컬쳐
안현정의 컬쳐포커스
편집부
입력 2022-11-10 15:37 수정 최종수정 2022-11-14 1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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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트테이너를 넘어 대중을 끌어안은 예술로, 감성으로 그린 그림"
 

미술계를 움직이는 아트테이너들, 막강한 아트파워를 통해 대중문화와 순수예술 사이의 거리 좁히기를 시도한 이들에겐 ‘좋고 싫음’, 이른바 호불호(好不好)라는 명제가 따라 붙는다. 솔비, 나얼, 하정우, 박기웅, 조영남, 임하룡 등 이른바 대중문화계에서 활동하는 아티스트들의 개인전과 아트페어 출품은 여느 예술가와 다를 바 없다. 박기웅과 나얼처럼 실제 대학에서 미술을 전공한 이들도 있지만 솔비나 송민호처럼 탁월한 재능과 노력으로 다양한 이슈를 가로지르며 화가로서의 아이덴티티를 구현하기도 한다. 그럼에도 “이들의 진정성이 맞는가?’란 물음표가 꼬리표처럼 따라붙는 것은 “미술대학 나온 것을 파워(클래스)로 생각하는 시각”(진중권)에서 기인한다. 박수근, 고흐, 프리다 칼로, 바스키아 등도 정규미술교육을 받지 않았음을 상기한다면 이들이 인정받는 길은 꾸준한 작품활동을 통해 자신의 이름보다 작품이 먼저 보이게 하는 행보가 아닐까 싶다.

장혜진, 발라드의 여제가 그린 자연의 숨결

 장혜진의 소요인상, 전시 포스터 

대한민국의 가수이자 발라드의 여제, 숨소리도 노래로 소화하는 가수 장혜진의 전시《소요인상(逍遙印象)》(11.9-12.3)이 갤러리치로(www.gallerychiro.net)에서 열린다. 대표곡은 ‘꿈의 대화’, ‘완전한 사랑’, ‘키 작은 하늘’, ‘내게로’, ‘그 남자 그 여자’을 감성어린 목소리로 들려준 장혜진은 버클리 음악대학에서 프로페셔널음악학과와 아트퓨전디자인대학원에서 퍼포밍아트학 석사, 상명대학교에서 공연예술경영학으로 박사 학위를 취득하고 한양여자대학 실용음악과 교수로 활동중이다. 하지만 그가 그려낸 유려한 자연은 미술교육을 받지 않은 이의 솜씨라고 전혀 생각되지 않는다. 자연 속에서 겪은 경험의 순간을 단정하면서도 세련된 방식으로 포치(布置)하는 방식, 스냅 사진과 같은 정경(情景; 감흥어린 경치)을 평판화 느낌의 오리지널 페인팅으로 전환하는 작업들이 그것이다. 먼발치에서 보면 아카데믹한 중견 화가의 그림 같지만 알고 보면 도전하지 않은 장르가 없는 ‘종합예술가’로서의 면모가 반영된 것이다.

 장혜진 작가와 인터뷰 중 작업실 일부  

장혜진이 그림에 입문한 것은 산행과 여행을 즐기는 습관 때문이다. 내편 네편을 가르지 않고 산하에서 삶과 철학을 체득하며 관조해서인지 그림에서도 노래처럼 삶의 메시지가 읽힌다. 한나절은 거친 산에 매달려 동양화 속 작은 인물이 되었다가, 한나절은 싸리 눈을 맞고도 살아난 꽃의 내면을 그린 미시적 관찰자가 된다. 노래하는 음유시인 마냥 탈속(脫俗)을 꿈꾸는가 싶더니, 낙엽 소리, 산짐승들과 물끄러미 바라보며 대화를 나눈다.
 
형형색색의 모래 바위, 작열하는 태양 아래 드리워진 거대한 사막의 모뉴먼트가 붉은 암반과 수풀 고원으로 둘러싸인 자이언 캐니언을 장혜진은 손의 에너지 속에서 소환된다. 벗겨낸 자연인 듯 보이지만 그 안에도 동물들이 살고 삶의 에너지가 자리한다. 직선보다는 곡선을 추구하고 파도를 타는 듯한 리드미컬한 선율도 느껴진다. 그리면서 완성되는 무계획의 계획이 그림 안에 담긴다. 장혜진의 자연을 보는 순간, 우리는 그의 음색이 그림 안에 녹아있음을 쉬이 이해할 수 있다. 정규 미술교육을 받지 않았기에 자유로울 수 있는 작품 세계, 꽃이었나 하면 산이 되고 그리는 자체가 자신이 되는 풍경들 속에서 비우고 채우는 삶의 의미를 배우게 된다. 우리는 스스로 고독에 빠지고 고독에 절망한다. 삶은 소멸하면서 생성을 꿈꾼다. 그렇게 삶의 순환을 노래한 장혜진의 작품 세계는 자연에서 삶의 절망과 번뇌를 문지르며 희망을 캐는 순응하는 예술정신이라고 할 수 있다.
 
“내 작품(음악/그림)을 보는 객관화된 모습들 속에서 내가 좋으면 타인도 좋아할 것 같은 느낌을 받는다. 그것이 직관을 믿고 붓 가는 대로 그리는 이유다. 그림 속 동물은 나 자신의 모습이다. 만나기도 하고 헤어지기도 하는 인연들, 색과 색 사이에 뜨거움과 차가움이 넘나드는 까닭은 인생의 희로애락이 찰나 속에서 각기 다르게 표현되기 때문이다. 암벽등반을 통해 거시적 안목을, 트래킹을 통해 관찰하는 자세를 익힌다. 노을을 즐기는 일상에서 ‘소요인상’에 대한 서사가 시작된 것이다.” - 작가 인터뷰 중에서
 
솔비의 케이크, 논란이 된 작품_Just a Cake
 
앞서 언급한 대로 해프닝이 예술언어로 편입된 지 100여 년의 시간이 흘렀지만, 한국사회에 내재한 보수성은 새로움을 양산하는 묘한 동력이 된다. 그 안에서 소비되는 대표적인 아티스트가 ‘솔비×권지안’이다. 아트테이너라는 이유로 어떤 퍼포먼스와 매체를 시도해도 예술성 앞에 ‘화면 어딘가에 나오는 이슈메이커’라는 기제로 언급되기 때문이다. 작가는 익명성 뒤에 숨은 다수에게 확인되지 않은 평가를 받을 때마다, 감시당하지 않는 셸터(Shelter=작업실)에 몸과 마음을 의탁한다. 그렇게 작업에 몰입하면 기계적으로 작동하던 ‘관음의 메커니즘’은 ‘새로운 예술을 위한 동력’이 되어 치유를 위한 대상들을 탄생시킨다. 2020년 12월 제프 쿤스의 케이크 를 표절했다는 이유로 논란의 중심이 된지 1년, 골칫덩어리였던 케이크는 아이러니하게도 작가의 새로운 시리즈(Just a Cake)를 여는 희망의 기폭제(Piece of Hope)로 기능 중이다.

 솔비의 케이크, 논란이 된 작품 Just a Cake, 2020
권지안(솔비), Piece of Hope 2021 Mixed media on canvas, 182x228cm

(2021)시리즈는 스튜디오 1층의 베이커리 카페의 제빵사들과 조카와 했던 클레이 아트놀이에서 영감을 얻은 비정형 더미의 케이크들에 대한 사회적 이슈로부터 시작됐다. 크리스마스를 위한 고아원 아이들의 후원을 위해 제작된 케이크 더미들은 SNS에 공개되자마자 정체불명의 유령 계정들로 인해 ‘제프쿤스 표절' 이라는 악플 공격과 확인 안 된 기사들 속에서 표절로 낙인을 찍혔고 제프쿤스의 거대한 알루미늄의 조각품과 권지안의 먹는 케이크라는 이중 해석 속에서 작가도 의도도 ‘상처덩어리’가 됐다. 케이크가 가진 ‘축하와 감사’의 기능은 상처로 도배된 채, 사이버불링(Cyber-bullying; 보이지 않는 폭력)과 옐로우 저널리즘에 대한 작가해석과 만나 어딘가 있을 또 다른 피해자들을 향한 희망의 메시지로 전환됐다. 수많은 이슈와 만나온 작가는 세상과 자신이 느끼는 편견과 혼란, 그 자체를 예술의 해프닝으로 삼는다. 이를 다원예술(회화·조각·설치·행위·미디어 등)로 풀어온 작가는 2006년부터 솔비(Solbi)라는 예명으로 활동한 여성 K-Pop가수라는 정체성 또한 작품에 녹여낸다. 아카데믹한 화단에서의 비난도 10년간의 꾸준한 작품 활동 속에서, 의심과 시도 사이에서 긍정적인 평가로 바꿔 가는 중이다.
 
 

<필자소개>
안현정씨는 예술철학전공 철학박사 출신의 문화평론가이자 방송인으로 현재 성균관대학교박물관 학예관, 유중재단 이사, 고려사이버대학교 문화예술경영학과 겸임교수를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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