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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창구 교수의 약창춘추
<43> 귀에 거슬리는 말들
심창구 서울대 명예교수
입력 2009-11-10 19:54 수정 최종수정 2010-05-10 13: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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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어떤 말들이 귀에 거슬린다. 단풍 구경을 나온 사람에게 리포터가 “이런데 나오시니까 기분이 어떠세요?”라고 물으면 구경꾼은 “모처럼 아름다운 경치를 보니 스트레스도 풀리고 기분이 좋은 것 같아요”라고 대답한다. “좋은 것 같다”라니 좋다는 건지 안 좋다는 건지… 이런 경우에는 그냥 “기분이 참 좋네요”하면 좋지 않을까? 가끔 “너무 좋은 것 같아요”라고 대답하는 사람도 있는데, 보통 “너무”는 “너무 힘들다, 너무 비싸다, 너무 크다”의 예에서 보듯 정도가 지나쳐서 좋지 않은 경우에 쓰는 말로 “예쁘다, 맛있다, 멋있다”와 같은 긍정적인 단어 앞에는 붙이지 않는 것이 원칙이다. “너무”를 남용하지 말았으면 좋겠다.  

또 아침에 만나 인사할 때 “좋은 하루되세요”라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여기에서 “되세요”가 영 귀에 거슬린다. “되는”이란 저절로 이루어지는 것을 의미하는 말이기 때문에 “되세요”와 같은 명령어체로 사용해서는 안 된다. 이 말은 “오늘 하루 잘 보내세요”라고 바꾸어 말하는 것이 옳아 보인다.

비슷한 예로 “안심하고 학교 보내기” 운동이란 말이 한 때 있었다. 이 말도 이상하다. 안심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자는 취지인지, 안심할 여건이 안되더라도 억지로라도 안심하고 애를 학교에 보내자 라는 취지인지가 불분명하다. 이 말은 “안심하고 보낼 수 있는 학교 환경 만들기”로 바꾸는 것이 어떨까?  

또 논문 등의 맨 마지막에 잘 쓰이는 표현으로 무엇 무엇으로 “사료된다”가 있는데, 우선 “사료 (思料)”가 너무 어려운 말이라 마음에 들지 않는다. 비슷한 경우에 “생각된다” 를 쓰기도 하는데 사료된다 보다는 알기 쉽지만, 내가 생각을 하는 것이 아니라 생각이 “되어지는” 것 같은 느낌이 들어 역시 귀에 거슬린다. 즉 “사료된다”나 “생각된다”는 둘 다 수동태인데 가능하면 “나는 이렇게 생각한다”는 식의 능동태로 바꾸어 쓰는 것이 좋지 않을까? 영어의 “It appears to be …”에 해당하는 우리 말 표현을 “사료된다” 또는 “생각된다”로 생각해서 사용하고 있다면, 이 말 대신 “…인 것처럼 보인다”로 바꾸어 쓰면 어떨까? 

발음이 귀에 거슬리는 경우도 있다. 일부 아나운서나 방송진행자가 단어의 장단음을 틀리게 발음하는 경우이다. 예컨대 “영등포 시장  (市場)에 간 시장 (市長)님”에서 “시”는 각각 길게 발음해야 하지만, 배가 고프다는 의미로 “시장하다”고 말할 때의 “시”는 짧게 발음해야 한다. 

끝으로 귀에 거슬리는 정도가 아니라 분명히 틀린 약업계의 용어 몇 개를 소개한다. 대표적인 것이 “엑기스”인데 옳은 표현은 물론 “엑스”이다. 원래 추출물 extract의 약자인 Ex를 일본 사람은 엑기스라고 읽는다. 일본어 발음의 한계 때문이다. 우리는 우수한 국어의 덕택으로 이를 엑스라고 발음할 수 있는데도 오랫동안 이를 엑기스로 읽어 왔다. 우스운 일이다.

최근에 엑기스 대신 엑스를 표준어로 바로 잡았지만, 너무 오랫동안 엑기스에 익숙해 있어서 엑스라고 하면 “엑기스” 같은 느낌이 안 난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다. 캅셀 (캡슐)이나 리모나아데 (레모네이드)도 일본인의 발음을 그대로 가져와 우습게 된 용어들이다. 한편 충진제 (충전제), 평량 (칭량), 상등액 (상징액), 활탁제 (활택제) 등은 한자를 잘못 읽어 틀리게 사용되는 용어들이다.  

말들이 가끔 귀에 거슬린다는 것은 나이를 먹었다는 징표일까? 아니면 환갑이 지났어도 아직 귀가 순해지지 (耳順) 않고 철이 덜 들었다는 징표일까? 만추(晩秋)의 한 때 잠시 생각에 잠겨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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