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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리베카를 듣고 할리우드로 떠난 모짜르트를 떠올리다

이종운

기사입력 2020-01-10 13:59     최종수정 2020-01-29 10:16 프린트하기 메일보내기 스크랩하기 목록보기   폰트크게 폰트작게


 에리히볼프강 코른골드( Erich Wolfgang Korngold).▲ 에리히볼프강 코른골드( Erich Wolfgang Korngold).


시대가 소환한 작곡가 코른골드

90년대 가수 양준일의 히트곡 리베카를 기억하다니. 그를 쉽게 기억속에서 끄집어낸 건 그는 튀었기 때문이다. 당시 독특한 몸짓과 다소 어눌하면서도 직설적인 노랫말이 매우 인상적이었다. 지금의 기준으로는 단정(?)하기 그지없는 노랫말이 당시 영어를 많이 써서  '퇴폐적'이라는 심의를 받았다니 격세지감이다. 

그는 최근 JTBC 슈가맨이란 프로그램에서 50대의 나이에 멋진 무대를 선보이며 단숨에 슈퍼스타로 떠올랐다. 게다가 대놓고 싫다고 면박을 주었던 출입국 담당자의 비자 거부로 한국을 떠나야 했던 사연이나 가수의 꿈을 접고 서빙일에 종사해왔던 롤러코스터 같았던 인생 스토리 역시 화제를 모았다. 

양준일▲ 양준일
이번 양준일 신드롬을 접하며 떠오른 천재 작곡가가 있다. 그의 이름은 에리히볼프강 코른골드( Erich Wolfgang Korngold).

1897년 오스트리아 빈의 유대인 가정에서 태어난 그는 신동중에서도 역대급이었다. 9살에 그가 작곡한 칸타타를 듣고 작곡가 말러는 그를 천재라고 불렀다. 눈사람(Schneemann)이란 발레를 극장에 올리며 센세이션을 일으켰을때 나이가 고작 11살이었다. 20대 초반에 오페라 죽음의 도시(Die tote Stadt)로 대박을 터뜨린 그는 '새로운 모짜르트'라는 수식어와 함께 유럽음악계의 스타로 떠올랐다.

유럽에 전운이 짙게 감돌던 1934년, 젊은 그는 인생의 크나큰 전환점을 맞이한다. 막스 라인하르트(Max Reinhardt)라는 저명한 연출가이자 영화감독이 그를 찾아온 것이다. 라인하르트는 코른골드를 할리우드에 초청하였고 그 무렵 나치정권이 오스트리아를 강제로 병합하자 코른골드는 1935년 할리우드에 정착했다. 이후 워너 브라더스사와 인연을 맺게 된 그는 로빈 후드의 모험(The Adventures of Robin Hood). 바다 매(The Sea Hawk)와 같은 굵직굵직한 영화의 음악을 도맡으며 승승장구하여 오스카상을 두 번이나 거머쥐었다.

할리우드에서 그가 이룩한 업적은 괄목할만한 것이었다. 빈에 소재한 코른골드 소사이어티는  "코른골드는 타고난 실력과 성품으로 놀라운 팀을 조직하여 현재의 영화음악 프로덕션 수준에 비견할만한 성과를 냈다"고 높이 평가했다. 더 뉴요커(The New Yorker)지 또한 “후기 낭만주의 음악의 대가 코른골드가 할리우드 황금기의 소리를 탄생시켰다"고 평가했다. 오늘날 어벤져스나 스타워즈같은 전형적인 할리우드 영화들의 심포닉 사운드가 후기 낭만주의 스타일인 이유가 여기 있다.

하지만 아쉽게도 할리우드에 진출한 이후 코른골드는 유럽 클래식 음악계에서 잊혀져 버린다. 전통 후기 낭만주의를 표방했던 코른골드가 전위적인 예술사조가 주류였던 당시 예술계에서 인정받지 못했기 때문이다. 게다가 영화음악은 진지하지 못하다는 이유로 그를 평가절하했으며 평론가였던 아버지조차 그를 못마땅해했다. 전쟁 이후 그는 첼로 협주곡을 비롯한 콘서트용 작품들을 발표하며 재기를 노렸으나 수포로 돌아갔다. 

시간이 흘러 다시 그가 세간의 관심을 받게 된 계기는 음반이었다. 1972년 RCA 레코드에서 발매된 바다 매(The Sea Hawk)라는 영화음악 모음집 앨범이 흥행에 성공 했던 것이다. 여기서 간과하지 말아야 할 부분은 영화음악이 더 이상 부수적인 장치가 아닌 음악자체로 가치를 인정받게 된 시대적 변화다.

할리우드 영화음악 제작광경▲ 할리우드 영화음악 제작광경
대중문화의 두가지 축이라고 할 수 있는 미국의 '영화'와 '음악'이 거대산업으로 발전하면서 영화음악의 존재감이 커진 것이다. 그는 할리우드의 모짜르트라 불리우며 점차 인기를 끌게 되었고 이후 그의 대표적인 오페라 '죽음의 도시'는 세계 극장 단골 레파토리로 부활하였으며 21세기에 들어서며 다양한 작품들이 녹음되었다. 지금의 코른골드는 영화음악적 요소가 가미된 특색있는 후기 낭만주의 스타일 작곡가로 포지셔닝(positioning)하는데 성공했다.

진지한 음악과 그렇지 않은 음악으로 구분하며 영화음악을 저평가했던 과거의 시대적 패러다임에서 이제는 그 경계가 불분명한 시대로 넘어왔다. 예를 들어 2020년 1월 전통 클래식 중심에 서있는 빈 필하모닉은 영화음악의 거장 존 윌리엄스를 빈으로 초청했으며 티켓은 단시간에 매진되었다. 작곡가 필립 글래스, 죄르지 리게티같이 현대음악과 영화음악을 넘나드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 코른골드와 이 시대의 '합'은 이보다 더 좋을 수 없다. 역사가 말해주듯 가치는 역시 언젠가 스스로 증명해낸다.

이번에 소개할 작품은 요즘 가장 힙(hip)한 작품, 바로 코른골드 바이올린 협주곡 D장조이다. 초인적인 기교를 자랑하는 바이올리니스트 야사 하이페츠가 연주를 맡았을 만큼 고난이도의 기교를 요하며 이는 화려한 쾌감을 선사한다. 게다가 그가 이전에 작곡했던 영화음악이 각 악장마다 절묘하게 녹아있다. 로맨틱하고 웅장한 1세대 할리우드 황금기 사운드를 만끽할 수 있는 스페셜한 협주곡이다.

아드리엘 김 ▲ 아드리엘 김
필자프로필 

아드리엘 김은 오스트리아 빈 국립음대에서 지휘와 바이올린을 전공, 졸업(석사)했으며 도이치 방송 교향악단 부지휘자와 디토 오케스트라 수석지휘자를 역임한바 있다, 현재는 지휘자, 작곡가, 문화칼럼니스트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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