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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창구 교수의 약창춘추
<72> 일본에서는 길을 묻지 마라
심창구 서울대 명예교수
입력 2011-02-16 09:29 수정 최종수정 2011-02-16 0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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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사람들은 욕은커녕 남에게 폐를 끼치는 것도 매우 두려워한다. 우리나라에서는 ‘개구장이라도 좋다. 튼튼하게만 자라다오’란 담대한(?) 광고 카피가 있었지만, 일본에서는 아이들에 대한 교육 제1조가 ‘남에게 폐를 끼치지 말라’는 소심한(?) 내용이다. 애가 잘못하면 엄마가 애를 데리고 와서 반드시 사과를 시키는 나라가 일본이다.

일본에서는 학생들이 여행을 가면 못 간 사람을 위해 반드시 선물을 산다. 비록 우리가 보기에는 누구 코에 붙이려나 싶을 정도로 작긴 하지만. 일본어에서 선물을 토산품 (土産品)이라 쓰고 오미아게 (おみあげ)라고 하는데, 이는 (젓가락으로) 집어 올려 보여 줄만큼 작다는 의미를 갖고 있는 것은 아닐까?. 선물을 받은 사람은 그 작은 선물 한 개를 입에 넣으며 설사 맛이 없더라도 반드시 이렇게 말해야 한다. ‘아, 오이시이 (아, 맛있다)’ !.

내 경험에 의하면 일본에서 아파트 (우리의 연립주택)나 만숀 (우리의 아파트)으로 이사를 가면 바로이웃집 들에 과자 같은 간단한 선물을 접시에 담아 돌려야 한다. 그 선물을 받은 이웃집들도 거의 그 즉시로 비슷하거나 약간 작은 크기의 답례품을 이사 온 집에 보내야 한다. 일종의 전입신고와 답례로 아름다운 풍속이라 할만 하다. 그런데 나는 어딘가 이들이 서로 이웃을 두려워하고 잇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1980년 동경대 대학원생 시절, 후지산으로 교실 여행을 가게 되었다. 특이한 것은 정해진 여관까지 개별적으로 가서 정해진 시간에 만나는 것이었다. 과 대표가 단체로 표를 사서 배나 비행기를 탈 때 일일이 나누어 주며 인원수를 세는 우리나라 대학생들의 여행보다는 성숙되어 보였다. 개별 출발이라고 해도 혼자서는 가는 방법을 모르는 나는 지도 교수님이 운전하는 차를 얻어 타고 가게 되었다.

그런데 교수님은 출발에 앞서 지도책부터 사시는 것이었다. 나는 가다가 길을 모르겠으면 차 유리창을 내리고 ‘아저씨, xx산 어디로 가면 되나요?’ 소리치면 될 것을 뭐 하러 지도책을 사나 생각하였다. 우리나라는 그러면 되는 나라이었다. 그런데 알고 보니 일본에서는 사람들이 함부로 길을 묻지 않았다. 지나가는 사람을 세워 놓고 길을 묻는 것은 일본인에게는 대단한 실례이자 민폐인 모양이다. 길을 묻다가 운이 나쁘면 칼을 맞는 시절도 있었을지 모른다. 이런 분위기이니 일본에 지도책이 발달할 수 밖에 없었을 것이다. 일본 사람들은 ‘지도책을 사보면 될 걸 왜 묻느냐’고 생각하는 것 같았다. 최근의 조사에 의하면 일본 자동차 운전자의 60%가 GPS를 이용하고 있다고 한다. 세계 최고의 GPS 이용률이다. 묻기 두려워하는 일본인의 특성을 생각하면 이해할 수 있는 통계인 것 같다.

일본 서점에는 외국의 먹거리 볼거리까지를 상세하게 설명한 책들이 무수히 많다. 우리가 보면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상세하다. 솔직히 우리나라에 관한 정보도 일본책에 더 상세하게 나와 있다. 또 일본의 길거리에는 친절한 길 안내가 넘친다. 일본에서는 길을 잃거든 누구에게 묻지 말고 그 자리에 멈추어 주위를 둘러 보라는 말이 있다. 반드시 눈이 닿는 곳에 길을 안내하는 안내문이 있다고 한다. 이 모두가 묻기를 두려워하는 일본인의 특성과 일맥상통하는 것은 아닐까? 

우리나라 길 안내판은 아직도 멀었다. 막상 예컨대 ‘사당사거리’를 찾아 그 곳에 가보면 그곳이 사당사거리라는 표지가 잘 안 보인다. 그래 늘 신경질이 나던 터에 GPS가 나왔다. 그러니 자연히 이용률이 높아질 수 밖에. 우리나라 운전자의 GPS 이용률이 50%로 세계 두번째로 높단다. 일본은 묻기가 두려워서, 우리는 기존의 길안내가 부실해서 GPS를 많이 이용하는 것 같다. 요즘은 스마트폰까지 길 안내를 해준다. 이래저래 점점 남에게 길을 묻지 못 하는 세상이 되어 가고 있다. 어디 도로뿐이랴? 인생길 물을 데도 없어지고 있으니 웃을까 울까 물을 데가 없구나.
전체댓글 1개
  • 하루 2021.10.19 00:26 신고하기
    오미아게おみあげ가 아니라 오미야게(おみやげ)인데... 오타인 거겠죠?
    참고로 예전엔 그랬는지 모르겠지만 적어도 요즘은 이사온 사람이 선물을 돌리면 거기에 답례는 따로 하지 않는 편이에요. 일반적으로는 남에게 뭘 받으면 반드시 소소하게 답례를 하는 해야하는데, 이사 선물에는 답례를 안 하더라고요. 길 묻는 사람도 많아졌고요.
    아마 예전이랑 좀 달라졌나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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