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재규 교수의 'From San Francisc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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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2> 코로나바이러스 백신을 맞다

신재규 교수의 'From San Francisco'

편집부

기사입력 2021-02-01 11:02     최종수정 2021-02-01 11:33 프린트하기 메일보내기 스크랩하기 목록보기   폰트크게 폰트작게

‘귀하는 코로나바이러스 백신 접종 대상자로 확인되었으니 아래 지시사항을 따라 접종하시기 바랍니다.’

학교로부터 받은 이 이메일에는 백신 접종을 어떻게 예약해야 하는지 자세히 기술되어 있었다.  학교는 접종 대상자에게 이메일을 보내기 전에 학교의 전자의무기록인 MyChart에 접종 대상자들을 모두 등록시켜 놓았다.  학교가 운영하는 건강보험인 UCSF Health가입자는 이 이메일을 받기 전부터 학교의 전자의무기록에 이미 등록되어 있기 때문에 따로 등록시킬 필요가 없었다.  하지만, 나처럼 다른 종류의 건강보험을 가진 학교 직원들도 학교에서 접종받을 수 있도록 미리 등록시켰던 것이다.  이처럼 여러가지 다른 종류의 건강보험을 가진 사람들도 학교에서 접종할 수 있는 이유는 연방정부가 코로나바이러스 백신의 비용을 지불해 주고 있기 때문이다.


                                                                       학교 전자의무기록의 스크린 갈무리.

학교의 전자의무기록은 학교 병원에서 사용하는 것과는 다른, 환자용으로 만든 것이다.  환자가 집에서 자신의 의무기록을 볼 수 있게 하기 위해 환자용 전자의무기록은 웹으로 접근할 수 있도록 되어 있었다.  처음으로 로그인을 하니 코로나바이러스 백신 접종에 대한 전자 동의서를 바로 볼 수 있었다.  이 동의서는 두 가지 사항을 확인하도록 요구하였다.  첫째, 내가 이메일을 받았을 때에만 해도 코로나바이러스 백신 접종 대상자가 환자를 직접 보는 건강관련종사자 (healthcare provider)로 제한되어 있었다 (현재는 65세 이상의 일반인으로 대상자를 넓힌 상태이다).  그래서, 내가 이에 해당하는지 확인하는 문항이었다.  둘째, 코로나바이러스 백신은 알러지 반응을 일으킬 수 있다.  그래서, 이에 대한 위험군인지 확인하기 위해 내가 과거에 다른 백신을 접종받았을 때나 코로나바이러스 백신의 성분 (예, polyethylene glycol, polysorbate)에 의해 알러지 반응을 겪었는지에 대해 물어 보았다.  이 두가지 사항에 대해 확인을 한뒤 백신 접종 동의서에 전자 서명을 하도록 했다.

서명을 마치자 백신 접종을 예약하는 페이지로 인도되었다.  이 페이지에는 접종 날짜별로 현재 예약이 가능한 시간들이 나열되어 있었다.  원하는 날짜와 시간을 선택하자 예약되었다는 메시지가 떴다 (이 메시지는 이메일로도 자동으로 전달되었다).  또, 메시지는 백신 접종 장소와 근처에 무료로 주차할 수 있는 장소를 지도와 함께 자세히 알려 주었다.

접종일 아침 일찍, 당일 접종예약을 확인해 주는 메시지가 이메일과 휴대전화기의 문자로 동시에 들어왔다.  우리 학교는 샌프란시스코 시내 여러 군데에 캠퍼스와 병원을 가지고 있는데 이 중 두 군데에서 코로나바이러스 백신을 제조회사 별로 접종하고 있다.  화이자 (Pfizer)백신은 파나서스 (Parnassus) 캠퍼스에서, 모더나 (Moderna) 백신은 미션 베이 (Mission Bay) 캠퍼스에서 접종한다.  내가 접종을 받은 곳은 미션 베이 캠퍼스였다 (그런데, 예약과정에서 접종대상자가 백신을 선택할 수는 없었다).  내가 백신 접종을 받은 건물은 회의와 수업 등으로 그동안 여러 번 가 보았던 곳이었다.  건물 문을 들어서자 출입자를 통제하고 있는 안내인이 방문 목적을 물어 보았다.  백신 접종을 위해 왔다고 하자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여부를 확인하는 자가 보고에 대한 결과를 보여 달라고 요구하였다.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여부를 확인하는 자가 보고 (Daily Health Screen)의 첫 페이지 갈무리.

코로나바이러스로 인해 아직까지 우리학교는 재택근무를 원칙으로 하고 있다.  볼 일 등으로 학교를 방문하고자 하면 직원들은 학교 건물안으로 들어서기 전에Daily Health Screen이라 불리는 자가 보고를 온라인으로 마쳐야 한다.  이 자가 보고는 시료를 추출해서 바이러스를 검사하는 것이 아니라 현재 코로나바이러스 감염 증상이 있는지, 최근 20일동안 코로나바이러스 감염 진단을 받았었는지, 코로나바이러스 테스트 결과를 기다리고 있는 사람과 같이 살고 있는지, 최근 14일 동안 밀접 접촉이나 여행을 다녀왔었는지 등에 대한 질문에 직원 스스로 보고하는 것이다.  자가 보고가 음성이면 보고를 마친 시간으로부터 18시간 동안 학교 건물에 출입할 수 있다는 온라인 허가증을 받는다.  이 시간이 지나면 자가 보고를 다시 해야만 학교 건물에 들어갈 수 있다.

온라인 허가증을 휴대전화로 보여주자 안내인은 백신 접종 방문을 등록하는 창구로 안내하였다.  이 창구에서 일하는 직원은 내 이름과 생년월일로 전자의무기록에 예약된 시간을 확인하고 백신 알러지에 대해서도 다시 한 번 확인하였다.  다음, 그는 미국질병통제센터 (CDC)가 코로나바이러스 백신의 부작용을 모니터하기 위해 만든 v-safe라는 백신접종자 추적 프로그램에 등록하도록 나에게 요청하였다.  휴대전화로 등록창구에 마련된 QR 코드를 스캔하니 이 프로그램의 웹사이트로 자동으로 인도되었다.  프로그램에 등록하기 위해 이름, 나이, 인종, 성별과 휴대전화번호를 기입했다.

등록을 마치자 접종하는 곳으로 안내받았다.  백신을 접종하는 곳은 두 군데였는데 각각 30-50명을 수용할 수 있는 강의실이었다.  강의실 안은 5-6 개의 긴 책상들이 띠엄띠엄 간격을 두고 평행으로 배치되어 있었고, 그 사이에 의자들이 띠엄띠엄 배치되어 있었다.  책상과 책상, 의자와 의자 사이의 간격을 보니 거리두기 기준 – 약 2 미터 – 을 맞추고 있었다.  또, 한 책상 당 접종을 담당하는 사람이 한 명씩 배치되어 있었다.  이들은 간호사, 간호대 학생, 약사, 약대 학생들로 모두 녹색 조끼를 입고 있어서 구분이 쉬웠다.  그런데, 이들은 한 자리에 고정되어 앉아 있는 것이 아니었다.  대신, 자신이 맡은 책상에 띠엄띠엄 앉아 있는 환자들에게 옮겨 다니면서 백신을 접종하고 있었다.

이와 같은 배치와 방법은 접종대상자간 거리두기 간격을 유지하면서 한 예약 시간에 최대한 많은 사람들을 접종시키고 접종 후 15분 동안 관찰할 수 있도록 고안된 것이었다.  만약 접종자가 한 곳에만 앉아 있으면 접종대상자들이 접종과 접종 후 관찰을 위해 이동해야 한다.  그런데, 한 예약시간 대에 오는 접종대상자 수가 접종자 수보다 훨씬 많기 때문에 접종대상자들이 이동하게 되면 이들간 거리두기 간격이 유지되기 어려울 것이다.

접종자가 쉽게 움직일 수 있도록 하기 위해 몇 가지 방법이 이용되었다.  첫째, 간호사들은 모두 데스크탑 (desktop)이 아닌 노트북을 이용하여 접종대상자의 전자의무기록에 접근하고 있었다.  둘째, 백신은 바이알 (vial) 이라 불리는 작은 유리병에 담겨 제조사로부터 공급된다.  바이알 당 접종할 수 있는 양은 제조사마다 달라 화이자 백신은 최대 6번을, 모더나 백신은 10번을 쓸 수 있는 양을 담고 있다.  따라서, 접종하기 위해서는 바이알로부터 주사기로 적정량을 뽑아 내어야 한다.  만약 접종자가 이 일을 해야 한다면 여러 자리로 이동하기 힘들다.  그래서, 이를 약국이 도와 주고 있었다.  즉, 약국이 미리 소분하여 주사기에 적정량을 담아 접종하는 곳에 보내는 것이다.  그러면, 접종자는 접종이 바로 가능한, 미리 마련된 주사기만 들고 다니면 된다.  이 소분 작업에 약대 학생들이 많이 참여하여 도와주고 있다.  코로나바이러스 백신에 대한 높은 수요에 비해 공급이 부족한 것이 현재의 상황이다.  그래서, 백신 바이알을 훔치는 사건도 발생했을 정도다.  그런데, 약국이 바이알을 직접 관리하면 약국 출입이 허가된 사람만 접근할 수 있기 때문에 백신 바이알을 도둑맞을 가능성이 적다 (백신 절도를 막기 위해 우리 학교 병원 약국은 코로나바이러스 백신을 마약에 준하는 수준으로 철저하게 관리하고 있다).  

나를 접종한 사람은 간호대 학생이었다.  백신 맞을 때의 느낌은 독감 등 다른 백신과 다르지 않았다.  백신 접종을 마치자 그는 두 번째 접종을 받으러 올 때 필요하다며 코로나바이러스 백신 기록 카드에 이름, 생년월일, 제조회사, 로트 번호 (lot number), 접종일, 접종장소 등을 기입하여 주었다.  그리고, 전자의무기록을 통해 두번째 접종 예약을 요청하는 이메일을 48시간안에 받을 것이라고 알려 주었다.  
                         코로나바이러스 백신 기록 카드 (COVID-19 vaccination record card).

접종 후 15분간의 관찰기간동안 아무런 이상 증상이 나타나지 않았기 때문에, 나는 접종때부터 앉았던 자리에서 일어나 접종 장소를 떠날 수 있었다.  접종대상자의 동선은 일방통행으로 설계해 놓았기 때문에 건물을 나가는 통로는 들어가는 통로와 완전히 분리되어 있었다.  그래서, 나가는 동안 다른 접종자들과 마주치지 않았다.

접종 당일에서 그 다음날까지 접종 부위의 통증만 있었을 뿐 – 다른 백신보다는 좀 더 아프기는 했다 - 다른 이상 증상은 나타나지 않았다.  그런데, 미국질병통제센터는 내가 등록한 v-safe 프로그램을 통해 접종후 이상 증상유무를 매일 확인하고 있다.  이 프로그램은 매일 내 휴대전화로 문자를 보낸다.  그리고, 이 전화메세지안의 링크를 클릭하면 접종후 이상 증상이 있는지 묻는 웹사이트로 연결된다. 

                                 v-safe 프로그램 접종후 이상 증상 질문 화면. 

전체적으로 코로나바이러스 백신 접종 과정은 단시간에 최대한 많은 사람들을 안전하게 접종시키기 위해 세심하게 배려하고 준비되어 있었다.  접종대상자가 전자의무기록을 통해 스스로 예약을 할 수 있었기 때문에 편리했으며 지도를 통한 지시가 잘 마련되어 있어 접종 장소를 찾기 쉬웠다.  또, 접종대상자의 동선을 일방통행으로 설계하고, 접종대상자의 이동을 최소화하도록 접종실의 책상과 의자를 배치하며, 접종자가 이동하도록 하여 모든 사람들이 안전하게 접종받고 또 접종할 수 있도록 하였다.  그리고, 접종 등록 때 QR 코드를 사용하여 접종대상자가 연방정부의 v-safe 프로그램에 쉽게 등록할 수 있도록 도와주었다.  이 프로그램은 휴대전화와 인터넷 링크를 이용하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백신의 안전성을 모니터링하는데 참여할 수 있도록 잘 디자인되어 있었다.  

무엇보다 인상적이었던 것은 많은 사람들이 백신 접종 사업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었다는 것이다.  특히, 약대 학생들은 백신을 주사기에 소분하는 데 도움을 주고 있을 뿐만 아니라 간호대 학생들과 함께 백신을 직접 접종하는데 참여하고 있어 가르치는 사람으로서 뿌듯했다.  뿐만 아니다.  우리 학교 총장 (Chancellor)도 소분한 백신을 담은 주사기를 나르는 데에 일일 자원봉사했다. 

    코로나바이러스 백신을 나르는 UCSF 총장, 호구드박사 (Dr. Sam Hawgood).  백신을 나르는 사람은 파란색 조끼를 입는다. 사진출처: UCSF 페이스북 갈무리.

이처럼 모든 사람들이 힘을 합치고 있으니 코로나바이러스를 퇴치할 날이 멀지 않은 것 같다.  

<필자소개>
-서울대 약학대학, 대학원 졸업
-University of Florida Doctor of Pharmacy-University of Miami Jackson Memorial Hospital  Pharmacy Practice Residency
-Universityof Florida Cardiovascular PharmacogenomicsFellowship
-현 University of California San Francisco 임상약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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