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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창구 교수의 약창춘추
<158> 사람을 두려워하는 나라, 일본 (14) - 도시락과 쟁반을 좋아해
심창구 서울대 명예교수
입력 2014-09-03 09:38 수정 최종수정 2014-09-03 09: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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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일본 사람들은 식당에 가서도 도시락(벤또)을 즐겨 주문한다. 반면에 우리는 학교 또는 소풍 갈 때에는 싸 가지만, 식당에 가서까지 도시락을 시켜 먹지는 않는다.

일본의 도시락은 값도 제법 비싸다. 예컨대 마꾸노우찌벤또는 다른 메뉴 못지 않게 값이 고가(高價)이다. 한마디로 일본 벤또는 우리나라의 도시락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높은 위상을 자랑한다.

왜 일본 사람들은 식당에 가서까지 벤또를 즐겨 먹을까? 늘 궁금한 의문이었다.

2. 또 일본의 대중 식당에 가서 음식을 주문하면, 종업원은 예외 없이 1인분씩의 음식을 직사각형의 작은 쟁반에 담아 와 주문자 식탁에 놓는다. 그러면 주문한 사람은 쟁반에서 음식을 꺼내지 않고, 받은 모습 그대로 식사를 한다. 음식이 쟁반에 들어 있는 상태에서 식사를 하는 법이 없는 우리나라와는 딴판이다. 왜 일본 사람은 쟁반에서 음식을 꺼내 놓지 않고 식사를 할까? 이것 또한 궁금한 일이었다.

3. 일본 사람들은 상대방의 음식에 수저를 디미는 것을 꺼려한다. 공격적인(?) 행동으로 상대방의 심기를 어지럽힐까 두렵기 때문이다. 일본 메뉴에 찌개와 같은 공용 메뉴가 거의 없는 것도 같은 이유에서일 것이다. 그런데 도시락이나 쟁반으로 식사를 하면 네 것 내 것이 명확하게 구분되기 때문에 안전하게 내 것만 먹을 수 있다. 공연히 남의 음식에 수저를 디밀어 상대방의 심기를 건드릴 우려가 전혀 없는 것이다. 그래서 일본 사람들은 여럿이 함께 식당에 가더라도 각자 자기 도시락이나 자기 쟁반에 담긴 음식만 먹는 것이다.

4. 반면에 우리나라 사람들은 도시락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우리는 도시락이란 부득이하게 싸 가는 값싼 간이 메뉴에 불과하다고 생각한다. 또 우리나라 사람은 절대로 쟁반째 음식을 놓고 먹지 않는다. 우리에게 쟁반은 음식을 운반하는 도구(food delivery system)에 불과하다. 우리는 쟁반에 담긴 음식을 다 내려 놓은 다음에야 비로소 식사를 시작한다. 쟁반의 용도가 다르다 보니 모양과 크기도 일본과 다르다. 일본은 작고 직사각형이라 식탁에 놓기 좋지만, 우리는 크고 원형 또는 타원형이라 식탁에 놓기에 불편하다. 

5. 우리나라 식탁에서는 밥과 국을 제외하면 네 음식 내 음식의 구분이 없다. 모든 반찬이나 별식들이 다 공용이다. 가장 대표적인 메뉴가 찌개이다. 찌개는 여러 명이 함께 식사를 하더라도 달랑 한 그릇만 나오는 경우가 많다. 그래도 다들 좋다고 같은 그릇에 숟가락을 디민다. 비위생적이긴 하지만, 그렇게 해야 비로소 ‘같이 밥을 먹었다’고 믿는다. 한국 사람들이 술을 마실 때 술잔을 돌리는 것도 같은 이유에서일 것이다. 우리에게 식사하기란 두려움이 아니라 정(情)을 나누는 자리였던 것이다. 위생은 정(情)에 비하면 오히려 가벼운 문제였다.

6. 내가 시골에서 초등학교에 다니던 시절, 막내 고모님은 내 밥상머리에 앉아, “얘, 이거 한번 먹어 봐라, 이것도 참 맛있더라” 하시면서 이것 저것을 집어 주셨다. 물론 내가 귀여워서였겠지만, 나는 그 참견이 성가셔서 짜증을 내곤 하였다. 지금도 나는 밥 먹을 때 누가 건드리면 짜증을 낸다. 아내는 식당에 가면 늘 나와 다른 메뉴를 시킨 다음, 식사 도중에 내 음식에 숟가락을 디민다. 서로 다른 걸 시켜 놓고 교대로 먹어 보는 것이 현명한 일이라나. 그러나 나는 내 맘대로 먹는 자유가 침해되는 것이 귀찮고 싫다.

7. 문득 일본 사람들의 식문화(食文化)가 이해되기 시작한다. 일본 사람들이 도시락을 좋아하고, 쟁반째로 먹기를 좋아하며, 찌개를 먹지 않고, 술잔을 돌리지 않는 것은, 네 것 내 것 구분 없이 먹음으로써 상대방을 귀찮게 만드는 것이 두려웠기 때문일 것이다. 그런 그들에게 도시락과 쟁반이야말로 상대방을 귀찮게 할 필요가 없는 가장 편안한 식사 방식이었을 것이다. 사람에 대한 두려움! 그것이 일본 사람들이 도시락과 쟁반 식사를 선호하게 만든 배경이지 않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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