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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창구 교수의 약창춘추
<168> 모창(模唱)대회와 ‘선택과 집중
심창구 서울대 명예교수
입력 2015-02-11 09:40 수정 최종수정 2015-02-11 09: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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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동안 우리나라는 모든 면에서 선진국을 모방(模倣)함으로써 발전해 왔다. 그런 의미에서 ‘선진국 따라 하기’는 일종의 미덕(美德)이었다. 그 ‘따라 하기’를 잘한 덕분에 이제 우리나라는 선진국이 되었다. 그 동안 모방할만한 것은 거의 다 모방한 느낌이다. 돌아봐도 더 이상 모방할 대상이 잘 눈에 띄지 않는다. 모방에만 익숙한 우리에게는 다소 당황스런 상황이다. 최근 우리나라의 경제 성장세가 둔화된 까닭은 이런 상황에 기인하는 것은 아닐까? 안타깝게도 이 상황은 상당기간 지속될 것 같아 보인다.

국내 제약산업을 보더라도 그 동안은 선진국이 개발한 오리지널 약을 복제하는 것이 발전의 동력이었다. 외국약을 복제하기 쉽도록 제도를 고쳐야 된다는 주장도 그래서 나왔던 것이다. 그런데 이제는 모두가 ‘복제약만 만들어서는 살 수가 없다. 이제 신약개발(新藥開發)이 아니면 우리나라 제약업에 활로가 없다’고 이구동성(異口同聲)으로 아우성이다.

복제약 만들기는 일종의 모방 행위이다. 오리지널 약과 똑같이만 만들면 되기 때문이다. 반면에 신약개발은 창조(創造) 행위이다. 보고 모방할 대상이 없는 것이 신약이기 때문이다. 바야흐로 우리나라의 제약산업은 모방이 아닌 창조에 답이 있는 상황에 처하게 된 것이다.

창조가 답인 것은 제약 분야만이 아닐 것이다. 과학, 기술, 정치, 경제, 문화 등 우리나라의 모든 분야가 모방에서 창조로 방향을 바꾸지 않으면 성장은 커녕 살아남기도 어려운 상황이 된 것이다. 그래서일 것이다. 대통령을 비롯한 모든 사람들이 ‘이제는 모방에서 창조로 발상을 전환할 때’라고 말하고 있다.

모방은 노래 부르기로 치면 ‘모창(模唱)’이다. 노래를 배우는 첫 걸음은 기성 가수의 노래를 흉내 내는 것일 수 있다. 그러나 모방의 수준에 머물러서는 결코 훌륭한 가수라는 평가를 받을 수 없다. 자기 나름대로의 창조적 창법으로 노래를 부르지 못하는 가수는 ‘짝퉁 가수’에 불과한 것이다. 

돌아보면 모든 일에 모방이 아닌 창조가 필요함을 느낀다. 문제는 창조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창조에는 모방보다 더 많은 시간과 인력, 자본 등이 소요된다. 그래서 창조는 가난한 나라나 회사가 감당하기 어렵다. 그래서 우리나라는 그 동안 과학 기술 분야에서 ‘선택과 집중’이라는 정책을 택할 수 밖에 없었던 것이다. 사실 ‘선택과 집중’은 제한된 자원을 효율적으로 사용하여 선진국을 모방하는 전략의 하나이었다. 

문제는 패러다임이 모방에서 창조로 바뀐 현 상황에서도 ‘선택과 집중’이 가장 현명한 방법론일 것인가 하는 것이다. 예컨대 제약회사나 나라에서 대형 과제 몇 개만을 선택하여 총력을 집중하는 방식은 아무래도 모방의 시대에나 적합한 매우 리스크한 정책 같아 보인다.

창조를 위해서는 몇 개가 아닌 수많은 다양한 연구가 바탕에 있어야 한다. 구석에서 말없이 연구하고 있는 수많은 과학자들의 아이디어가 존중 받아야 한다. 그들이 자유 분방한 연구를 계속할 수 있도록 국가는 최소한도의 연구비를 지원하여야 한다.

‘선택과 집중’을 지양하고 다양한 소규모 연구가 도처에서 수행될 수 있도록 씨를 뿌리고 지원해야 한다는 말이다. 물론 개중에는 싹이 나지 않아 돈과 시간이 낭비되는 경우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 정도는 몇몇 대형과제를 국책 과제로 선택하여 집중 투자하였다가 실패하였을 때에 비해 훨씬 덜 심각할 것이다.   

그 동안 우리는 연구 결과가 꼭 연구비 규모에 비례하지 않으며, 또 여럿이 모여서 집단으로 연구를 해야 연구 효율이 높아지는 것도 아니라는 사실을 경험으로 깨달았다. 그렇다고 당장 모든 ‘선택과 집중’을 없애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아직 모방해야 할 과제들이 남아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다만 창조가 앞으로의 살 길임이 확실하다면, 보다 창조적인 다양한 소규모 연구들이 활기를 띨 수 있도록 ‘선택과 집중’의 비중을 줄여야 할 것이다. 

능력 있는 신인 가수는 대규모 모창 대회를 통해서 태어나는 것이 아니라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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