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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2> ‘따듯한 말’이 곧 사랑이다

심창구 서울대 명예교수

기사입력 2015-09-16 09:38     최종수정 2015-09-16 09:58 프린트하기 메일보내기 스크랩하기 목록보기   폰트크게 폰트작게

두 종류의 약을 함께 복용할 때 두 약의 효과를 합친 만큼의 약효가 나타나는 현상을 상가작용(相加作用)이라고 하고, 합친 것 보다 더 큰 약효가 나타나는 경우를 상승작용(相乘作用)이라고 한다. 사랑은 어느 쪽인가 하면, 상승작용을 일으키는 감정인 듯 같다. 상대방과 사랑을 주고 받다 보면 사랑이 점점 더 커지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사랑은 투자한 것 보다 더 많이 되돌려 받는 수지 맞는 감정이라 할 수 있겠다.

사랑의 특성 중 또 하나 신기한 것은 가짜 사랑도 진짜 사랑을 낳을 수 있다는 것이다. 어떤 며느리가 자신을 구박하는 시어머니 밥상에 계란찜을 올리며, 억지로나마 ‘어머니 사랑해요’를 반복했더니 얼마 지나지 않아 시어머니의 참사랑을 받게 되었다는 이야기가 있다. 가짜 사랑이 이 정도라면 진짜 사랑은 얼마나 위력이 크겠는가?'

크리스천은 예수님이 십자가에 죽으심으로 인류를 구원하신 일을 사랑의 극치로 믿는 사람들이다. 예수님은 ‘너희가 서로 사랑함으로 내 제자임을 증거하라’고 하셨고, 성경의 여러 계명 중 으뜸되는 계명은 사랑이라는 말씀도 하셨다. 인생에서 사랑이 최고의 가치라는 말씀이 아닌가 한다. 그러므로 사랑은 예수를 믿는 사람들의 증표이자 바이오마커(biomarker)라 할 것이다.

누구나 나이가 들수록 외롭고 쓸쓸함을 느끼기 쉽다. 우울증을 앓기 시작하는 사람도 많다. 그러나 사랑을 받으며 늙으면 상황이 달라진다. 그래서 부모들도, 자식들이 부모의 사랑을 원하는 것처럼 자식의 사랑을 받고 싶어 한다. 그러나 자식들의 부모 사랑은, 옛날부터 효도라는 특별한 이름을 붙여 놓아야 할 정도로, 기대하기 어려운 감정이다.

모기 입이 돌아 간다는 처서(處暑)가 지나니 아침 저녁으로 시원하고, 때로는 서늘하다. 머지 않아 가을이 오고 뒤이어 겨울도 올 것이다. 겨울이라. 문득 어린 시절 아랫목이 떠 오른다. 겨울철 밖에서 놀다가 방안에 들어 오면, ‘아이 추워’ 하면서 아랫목 이불 속에 손부터 넣었다. 그러고는 ‘아이 따듯해’ 하며 따듯함을 즐겼다.

내가 일본 유학시절 보낸 겨울은 늘 쓸쓸했었다. 다다미 방에 아랫목이 없어 이 따듯함을 즐길 수 없었기 때문이다.

나이가 들수록 아랫목이 그리워진다. 점점 쓸쓸한 게 싫어지고 따듯한 게 좋아진다. 그러면서 인생의 가치는 따듯함에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혹자는 인생에서 중요한 것으로 명석한 두뇌와 냉철한 이성이라고 한다. 그러나 나는 좀 심하게 말하자면 그런 것은 오히려 개 떡 같은 것에 불과하다고 믿는다.

내가 섬기는 교회의 고 하용조 목사님은 늘 따듯하셨다. 그 따듯함은 본질적으로 사랑이었다. 교회에 그런 따듯함 또는 그런 사랑이 있으면 사람들이 구름처럼 모여들어 대형 교회를 이룬다. 이는 현대인들이 겉으로는 의연한 척하지만 대부분은 아랫목의 따듯함을 그리워하는 ‘사랑 결핍증 환자들’이라는 사실을 반영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사랑의 중요성을 모르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모르는 것은 사랑의 방법론이다. 기독교는 하나님의 사랑, 예수님의 사랑으로부터 사랑을 배우라고 가르친다. 그 말씀대로, 자기 자식을 죽인 살인범을 용서하는 데에 머물지 않고 양자로 입양하여 사랑하신 고 손양원 목사님의 거룩한 사랑은 입에 올리기도 벅차다.

그렇다면 우리와 같은 보통 사람은 어떻게 사랑을 해야 할까? 나는 인생의 적어도 7할은 말로 의해 말미암으며, 3할 또는 그 이하 정도가 행위에 의해 결정되는 게 아닐까 생각해 본다. 자칭 ‘언칠행삼(言七行三)’ 설이다. 그렇다면 사랑도 행동으로 옮기기 전에 말부터 사랑스럽게, 즉 따듯하게 하는 것이 좋지 않을까?

상대방을 칭찬하고 격려하는 말을 반복하면 마침내 상대방을 사랑하게 되고 그러면 상대방도 나를 사랑하게 된다. 반면에 상대방의 단점에 대한 ‘솔직한 지적’은 상대방에게 상처를 주고 결국 서로 미워하고 증오하게 만든다. 관계를 악화시키는 것이다.

반복하건대 인생에서 중요한 것은 냉철한 이성이 아니라 따듯한 감성이다. 그러므로 따듯한 말, 그게 바로 사랑의 첫 걸음임을 확신하게 되는 요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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