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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창구 교수의 약창춘추
<40> 병상단상 (病床斷想)
심창구 서울대 명예교수
입력 2009-09-29 10:28 수정 최종수정 2010-05-10 1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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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번에 39번째 글로 “암투병과 하나님 은혜”에 대해 쓴 바 있는데, 운명처럼 이번에는 그 뒷이야기를 쓰게 되었다. 다름 아니라 금년 8월 8일 (토)에 배가 아파서 하루를 버텨도 낫지 않길래 9일 (일)에 보라매 병원 응급실을 찾아 갔다.

내가 94년 직장암 수술을 받은 적이 있다고 하자 응급실 의사들은 치료에 자신 없어 하는 것 같았다. 그래서 94년 나를 수술했던 박재갑 교수에게 부탁하여 밤 중에 서울대 본원으로 병원을 옮겼다. 진단 결과 창자가 유착된 것으로 밝혀져 응급으로 수술하게 되었다.

개복 수술을 담당한 박규주 교수의 말에 의하면 창자가 엉망으로 유착되어 있어서 하나하나 떼어 낼 수 밖에 없었으며, 심하게 손상된 소장의 15센티미터는 절단할 수 밖에 없었다고 했다. 총 7-8시간에 걸친 대 수술이었다. 수술 후에는 심한 장 유착의 후유증으로 남들과 달리 꼬박 한달 간이나 방귀가 제대로 나오지 않고 변통이 되지 않아 큰 고생을 하였다.

이번이 3번째 개복 수술이었는데 이번이 그 중 고통이 심하였다. 다행히 직장암이 재발한 것은 아니었기에 그 부분은 걱정하지 않았다.  만약에 암까지 재발한 경우였다면 그 고통을 제대로 견뎌내지 못하였을지도 모르겠다.  

 병실에 누워 괴로운 나날을 보낼 때마다 느끼는 것이지만 사람은 몸이 약해지면 마음도 약해진다. 그래서 입원해 있는 동안 매주 찾아 와 준 친구, 병간호를 하는 아내를 위해 맛있는 음식을 준비해 준 교회 동료, 심신이 피곤한 아내의 말동무를 위해 자주 와준 여동생들에게 말할 수 없는 큰 위로를 받았다. 반면에 꼭 달려 와 줄 것 같던 사람들이 와 주지 않아 섭섭하기도 하였다. 92년 돌아가신 어머니는 10달 동안 입원해 계실 동안 누가 병문안을 오나 안 오나에 유독 관심을 보이셨었다.

그 때는 그 마음을 잘 이해하지 못하였는데 막상 내가 아파 보니 그 심정을 절절히 잘 이해할 수 있었다. 그러나 어머니와 달리 크리스챤인 나는 병문안을 오지 않은 사람들을 섭섭해 하지 않으려고 무진 노력 하였다. 아무튼 아픈 사람에 있어서의 위로란 건강한 사람이 상상하는 것 이상의 의미를 갖는 다는 것을 다시금 알게 되었다.

 아프다 보면 자연 죽음에 대해서도 생각해 보게 된다. 수술 직후 내 팔뚝에는 진통제 주사가 하나 달리게 되었는데, 내가 버튼을 누르면 일정 범위 내에서 진통제의 투여 속도가 빨라져 통증을 덜 느끼도록 되어 있었다. 진통제를 투여해도 얼마나 온 몸의 통증이 심한지 만약에 생명을 켜고 끄는 버튼이 진통제 버튼처럼 내 팔뚝에 달려 있다면 그 버튼을 눌러 생명을 끄고 싶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였다. 말하자면 그 순간에는 죽는 것보다 두려운 것이 통증이었다.

육체가 건강하지 못하니 생각도 건전하지 못한 방향으로 흘러 가는 듯 했다. 물론 크리스챤임을 상기함으로써 그러한 불경스러운 생각을 애써 떨쳐 버릴 수 있었다. 아무튼 세상의 모든 환자들이 지독한 통증없이 나름대로 자신의 병을 앓아 낼 수 있으면 정말 다행이겠다.

 또 하나 병상에서 내가 확인한 것은 나의 지론대로 아내들은 훌륭하다는 사실이다. 입원한 남편 곁에서 지극 정성으로 간호하는 아내의 모습을 보는 것은 일상적이다. 그러나 반대로 아내를 간호하는 남편은 그 수도 적고 정성도 아내에 미치지 못한다. 나 역시 9월 10일까지 병원에서 아내의 정성어린 간호를 받으면서, 아내가 하늘이 내려 주신 천사임을 확실히 깨달았다.

그러나 이런 깨달음보다 더 중요한 것은 역시 다시는 아프지 않도록 건강에 조심하여야겠다는 것이었다. 회복을 허락하신 하나님! 은혜에 다시 한번 감사드리며 다시는 아프지 않도록 지켜 주시기를 기도합니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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