랫동안의 고민이 풀려 날아갈 듯 기뻤다. 소정(所定)의 분배 실험을 하고 그 결과를 이 수식에 따라 플롯하여 이온대 화합물의 참분배계수를 구할 수 있었고, 그 결과를 Int. J. Pharmaceut. 8(1981)에 발표하였다. 내가 제1저자로 발표한 최초의 국제학술지 논문이었다. 

(16) 신장 배설 기능의 예측 

위 논문을 쓴 후에 ‘내인성(內因性) 물질인 N-methylnicotinamide, NMN)을 마커로 하여신장의 염기성 약물 배설(腎排泄)능력을 예측할 수 있는가’라는 가설을 검증하는 것으로 연구 주제를 바꾸었다. 실험적 신장해를 유발시킨 쥐의 신세뇨관(腎細尿管)에 PE-10이라는 매우 가는 카테터를 삽입하고 3H 라벨을 한 모델 약물(tetraethylammonium, TEA)을 정맥주사한 다음, 시간에 따라 채취한 혈액과 요(尿)중의 TEA 및 NMN의 농도를 측정함으로써 두 물질의 신배설클리어런스(CLr)를 비교하는 내용이었다. 실험 결과, 신장해시 두 물질의 CLr가 같이 변동(비례)한다는 사실을 발견하였다. 이로부터 NMN을 이용하여 염기성 약물의 신배설을 예측할 수 있음을 J. Pharmacokin. Biopharm. 12(1984) 등에 발표할 수 있었다. 

약물의 신배설을 예측하는 종래의 방법은 신부전(腎不全) 환자에게 PAH라고 하는 화학물질을 주사한 후 이 물질의 신배설을 측정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내가 개발한 방법은 원래 우리 몸에 존재하는 물질인 NMN의 혈중 및 요중 농도를 단 한 번씩만 측정하면 되기 때문에 안전이나 시간 면에서 종래의 방법에 비해 장점이 많다. 내 방법을 사람에게까지 적용해 보지 못하고 연구를 끝낸 것은 못내 아쉬운 일이다.

나는 또 ‘신장 기능이 나빠지면 신장의 혈류(腎血流)가 느려진다’는 기존의 보고들이 틀렸음도 밝혔다. 즉 쥐의 신장으로 들어가는 신동맥과 신장에서 나오는 신정맥 혈중의 약물 농도, 그리고 이 약물의 요중 배설속도를 실측해 본 결과, 신장이 나빠지면 신장에서 요로의 약물 추출률(腎抽出率)이 낮아지지 신장의 혈류가 느려지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밝혔다.

박사과정 3년을 통하여 총 7편의 논문을 국제학술지에 발표하였다. 이런 과정을 통해 내 연구 능력에 대해 어느 정도 자신감을 갖게 되었다. 연구 결과 중 ‘염기성(鹽基性) 약물의 신장 배설 기능의 예측’에 관한 부분을 정리하여 학위 논문으로 제출하여 1982년 9월 30일 약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내게는 박사학위 가운을 입고 찍은 사진이 없다. 그것은 도쿄대학에 졸업식이 없기 때문이었다. 각자 약대 행정실에 가서 박사 학위기(學位記)를 받으면 그것으로 ‘졸업 끝’이었다. 졸업! 조금은 허망한 이벤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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