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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9> 조국 전 법무부 장관 딸의 입학부정 사건의 이슈와 교훈

편집부

기사입력 2021-09-01 08:33     최종수정 2021-09-01 08:42 프린트하기 메일보내기 스크랩하기 목록보기   폰트크게 폰트작게

지난 8월 24일, 부산대학교는 지난 2015학년도에 의학전문대학원에 입학하여 졸업한 조국 전 법무부 장관 딸의 입학을 취소하겠다고 발표했다.  부산대학교는 졸업생에게 이러한 징계를 내리기로 결정한 이유에 대하여 조국 전 법무부 장관 딸이 지원했을 당시의 신입생 모집 요강에 의하면 입학을 위해 제출한 서류의 기재 내용이 사실과 다른 경우 불합격 처리한다고 되어 있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하였다.  또, 비록 해당 졸업생이 기재했었던, 사실과 다른 경력이 주요 합격요인은 아닌 것으로 판단되었지만 이는 “대학본부가 입학취소 여부를 판단할 때, 지원자의 제출 서류가 합격에 미친 영향력 여부는 고려사항이 될 수 없다”고 밝혔다.  그리고, 부산대는 학교 규칙이 정한 청문절차를 거쳐 징계를 확정하겠다고 발표했다.

이 결정에 대해 일부에서는 1) 어머니인 “정경심 교수에 대한 대법원의 판결이 확정되지 않은 상태에서 내려져” 헌법에 명시된 ‘무죄추정의 원칙’에 반하고 2) “본인의 행위가 아닌 어머니의 행위에 대한 형사재판 결과를 인용해 딸의 입학을 취소하는 사실상의 연좌제를 범하는 반헌법적인 처분”이며 3) 설령 법원 판결이 맞다 하더라도 입학에는 영향을 끼치지 않아 다른 지원자에게 피해를 주지 않았다며 반발하고 있는 것 같다.  

나는 미국 대학에서 근무하면서 학생들의 학업 부정행위 (academic misconduct)로 열린 청문회 (hearing)에 여러 번 참석한 경험을 가지고 있다.  이번 글에서는 이런 경험을 바탕으로 부산대학교의 결정에 대해 함께 생각해 보기로 한다.
  
대학입학 부정행위는 미국에서도 종종 일어나는 일이다.  특히, 2019년에 밝혀진, 무려 53명이 관련된 대규모 입학 부정행위 사건에서는 영화배우 등 부유층 부모들이 돈을 주고 자녀들의 성적을 조작해 여러 유명 대학교에 자녀들을 입학시킨 것으로 밝혀져 사회적으로 큰 파문을 일으켰다.  이들에 대한 형사재판은 모두 끝나지 않았지만 재판이 끝난 사람들은 죄질에 따라 징역 14일에서 6개월의 형과 수천만원에서 수억원의 벌금형을 선고받았다.  미국에서는 학교가 학생들의 동의없이 학업성적과 징계 등에 대한 정보를 제 삼자에게 공유할 수 없도록 법으로 정해져 있어 이 사건과 관련된 학생들이 어떤 징계를 받았는지 알기 어렵다.  하지만, 예일, 스탠포드, 남캘리포니아 대학교 등 관련된 학교들의 규정에 따르면 학생이 입시 비리 사건에 직접 관련되었다는 것이 확인될 경우, 즉 본인이 직접 성적, 서류 등의 조작 또는 제출에 가담했을 경우, 입학 취소 등의 중징계를 받을 수 있다.  실제로 이 사건에 관련되었던 한 학생은 그 다음 해에 정상적인 입시과정을 통해 다른 대학교에 입학한 것으로 보아 그 학생은 먼저 다니던 학교로부터 징계를 받았던 것 같다.

2019년 이 사건이 발생했을 때, 대부분의 미국 대학교들은 입학 부정행위가 밝혀졌을 당시 이와 직접 관련된 학생이 이미 졸업했을 경우에 어떤 징계를 내릴 수 있다는 규정을 갖추고 있지 않았다.  그래서, 이를 보완하고자 펜실베니아 대학교 (University of Pennsylvania)와 같은 학교들은 입시 비리가 확인되면 해당 졸업생의 학위를 취소시킨다는 규정을 새로 만들었다.  이는 입학을 취소시킨 부산대의 결정과는 약간 다른 것이지만 좀 더 일리있는 규정이라고 생각한다.  올림픽 경기에 출전하여 경기를 마친 선수가 금지약물을 복용한 것이 발견되었을 경우 실격시킨다.  즉, 이미 출전 완료한 경기를 출전하지 않은 것처럼 만들지 않고 경기 중 만든 기록을 인정하지 않는 것이다.  마찬가지로, 학업을 모두 마친 졸업생은 그 기록인 학위를 뺏는 것이 입학 취소보다 좀 더 논리적이다 (부산대도 해당 학생이 이미 졸업했을 경우에 대한 징계 규정이 없었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입학지원요강 사항에 포함된 입학취소로 결정했을 수도 있다).  

대학교가 입시 비리에 적극적으로 가담한 학생들에게 입학 또는 졸업 취소라는 중징계를 내리는 이유는 이것이 학업 부정행위이기 때문이다.  학업 부정행위는 자신이 혼자 힘으로 하지 않은 일을 마치 자신이 한 것처럼 꾸미는 것, 쉽게 말하면 거짓말인 것이다.  학업 부정행위의 대표적인 것은 표절 (plagiarism)이다.  표절은 다른 사람의 생각, 말, 저작을 사용하기 전에 미리 허가 받지 않았거나 출처를 밝히지 않은 채 마치 자신의 것인양 사용하는 것이다.  이와 마찬가지로, 받지도 않은 표창장을 받은 것처럼, 또는 이수하지 않은 인턴쉽을 완료한 것처럼 입학지원 서류에 기재하는 것도 혼자  힘으로  하지 않은 일을 스스로 한 것처럼 꾸미는 학업 부정행위이다.  또, 자기소개서에 표창장 수료나 인턴쉽 완수를 기재하지 않았더라도 거짓 자료를 제출했다면 학업 부정행위이다.  왜냐하면, 거짓 자료를 제출했다는 행위 자체가 학업 부정행위이기 때문이다.

조국 전 장관의 딸은 의전원에 지원했다.  의사 등 건강관련종사자들은 높은 윤리의식과 전문직업정신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는 점에서 학업 부정행위는 결코 용납해서는 안 되는 것이다.  거짓말하는 건강관련종사자의 지시와 조언을 어떻게 환자가 믿고 따를 수 있겠는가?

학업 부정행위가 확인되었을 경우, 그 행위가 이를 범한 학생 자신이나 다른 학생들의 학업 성적에 어떤 영향을 끼쳤는지는 고려대상이 아니다.  왜냐하면, 이는 학업 부정행위 자체가 대학의 가장 기본적이고 중요한 가치 중 하나인 academic integrity에 반하기 때문이다.  몇 년전 우리학교 학생이 다른 학생의 것을 일부 베껴서 과제물로 제출한 것이 발견되었다.  이 과제물은 그 과목 전체 성적에 5%밖에 영향을 끼치지 않았다.  또, 우리학교는 상대 평가가 아닌 절대평가로 학업성적을 평가하기 때문에 그 학생의 성적이 다른 학생들의 성적에 영향을 끼치지 않았다.  하지만, 우리학교는 이 학업 부정행위에 대한 징계로 그 학생에게 F학점을 주었다.

내가 참석한 학업 부정행위에 대한 거의 모든 청문회에서 이슈가 되었던 것은 해당 학생이 학업 부정행위를 알고 있었느냐이다.  따라서, 조국 전 법무부 장관 딸의 청문회에서도 이것이 이슈 중 하나가 될 가능성이 높다.  청문회에서 학생들이 거짓인 자료를 만들어 제출하는 것은 잘못하는 일인 줄 몰랐다고 주장하는 것을 많이 보았다. 하지만, 거짓인 자료를 제출하는 것은 잘못이라는 것은 초등학생들도 알고 있어야 할 정도로 기본적인 상식에 속하기 떄문에 청문회에서 받아들여지지 않는다.   또, 의학전문대학원을 지원할 때 해당 학생은 미성년자가 아닌 성인의 신분이었다.  따라서, 입학지원 서류의 내용을 최종적으로 확인하고 제출하는 책임을 져야 하는 사람은 어머니가 아닌 해당 학생 자신이다.  

일반적으로 학교내의 청문회는 외부가 아닌 학교가 자체적으로 조사한 결과를 바탕으로 내린 결정에 대한 것이다.  그런데, 이번 학업 부정행위 사건의 경우, 그 성격의 특수성으로 말미암아 – 예를 들어, 학교는 표창장을 위조하는데 사용된 컴퓨터를 압수해서 조사할 권한이 없다 - 외부, 즉, 검찰의 조사와 재판 결과에 의존할 수 밖에 없다.  그래서, 대법원의 판결이 나올 때까지 학교가 결정을 미루었어야 했다는 것은 일부 일리있는 주장이다.  부산대학교도 이에 대해 고심했던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법원이 어머니 정경심 교수의 혐의에 대해 판단하는 관점과 학교가 해당 학생의 학업 부정행위에 대해 판단하는 관점은 다를 수 있다. 예를 들어, 법원이 정경심 교수가 거짓으로 만든 입학지원 서류들이 학교의 업무를 방해했을 정도는 아니라고 판단하더라도, 다시 말하면, 공무집행방해에 대해 무죄라고 판결하더라고 이것이 해당 학생이 학업부정행위를 저지르지 않았다는 것을 뒷받침해 주는 아니다. 왜냐하면, 앞에서도 설명했듯이, 학업 부정행위의 이슈는 제출한 자료가 거짓인지 아닌지이지 그 제출한 자료가 학교나 다른 지원자들의 당락에 어떤 영향을 끼쳤느나가 아니기 때문이다. 즉, 해당 학생이 제출한 입학지원 서류의 내용 중 단 하나라도 사실과 다르다면 이는 학업 부정행위이다.  따라서, 청문회에서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딸이 학교의 결정을 뒤집기 위해서는 본인의 입학 서류에 기재된 내용이 모두 사실이라는 것을 증명해야 한다.

미국 대학교는 학교마다 청문회에서 확정할 수 있는 사안이 다르다. 어떤 학교는 징계 여부와 내용을 모두 다룰 수 있는 반면, 우리 학교처럼 징계 내용은 다룰 수 없고 징계 여부만 확정할 수 있는 학교도 있다.  어떤 경우이건 학교의 징계를 학교 구성원 모두가 받아들일 수 있게 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는 징계의 일관성 (consistency)이다.  즉, 학교가 지금까지 발견한 모든 비슷한 학업 부정행위들에 대한 징계 여부와 내용에 대해 일관성있는 결정을 내려야만 학생들은 학교의 결정을 받아들일 수 있는 것이다.  부산대학교의 발표로 보아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딸과 비슷한 입학 부정행위 케이스는 학교로서는 처음 발견한 것 같아 청문회에서 큰 문제가 될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  

조국 전 장관 딸의 입학 부정행위 사건은 우리나라 대학들이 학업 부정행위에 대한 윤리기준을 한단계 더 높일 수 있는 기회인 것 같다.  학생들의 학업 부정행위에 대한 뉴스를 보면서 우리나라 대학교의 징계 결정과 과정에 대해 의아해 했던 적이 많았다.  예를 들어, 2020년 한 의과대학에서 약 90명의 학생이 온라인으로 치뤄진 단원 평가와 중간시험에서 부정행위를 저질렀지만 해당 시험을 0점 처리하는 징계만을 내리고 말았다.  또, 부정행위를 조사하는 과정에서 한 교수는 “실수를 겸허히 반성하고 정직하게 시험 본 동료들에게 용서를 구한다면, 건설적인 방안으로 이 문제를 해결하겠다”며 학생들을 설득하는 메시지를 남겼다고 한다.  반면, 캘리포니아의 한 주립대는 수년 전 한 온라인 퀴즈의 부정행위에 관련된 40여명의 학생들에게 모두 F 학점을 준 적이 있었다.  이 퀴즈는 과목 전체 성적에서 고작 1%에 불과하지만 건강관련종사자는 환자에게 거짓말을 하면 안 되므로 학교는 이에 대한 강력한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해 관련된 학생들에게 중징계를 내렸던 것이다.  

입학 부정행위가 입학 취소 사유가 되면 졸업 부정행위도 졸업 또는 학위 취소사유여야 한다.  그동안 표절한 논문으로 졸업하여 이에 대해 사과한 우리나라 장관 후보자들을 여러 번 보았지만 이들에 대해 대학이 졸업 또는 학위취소라는 징계를 내렸다는 보도를 본 적은 거의 없다.  징계의 일관성을 위해 앞으로는 졸업 후에도 표절 등 학업 부정행위가 드러나면 대학은 장관 후보자일지라도 졸업 또는 학위를 취소해야 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학업 부정행위로 징계를 받는 학생들일지라도 그들의 인권을 보호해 주어야 한다.  앞서 지적했듯이 학교는 학생들의 학업 성적과 징계 여부에 대한 정보를 기밀로 다루어야 한다.  이는 사회적으로 조명을 받고 있는 사건과 관련된 학생들에게도 적용된다.  다시 말하면, 사회적으로 조명을 받고 있는 사건이라 할지라도 학교는 징계 여부와 내용에 대한 결정을 당사자와 사건과 직접 관련된 사람들, 예를 들어, 의사면허를 관리하는 보건복지부에만 알려야 한다.  입장을 바꿔서 생각해 보라.  내 학업 성적이나 징계 기록을 내 허락을 받지 않고 제 삼자가 알게 된다면 좋겠는가?  조국 전 장관 딸의 입학 부정행위 사건이 우리나라 대학들의 학생 인권 제고에 좋은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

*나는 부산대학교와는 아무 관련이 없으며, 2017년 대통령 선거 때에는 기호 5번 후보에게 투표했었다는 것을 밝힌다.

<필자소개>
-서울대 약학대학, 대학원 졸업
-University of Florida Doctor of Pharmacy-University of Miami Jackson Memorial Hospital  Pharmacy Practice Residency
-Universityof Florida Cardiovascular PharmacogenomicsFellowship
-현 University of California San Francisco 임상약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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