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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창구 교수의 약창춘추
<79> 약제학의 변신 (3) –분자약제학에서 맞춤약제학으로
심창구 서울대 명예교수
입력 2011-06-08 10:38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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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약창춘추 3 및 4에서 언급한 바 있지만, 1998년 미국 내에서 입원한 환자 중 약 10만 명이 약물부작용으로 사망한다는 추정 통계가 발표되었다.

놀라운 통계이다. 죽지는 않았지만 고통을 받은 사람들까지 합친다면 그 숫자는 몇십만이 될지도 모른다.

왜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약물의 부작용 때문에 죽거나 고통을 받을까? 그 이유는 환자의 인종이나 개인차를 무시하고 모두에게 같은 약을, 같은 양으로, 같은 방법으로 투여하는 종래의 약물요법과 투여방법 (dosage regimen)에 심각한 문제점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렇다면 이처럼 수십만명의 생명을 죽이고 괴롭히는 구태의연한 약물요법은 확 바꾸어야 한다. 

 인간유전체 프로젝트가 완료되고 유전학이 발달함에 따라, 약물의 약효를 결정짓는 3대 요소는 막수송체, 대사 효소 및 수용체이며, 이는 인종은 물론 개인에 따라 매우 심하게 변동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예컨대 한국전쟁시 흑인 병사에게 항말라리아 약인 프리마퀸을 투여하였더니, 그들 중 약 10%가 빈혈을 호소하였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이들에게는 G6PD라는 유전자가 부족하여 이 약을 대사시키는 효소 레벨이 낮았기 때문이었다.

이로써 인종차이를 무시하는 종래의 약물 투여방식은 위험하고 무식하기 짝이 없는 방법이라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 지면 관계상 생략하지만 수용체 또는 막수송체의 인종간 및 개인간 차이에 의해 약물의 부작용이 나타나는 사례에 대한 보고도 점점 늘어 나고 있다.

 이제 군화 (軍靴)에 발을 맞추듯 ‘약에 환자를 맞추는’ 획일화된 종래의 투여법은 안된다. 더 이상 사람의 생명을 위협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제 약물요법은 ‘개개인의 발에 군화를 맞추는’ 방식으로 바뀌어야 한다.

즉 환자 개개인의 유전적 특성에 비추어 가장 잘 맞는 약을, 가장 적당한 용량으로, 가장 좋은 방법에 따라 투여해야 한다. 이러한 취지의 약학을 “개인맞춤약학 또는 맞춤약학 (Individualized Medicine, Personalized Medicine, Tailored Medicine)”이라고 부른다.

 약제학은 앞서 언급한 바 있는대로 ‘이상적인 약물 송달’을 목표로 삼고 있는 학문이다. 따라서 약제학은 숙명적으로 ‘맞춤약학’을 지향할 수밖에 없다. 아니 반드시 그리 되어야 21세기에 약사의 직능이 존속될 수 있을 것이다.

이제 곧 의사도 환자의 유전적 특성을 감안하여 처방을 쓰는 시대가 될 터인데, 그렇다면 약사도 환자의 유전적 특성을 고려하여 처방을 검토하고 복약지도를 하지 않으면 안 되게 된다. 따라서 약대6년제의 목표도 임상약학이라는 다소 애매한 목표를 뛰어 넘어 당연히 ‘맞춤약학 시대의 대비’로 구체화되어야 한다. 그래야만 ‘왜 약대를 6년제로 연장 하여야 하나? 라고 하는 국민적 의문에 명쾌한 대답을 할 수 있을 것이다.

 오늘 강조하고 싶은 것은 약제학이 맞춤약학 시대를 선도해야 한다는 것이다. 임상약학도 있고 약물학도 있지만 약제학 이야말로 앞에서 언급한 것처럼 ‘이상적인 약물송달’을 실현하기 위한 학문이기 때문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분자생물학의 뒤를 이어 약물유전학 (pharmacogenetics)을 약제학의 새로운 지적 (知的) 토대로 삼아야 할 것이다.

 만약 약제학이 ‘맞춤약제학 (Individualized Pharmaceutics)’’으로의 변신에 실패한다면, 약제학은 물론 약학, 특히 약사의 직능은 조만간 그 설 땅을 잃게 될지도 모른다.

약학대학도 그 존재의의에 대한 국민적 지지와 오늘날 누리고 있는 높은 위상을 잃을 우려가 크다. 더 큰 문제는 의약품의 안전한 사용에 대한 국민들의 수요에 부응할 수 없게 될 것이다.

이렇게 보면 맞춤약제학으로의 변신은 이처럼 약제학의 차원을 넘어 국가적으로 매우 심각한 의미를 갖는 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약제학의 또 한번의 변신을 기대해 마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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