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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윤영의 뮤지컬 오버뷰 (Musical Over:view)

두 얼굴의 신사, 관객을 매혹하다, 흥행 불패 뮤지컬 ‘지킬앤하이드’

편집부

기사입력 2021-11-26 11:21     최종수정 2021-11-26 11:28 프린트하기 메일보내기 스크랩하기 목록보기   폰트크게 폰트작게

                                   지킬앤하이드 공연포스터      <사진제공 오디컴퍼니>

인간은 때때로 이중적인 모습을 표출한다. 겉으로 드러난 자아와 본질적 자아가 완벽히 일치하는 경우란 지극히 드물 것이다. 그래서일까. 마치 이런 사실을 늘 염두에 둔 듯, 인간 본성에 대한 탐구는 과거로부터 지금까지 끊임없이 이어져 왔다. 철학적 사고로부터 발전한 고찰은 시간이 흐르면서 자연스럽게 과학적 연구로 발전하는 데 이르렀고, 자아 성찰의 결과물로 남아 수많은 예술작품을 탄생시킬 밑거름이 되었다. 

뮤지컬 ‘지킬앤하이드’에도 그러한 시대의 흐름이 잘 나타나 있다. 신사답고 능력 있는 의학박사 지킬이 좀처럼 풀리지 않던 의문의 해답을 찾고자 신을 향해 도전장을 내밀었을 때, 과연 그가 어떻게 응답했을지 궁금하지 않은가. 누구나 한 번쯤 해봤을 법한 고민은 관객들로부터 깊은 공감과 탄식을 이끌며 작품이 오랜 기간 최고의 자리를 지키도록 만들었다. 어느덧 올해로 17년이다. 

뮤지컬 ‘지킬앤하이드’가 흥행 불패의 신화를 이어가고 있다. 지난 10월 19일 서울 샤롯데씨어터에서 개막한 뒤 오는 2022년 5월 8일까지 긴 호흡을 이어갈 예정인데, 일부 자극적인 장면을 감안해 이번 시즌부터 14세 이상 관람가로 관람 등급을 높였다. 
 
작품은 2004년 한국 초연 이후 시즌을 거듭하는 동안 전체 누적 관객 수 150만 명에 이르는 관객들을 극장으로 이끌며 초대형 흥행작다운 면모를 빛내왔다. 사실상 매회 새로운 역사를 쓰고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놀랍게도 뮤지컬의 본고장 브로드웨이에서는 크게 주목받지 못했으나, 한국에서만큼은 확실히 달랐다. 이 같은 결과는 뛰어난 감각으로 정평이 난 오디컴퍼니의 신춘수 프로듀서가 작품을 논 레플리카 제작 방식으로 들여와 ‘한국 스타일’에 맞춰 새로이 해석했기 때문이었다. 덕분에 젊고 에너지 넘치는 주인공 캐릭터와 뚜렷해진 드라마로 완성된 ‘지킬앤하이드’가 탄생하게 됐고, 이제는 한국 뮤지컬 역사상 가장 압도적인 흥행작으로 기록됐을 뿐만 아니라 제명 자체로서 이중인격을 대표하는 수식어로도 자리 잡게 됐다.
 
뮤지컬 ‘지킬앤하이드’는 로버트 루이스 스티븐슨의 원작 소설 ‘지킬 박사와 하이드 씨의 이상한 사건(원제 , 1886)’으로부터 출발했다. 작품의 배경이 된 19세기 영국 사회상을 짚어보면 인간이 누릴 수 있는 쾌락은 죄악처럼 여겨져 내면에 품은 욕망을 겉으로 드러낼 수조차 없던 시기였다. 사회는 갈수록 발전을 거듭했으나 계층 간 틈은 더욱더 커질 뿐이었고, 기득권의 위선과 모순이 극에 달할 즈음 초월적인 인간을 향한 갈망이 뚜렷해졌다. 이 같은 경향은 뮤지컬에도 녹아들었다.
 
미스터리 추리물이지만 다소 평이한 전개로 펼쳐졌던 소설과 비교하면 뮤지컬은 훨씬 극적으로 각색됐는데, 그러한 과정에서 엠마와 루시라는 두 여성 캐릭터가 새롭게 등장해 지킬과 하이드로 각각 나뉘는 인물의 입체적 면모를 서로 대비하며 부각한다. 이로 인해 스토리가 더욱 흥미로워졌을 뿐만 아니라 지킬 박사가 품고 있던 인간 본연의 이중성이 더욱 확실하게 드러나게 되었지만, 여성들이 일종의 도구적 요소로 쓰이는 데 그친다는 점에서는 다소 아쉬움이 남는다. 
 
                               지킬앤하이드 공연장면 <사진제공 : 오디컴퍼니>

그럼에도 뮤지컬 ‘지킬앤하이드’가 관객들로부터 꾸준한 사랑을 받는 이유는 앞서 밝힌 배경 외에도 무수히 많다. 그중 하나는 바로 환상적인 넘버다. 작곡가 프랭크 와일드혼의 손길을 거친 ‘지킬앤하이드’에는 리프라이즈를 포함해 총 서른아홉 가지 넘버가 등장하는데, 요즘 말로 ‘넘버 맛집’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단 하나라도 좋지 않은 곡이 없다. 작품을 대표하는 넘버이자 쇼 스토퍼로 손꼽히는 ‘This is the Moment (지금 이 순간)’, 넘치는 힘이 매력적인 ‘Alive 2(얼라이브2)’, 지킬 박사와 하이드 사이 첨예한 대립이 돋보이는 ‘The Confrontation(대결)’은 최근 음원으로도 제작돼 공개됐을 만큼 인기가 많다. 또 들을 때마다 울컥하는 ‘A New Life (시작해 새 인생)’, 지나간 사랑의 추억이 눈앞을 스치는 듯한 ‘Once Upon a Dream (한 때는 꿈에)’, 앙상블의 저력이 느껴지는 ‘façade(가면)’도 놓칠 수 없다.  
 
단순한 듯 직관적인 무대를 170분 동안 가득 채우는 역할은 역시 배우들의 몫이다. 최고의 역량을 지닌 배우만이 무대에 오를 수 있었던 ‘지킬앤하이드’는 뮤지컬 배우들로부터 ‘꿈의 무대’로 손꼽힌다. 이번 시즌은 초연부터 오랜 인연을 맺어온 ‘지킬의 역사’ 류정한과 믿고 듣는 ‘홍지킬’ 홍광호, ‘록지킬’이란 타이틀로 처음 합류하며 자신만의 캐릭터를 구축한 신성록이 함께해 또 한 번 눈길을 끌었다. 모든 배우가 늘 완벽한 무대를 선사하지만, 그중에서도 특히 홍광호의 변신을 눈여겨볼 만하다. 그는 한층 깊어진 연기와 여유로움으로 이전보다 훨씬 더 자유롭고 거침없는 인물을 선보였다. 기본에 충실하면서도 유연하게 변주해 부른 노래 역시 큰 박수를 자아낸다. 올해 다시 ‘지킬앤하이드’로 무대에 선 홍광호가 과연 앞으로 얼마만큼 더 놀라운 무대를 보여줄지 기대가 크다.      
 
날이 갈수록 복잡해지는 현대 사회에서 뮤지컬 ‘지킬앤하이드’의 계속된 흥행은 어쩌면 당연한 일인지도 모른다. 선과 악으로 구분되는 인간 본성의 모호한 경계선 위에서 인간이 가진 이중성을 신랄하게 비판하고, 과연 어디에 판단 기준을 두어야 할지 모를 상황 속에 살아가는 이들에게 작품이 화두로 삼은 명제는 간접적으로나마 짙은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한다. 눈을 뗄 수 없을 만큼 강렬한 무대와 온몸을 휘감는 전율, 가슴속 깊은 곳에 자리한 감정의 분출을 감각하고 싶다면 지금 이 순간, 뮤지컬 ‘지킬앤하이드’를 만나 보길 바란다. 분명 후회 없는 선택이 되리라 확신한다. 

* 논 레플리카 (Non-Replica) : 라이선스를 취득해 들여온 뮤지컬 원작을 공연이 진행되는 나라의 정서나 트렌드에 맞춰 변형 가능한 제작 방식을 뜻한다. 작품이 본래 가지고 있던 음악이나 대본에 바탕을 두고 수정과 각색, 변안을 하는 등의 방식으로 재구성할 수 있다. 


<필자소개>
 최윤영씨는 인천국제공항 아나운서와 경인방송 라디오 리포터 등 방송 활동과 더불어 문화예술공연 전문 진행자로 다양한 무대에 선바 있다. 현재는 미디어 스피치 커뮤니케이션 교육을 담당하고 있으며 고려대학교 언론대학원 졸업 후 공연 칼럼니스트로서 칼럼을 기고해왔고, 네이버 오디오클립 ‘최윤영의 Musical Pre:view’ 채널을 운영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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