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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 몸이 붓게 하는 약 이야기
정재훈 약사
입력 2019-09-18 09:40 수정 최종수정 2019-09-18 16: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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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재훈 약사▲ 정재훈 약사
약을 복용하고 나면 다음날 얼굴이 붓거나 팔다리가 부은 느낌이 들 때가 있다. 이렇게 몸이 붓는 부작용을 일으키는 약으로는 스테로이드, 소염진통제, 피임약, 칼슘채널차단제 계열의 혈압약, 로시글리타존과 같은 당뇨약이 대표적이다. 왜 이런 부작용이 생길까?

나트륨이 몸에서 빠져나가는 걸 방해하기 때문이다. 이해를 돕기 위한 예로 밤에 라면을 국물까지 다 먹고 잔 다음날을 생각해보면 된다. 하루 섭취 권장량에 해당하는 2그램 가까운 나트륨(소금으로 환산하면 5그램)을 섭취하고 나서 그대로 자면 소변으로 내보낼 시간이 없다.

이때 나트륨이 몸에 머문다는 건 수분도 함께 붙잡아 빠져나가지 못하게 한다는 의미이다. 그러니 다음날 얼굴이 붓는 것이다. 약으로 인한 부종도 기본적으로 나트륨이 빠져나가는 걸 방해하여 나타나는 부작용이다. 하지만 세부적으로는 약마다 차이가 있다.

혈압약이 부종의 원인이 된다고 하여 모든 혈압약이 그런 것은 아니다. 고혈압 치료에 흔히 사용되는 이뇨제는 오히려 붓기를 빼준다. ACEI, ARB 계열의 혈압약은 몸이 붓는 부작용이 나타나지 않는다. 몸이 붓는 것은 주로 동맥혈관을 확장시키는 혈압약에 나타나는 부작용이다.

대표적으로 미녹시딜, 다이아족사이드와 같은 혈압약이 이런 부작용이 흔한데, 요즘에는 이런 약은 고혈압 치료 목적으로 사용되는 경우가 드물다. 칼슘채널차단약이라고 하는 혈압약, 암로디핀, 니페디핀은 자주 사용되는 항고혈압약으로 세동맥 혈관을 확장시켜서 몸이 붓는 부작용이 있을 수 있다.

부작용이 생기는 원리를 알면 부작용을 줄이는 것도 가능하다. 피는 동맥에서 정맥으로 흐른다. 세동맥은 도로를 확장해서 차가 많이 들어오는데 세정맥은 도로가 그대로면 길이 갑자기 좁아지니까 혈관내액이 유출되어, 즉 새나가서 부종이 생기게 된다.

이를 막기 위한 방법은 세정맥도 넓혀주는 것이다. 그래서 칼슘채널차단약과 ACEI 또는 ARB 계열의 항고혈압약을 함께 쓰면 칼슘채널차단약이 세동맥을 확장시켜주고 ACEI가 세정맥을 확장시켜서 부종이 줄어든다. 말하자면 상행선과 하행선을 모두 넓혀 교통 체증을 막는 것이다.

몸이 붓게 하는 약으로 또 하나 기억해둬야 할 게 비스테로이드성 소염진통제(NSAID)이다. 이 약은 신장에서 혈관을 확장시키고 나트륨 재흡수를 막는 프로스타글란딘의 합성을 막아서 부종을 악화시킬 수 있다. 소염진통제로 인한 부종은 일반적으로는 걱정할 필요가 없으며 붓기도 가벼운 수준이지만 고혈압이 있거나 심부전이 있는 경우에는 질환을 악화시킬 수 있으므로 주의가 필요하다.

만성질환이 없고 약 복용 중에 일시적으로 몸이 붓는 느낌이 있을 때는 크게 걱정할 일이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현재 고혈압이나 심부전, 신부전과 같은 만성질환으로 심장이나 신장 기능이 저하된 경우 또는 신독성 약물 복용 시에 몸이 붓거나 체중 증가가 두드러지게 나타날 경우, 숨쉬기가 힘든 경우에는 즉시 병원 방문이 필요하다.

신장은 대표적인 배설기관으로서 우리 몸속으로 들어온 약을 내보내는데 중요하다. 일부 약물은 신장을 통해 배설되는 과정에서 신장에 유해하게 작용하여 신장독성을 일으킨다. 아미노글리코시드, 페니실린, 세팔로스포린, 시프로플록사신 등의 항생제, 시스플라틴 등의 항암제가 대표적 예이다. 이들 약을 사용 중일 때 간혹 신장독성으로 인해 몸이 붓거나 체증 증가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

약 때문에 몸이 붓는 증상이 나타나는 것으로 의심된다고 해서 약부터 끊어서는 곤란하다. 약으로 치료 중이었던 질환이나 증상이 악화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부작용을 무시하고 넘어가도 위험하다. 의사, 약사와 충분한 상담을 통해 대응방법을 찾아야 한다.

경우에 따라서는 다른 약으로 바꿔주는 게 도움이 될 수 있지만 기존의 약을 계속 사용하면서 용량을 줄여주는 게 나을 수도 있다. 약 부작용은 누구나 피하고 싶은 일이지만 때때로 직면하게 되는 현실이기도 하다. 미리 잘 알아두면 혹시 모를 위험을 줄이는 데 큰 도움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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