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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창구 교수의 약창춘추
<83> 논문은 ‘비오는 달밤’에 쓰는 것이 아니다
심창구 서울대 명예교수
입력 2011-08-10 10:13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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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에 이어 금년에도 경기도 약사회에서는 제6회 경기약사학술대회와 관련하여 회원들에게 논문을 공모하였다. 영광스럽게도 본인은 작년에 이어 올해에도 이 논문들을 심사할 기회를 갖게 되었는데, 여기에 심사 소감의 일단을 피력하고자 한다. 우선 바쁜 일과에도 불과하고 많은 분들이 논문을 작성하여 응모한 사실에 경의를 표한다.

금년에 응모된 논문은 총 21편이었다. 작년의 32편보다는 조금 줄어 든 숫자이다. 21편의 논문의 저자로서는 개국약사가 16, 제약회사 생산부가 3, 병원약제부가 1, 보건소가 1명의 순이었다. 지역별로는 경기지부가 15편, 서울지부가 5편, 인천지부가 1편이었다.

다룬 주제로는 DUR, 일본약국의 현황, 심야약국 등 신선하고 시의적절한 것도 있었으나 대체로 건보재정 문제, 불용재고약 문제, 약국경영 개선문제, 카드 수수료 문제 등 작년과 비슷한 내용이 많았다. 제약회사에서 나온 논문은 무균제제라든지 GMP 또는 제품표준서에 관한 것으로 논문이라기 보다 해설문이라고 봐야 할 내용이었다. 병원약제부에서 나온 논문은 반납해야 할 약의 처리에 관한 내용이었고, 보건소에서 나온 논문은 약물남용 (특히 술) 교육에 영화관람을 활용하자는 내용이었다.

적지 않은 논문들을 읽으면서 제일 먼저 느낀 소감은 약사사회에 답답한 문제들이 적체되어 있다는 것이었다. 일견 사소해 보이지만 약국을 개설한 약사의 입장에서는 결코 간과할 수 없는 문제들이 몇 년째 해결되지 못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오히려 더 심각해지고 있다는 느낌이었다. 아울러 약사의 정체성 확립에 대한 아쉬움을 토로하는 논문들이 많았다. 모두들 누군가 나서서 이런 문제들을 해결해 주기를 간절히 바라는 것 같았다.

그 다음으로 느낀 것은 대부분의 논문들이 주장하고 싶은 내용에 대한 의욕은 컸지만, 이를 설득력있게 논리적으로 풀어내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우선 논문의 형식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듯 하였다. 논문은 대개 제목, ‘서론 (또는 배경 및 연구의 목적), 연구 방법, 연구 결과 및 고찰, 결론, 문헌 소개’ 순으로 쓰는 것이 일반적인데, 이 형식을 전혀 무시한 논문이 많았다. 꼭 그 형식에 따라야만 하느냐고 반론할 수도 있겠지만, 특별히 안 따를 이유도 없는 내용의 논문들이었는데 말이다.

그 결과 논리의 기승전결 (起承轉結), 즉 논리 전개가 약한 것이 대부분의 논문들의 공통적인 약점이었다. 논문의 제목을 예로 들어 보자. 제목은 저자가 주장하고 싶은 내용을 분명하게 압축한 것이어야 하는데 두리뭉실하거나 지나치게 광범위한 영역을 다루는 듯한 표현을 쓴 논문이 많았다. 이러한 표현은 독자로 하여금 논문의 핵심 주장을 파악하기 어렵게 만들 뿐이다.

옛날에 자칭 국보 (國寶)라시던 국문학자 고 양주동 박사께서 방송에 나와 하시던 말씀이 생각난다. 자기가 쓴 시 (詩) 중에 ‘비 오는 달밤’ 비슷한 표현이 있는데, 사실 비오는 날에는 달이 뜨지 않기 때문에 이런 표현은 논리적으로는 틀린 말이지만 시의 세계에서는 사용할 수 있는 표현이라며 껄껄 웃으시는 것이었다. 나는 ‘시의 세계’는 그런 건가 보다 생각했던 기억이 난다.

그러나 논문이란 시가 아니다. 누구나 부인할 수 없는 논리를 전개해야 그 주장에 설득력이 생긴다. 예컨대 ‘건강기능 식품 판매는 약국경영에 도움이 된다’라는 주장을 펴고자 한다면, 어느 정도 도움이 되는지 구체적인 근거 자료를 제시해야 한다. 막연한 주장만 가지고는 독자가 설득되지 않기 때문이다. 이런 점에서는 사회과학 분야의 논문도 자연과학 분야의 논문과 조금도 다르지 않다고 본다.  

끝으로 아무리 노벨상을 받은 저명한 자연과학자의 논문도 여러 사람의 악의적인 (?) 비판을 수용 또는 반박해 낸 다음에야 비로소 잡지에 실릴 수 있음을 지적하고 싶다. 약사님들의 논문도 다시 한번 엄격한 비판 과정을 거친 후 관련 잡지에 싣도록 하였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약사님들 파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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