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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성은의 뮤직 in CINEMA

스릴러 하면 떠오르는 그 장면, 그 음악, ‘사이코’의 작곡가, 버나드 허먼

편집부

기사입력 2021-07-22 09:15     최종수정 2021-07-22 09:21 프린트하기 메일보내기 스크랩하기 목록보기   폰트크게 폰트작게

극장가를 흉흉하게 만든 코로나 시대에도 꽤 꾸준히 개봉한 장르가 있으니, 스릴러와 호러다. 상대적으로 충성도 높은 마니아층을 형성하고 있기 때문에 바이러스의 공포를 뚫고 극장을 찾은 관객들이 적지 않다. 이제 무더위기도 기승이고, 백신 접종률도 높아지고 있는 상황이라 이런 장르의 영화들은 더 집중적으로 쏟아져 나오고 있다. 

현대 스릴러 영화에서도 알프레드 히치콕 감독의 영향을 발견하는 것은 어렵지 않다. 이제는 클래식으로 불리는 히치콕 감독의 스릴러들은 관객의 공포심을 자극하는 방식에 있어 말 그대로 교과서적이다. 환경과 사회는 많이 달라졌지만 인간은 궁극적으로 변하지 않았기에, 소위 ‘히치콕 스타일’은 여전히 유효하다. 

버나드 허먼은 ‘현기증’(1958), ‘북북서로 진로를 돌려라’(1959), ‘사이코’(1960), ‘새’(1963) 등을 함께 한 작곡가이자 지휘자로, 히치콕의 작품세계를 이야기할 때 빠지지 않는 인물이다. 그만큼 버나드 허먼의 음악이 히치콕 영화들에서 갖고 있는 지분은 크다고 할 수 있다. 

‘사이코’의 오프닝 타이틀 음악에서 버나드 허먼은 현악기의 날카로운 고음을 반복적으로 사용함으로써 이 영화의 장르와 톤 앤 매너는 물론 범인의 정체까지도 암시한다. 그만한 일반적인 공포심이 아니라 심리적 불안감을 조장하고 히스테리를 유발하는 음악이라고 할 수 있다. 저 유명한 샤워실 살인장면에서는 현대 영화음악에서 더 많이 사용하게 된 기법이 엿보이는데, 살인마가 여성을 난도질 하는 행위를 모사한 것 같은 짧고 강렬한 사운드를 사용했다. 이 테마는 두 번째 살인에서도 반복되는데 이 때는 보다 의미심장하게 들린다. 관객들의 머릿속에서 새를 박제하는 취미를 가진 범인의 정체가 더 구체적으로 형상화되기 때문이다. 다음 장면에 대한 복선을 깔면서도 극적인 효과를 놓치지 않는 그의 음악은 장르영화 연출가들에게 히치콕의 작품이 그런 것처럼, 동시대 영화음악 작곡가들에게까지 지대한 영향을 끼치고 있다. 

히치콕과의 오랜 콜라보레이션이 너무 유명한 탓에 허먼의 다른 작업들은 자주 언급되지 않지만 그는 사실 숱한 명작들의 음악에도 참여했다. 할리우드 영화사의 수많은 걸작 중에서도 종종 으뜸으로 꼽히는 ‘시민케인’(오손 웰즈, 1941)은 그의 영화 데뷔작이며, 누벨바그의 기수인 프랑수아 트뤼포의 ‘검은 옷을 입은 신부’(1967)에서도 그의 음악을 들을 수 있다. 마틴 스콜세지의 ‘택시 드라이버’(1975)는 그의 유작으로, 허먼은 이 작품의 음악을 완성하고 래리 코헨 감독과 저녁을 먹으며 차기작에 관한 이야기를 나눈 후, 호텔로 돌아와 조용히 숨을 거두었다고 한다. 그가 일평생 음악으로 연출해왔던 영화들만큼 극적이면서도 치열하게 작업했던 대가에게 걸맞는 숭고한 임종이었다. 

윤성은의 Pick  
무비 나이 드는 것이 두려운 당신에게, ‘웬디’

어린 시절, 웬디가 피터팬의 그림자를 꿰매주고 남동생들과 함께 네버랜드로 날아가는 이야기에 가슴 설렜던 이들에게는 ‘피터팬’을 재해석한 벤 자이틀린 감독의 ‘웬디’(2020)가 이질적으로 느껴질 것이다. 기차와 배를 타고 가는 네버랜드, 노인들이 등장하고 팅커벨은 없는 ‘피터팬’이라면 낯선 것이 당연하다. 제임스가 후크선장이 되는 과정은 꽤 잔혹하게 느껴지기까지 한다. 그러나 초반의 생경함을 견디고 나면 ‘웬디’는 이제껏 알지 못했던 각색영화의 세계를 맛보게 해줌과 동시에 새로운 영화적 경험까지 선사한다. 

9년 전, 장편 데뷔작 ‘비스트’(2012)로 전세계 영화계의 비상한 관심을 받았던 벤 자이틀린 감독은 모두가 알고 있는 동화에 환경과 인간의 교감이라는 자신의 관심사를 접목해 다시 한 번 훌륭한 작품을 완성시켰다. 영화에서 점점 더 연출가의 개성이나 독창성을 발견하기 어려운 시대에 반드시 주목해 봐야 할 작품이다. 

어린 웬디는 식당을 하는 엄마를 돕고 있다. 엄마와 쌍둥이 형제(제임스와 더글라스)를 사랑하지만 이 작은 마을에서 엄마의 인생을 그대로 물려받는다는 것, 이대로 아무 모험도 해보지 못한 채 나이들어 간다는 것은 끔찍하게 느껴진다. 어느 날 밤, 웬디는 기차 위에 탄 흑인 소년, 피터팬을 발견하고 형제들과 함께 그를 따라간다. 그들이 도착한 곳은 문명의 손길이 닿지 않은 야생의 섬이다. 웬디는 나이 들지 않는 아이들과 함께 신비한 세계를 경험하며 즐거운 시간을 보낸다. 그러나 이 곳에는 마음에 근심이나 슬픔이 가득해지면 금방 노인으로 변해 버리는 무서운 법칙이 존재하고 있다. 아이들의 리더격인 피터팬은 겉모습도, 행동과 사고방식도 변해 버린 사람은 더 이상 어린 시절의 그가 아니라며 노인들을 배척한다. 이러한 상황에서 더글라스가 사라지고 제임스가 늙어가기 시작하자 웬디는 위기를 해결하기 위해 앞장선다. 

제목이 암시하듯 웬디의 시점으로 서술되는 이 영화에는 환경 및 자연에 대한 문제의식이 깔려 있으며, 성별과 인종의 다양성이 존재한다. 자연과 문명의 길이 충돌하면서 그 접점을 찾아나가는 것처럼 어린이와 노인도 그 간극을 극복하고 평화롭게 공존할 수 있음을 암시하는 후반부는 더욱 감동적이다. 벤 자이틀리 감독이 창조한 피터팬은 이렇게 말한다. ‘어른이 된다는 것은 위대한 모험이다.’ 이는 곧 마흔 살을 눈 앞에 둔 감독의 고백이기도 하다.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 것 같은 우리의 일상은 어쩌면 하루하루 위대한 모험으로 채워져 가고 있는 것이 아닐까. 문득 가속도가 붙는 세월과 자신의 나이, 노인으로서의 삶이 두렵게 느껴지는 모든 연령층의 관객에게 추천한다. 


<필자소개>
윤성은씨는 영화평론가이자 방송인으로 현재 다양한 매체에 영화음악 칼럼과 짧은 영화소개 글을 기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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