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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창구 교수의 약창춘추
<46> 나이를 먹으면 잘 안 들려
심창구 서울대 명예교수
입력 2009-12-22 10:54 수정 최종수정 2010-05-10 13: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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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들로부터 “아내가 남이 부르는 소리를 잘 못 들으면 늙었다는 증거”라는 말을 들은 어떤 남편이 집에 와서 아내를 테스트를 해 보기로 하였단다. 우선 마루 끝 저만치에서 부엌에서 요리를 하고 있는 아내를 향해 큰 소리로 물었다. “여보 오늘 저녁 메뉴는 뭐야?” 아내는 아무 대답을 하지 않았다. “아하 이 사람이 벌써 귀가 잘 안 들리는구나” 생각한 남편은 부엌 입구 가까이 가서 다시 물었다. “여보 오늘 저녁 메뉴는 뭐지?” 그러나 이번에도 아내는 아무 말을 하지 않았다. “이 사람이 이토록 귀가 어두워졌나?” 싶어 왈칵 마누라가 안쓰러워졌다. 그래서 이번에는 아내 바로 뒤까지 가서 아내의 어깨를 치며 물었다. “여보 오늘 저녁 메뉴가 뭐냐고?” 그제서야 아내는 돌아서며 한마디 했다. “아니 수제비라고 아까부터 몇 번을 말해야 알아들어요?” 라고. 이 말에 남편은 그만 좌절하였다.

늙으면 소리가 잘 안 들린다. 아이들과 함께 텔레비전을 시청하다가도 무슨 말인지 못 알아 듣고는 “얘, 지금 방송에서 뭐라고 했냐?” 라고 묻는 일도 많아진다. 그래서 자연히 텔레비전도 크게 틀어 놓게 된다. 최근 인터넷 상에서는 ‘청력나이 측정법’ 프로그램이 유행이라고 한다. 이는 10초 동안 음 높이가 다른 9개의 소리를 들려주고 몇 차례 들리느냐에 따라 청력나이를 알려주는 것인데. 9번 이상 들리면 청력 나이 5∼10세, 5번 이상이면 26∼30세, 2번 이상이면 41∼45세, 한번도 들리지 않으면 51세 이상이라고 한다. 한번 http://www.science.go.kr/webzine/20061002/00847.html 에 들어가 청력을 테스트해 보는 것도 좋을 듯 하다. 나도 실제로 한번 측정을 해 보았더니, 청력나이는 육체 나이대로 청력 나이가 나왔다. 그런데 매우 신기한 것은 30대인 우리 아들에게는 분명히 들린다는 소리가 내게는 전혀 들리지 않는 것이었다.

나이가 들면 청력이 약해져 50대는 1만2,000㎐, 40대는 1만4,000㎐, 30대는 1만6,000㎐, 20대는 1만8,000㎐ 이상을 거의 들을 수 없다고 한다. 나이가 들수록 들을 수 있는 소리의 주파수 영역이 좁아진다는 의미이다. 왜 그럴까? 사람의 귀 고막에는 청신경전달계인 달팽이관이 연결돼 그 입구에서 고주파를 감지하고, 점차 안쪽으로 갈수록 저주파를 느끼게 되는데, 나이가 많거나 큰 소리를 많이 듣게 되면 달팽이관 입구의 신경세포가 손상돼 고주파 음부터 듣지 못하게 되기 때문이라고 한다.

들을 수 있는 주파수 영역 (음역)이 좁아지면, 즉 간단히 말해서 귀가 어두워지면 일상생활이 불편해지는 것은 두말할 필요도 없겠다. 게다가 남의 말을 잘 못 들으니 남을 오해도 하기 쉽고, 나만 빼놓고 무슨 궁리들을 하나 싶어 마음이 삐치기도 쉽다. 그래서 귀가 어두운 사람 옆에서 다른 사람과 수군거리는 것은 금물이다. 남의 말이 잘 안 들리는 것보다 더 큰 문제는, 늙으면 남의 말을 잘 들으려고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오랜 세월을 살면서 생각이 굳어진 때문이다. 아무튼 이런 저런 이유로 늙은이는 젊은이의 사회로부터 점점 고립되게 된다.

그런데 우리 장모님은 나이 먹어서 잘 안 들리고 잘 안 보이는 것은, 이제 세상사에서 한발 빼라는 하나님의 섭리라고 하신다. 늙은이가 젊은이처럼 세상의 사소한 것까지 다 보고 다 듣고 일일이 참견해서는 볼썽 사납단다. 그러므로 나이가 먹으면, 덜 들리고 덜 보이는 것을 서운하게 생각하지 말라신다. 나는 지금 어떤 마음가짐으로 나이를 한 살 더 먹고 있는가? 어김없이 다가 오는 새 해를 맞으며 잠시 생각에 빠져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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