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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드리엘 김의 모멘텀 클래식
편집부
입력 2022-09-23 11:47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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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휘자가 없어야 할 자리

지휘자를 두지않는 오케스트라 <레 디소낭스>



심심치 않게 받는 질문. "오케스트라 단원들은 악보를 보고 연주하는데 지휘자도 보이나요?", " 지휘자는 왜 필요한가요?". 최근 롯데콘서트홀에서 스트라빈스키의 관현악곡 '봄의 제전'이 지휘자없이 무대에 올랐다. 으레 지휘자가 있어야 할 자리는 비어있었다.

세계 명문악단의 전 · 현직 단원 90여 명으로 구성된 '더 고잉 홈 오케스트라'는 지휘자가 있어도 합을 맞추기 어려운 이 작품을 지휘자 없이 훌륭하게 소화해내며 화제를 모았다. 작은 편성의 챔버오케스트라가 아닌 대편성 오케스트라가 난이도가 높은 작품을 선별하여 지휘자없이 무대에 올린 대담한 시도. 워낙 훌륭한 연주자들을 주축으로 이루어진 오케스트라이고 그만큼 음악적 리스크를 압도할만한 자신감이 있기에 가능했을 것이다.

유럽에서는  레퍼토리에 따라 지휘자 없이 연주되는 공연을 심심치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오르페우스 챔버 오케스트라, 레 디소낭스와 같이 지휘자 없이 연주하는 악단도 있고 지휘자를 두는 명문 악단들의 경우에도 작은 편성의 작품이나 협주곡은 지휘자 없이 연주되는 경우가 꽤 있다. 그렇다면 지휘자를 두지 않는 나름의 이유가 있을 터. 지휘자 없는 오케스트라가 가진 이점이 있을까.

지휘자의 부재는 연주자들이 서로의 연주에 귀기울이며 긴밀하게 소통하게끔 유도하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특유의 유기적인 사운드와 일체감을 유발한다. 또한 지휘자의 통제가 없으므로 악기군들이 각각 자주적으로 음악을 이끌어감으로써 연주에 에너지와 생동감을 배가시킨다. 지휘자 없는 오케스트라로 잘 알려진 레 디소낭스의 플루티스트 마리아 라텔라는 한 인터뷰에서 "지휘자 없는 연주는 우리가 자유롭게 원하는 것을 할 수 있다는 뜻이며 함께 각자의 생각을 나눌 수 있고 특유의 에너지를 발산한다"며 만족감을 표했다. 

지휘자의 수직적인 지시가 아닌 단원들의 자발적 참여와 의견개진이 가능하기때문에 아티스트로서의 만족감도 높다. 하버드 대학의 심리학과 교수 리처드 해그먼은 지휘자가 있는 전통적인 오케스트라의 직업만족도가 대체적으로 낮다는 점을 지적한 바 있다. 오케스트라 입장에서 실력이 없거나 악단과 케미가 잘 맞지않는 지휘자의 의견을 듣고 협업해야 한다면 동기 부여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무대에서 좋은 결과물도 기대하기 어려울 터. 훌륭한 연주자들로 구성된 집단지성은 리허설에서 민주적인 과정을 거쳐 다수를 만족시키는 음악적 해석을 도출해냄으로써 전체적으로 높은 만족도를 이끌어 낼 수 있다.

덧붙여 전체 그림을 파악하고 이끌어가는 지휘자가 없기때문에 다수의 단원들이 직접 지휘자 총보를 통해 공부하는데 이는 단원들이 자신의 파트 뿐 아니라  작품 전반에대한 이해도를 높이는 결과를 낳는다.결과적으로 완성도 높은 공연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

물론 한계점을 비롯해서 단점도 존재한다. 악단의 사이즈가 커질수록 악기군들간에  합을 맞추는데 제약이 있다. 단원들끼리 눈과 귀로 커뮤니케이션하며 호흡을 맞춰야하는데 물리적인 거리로 인해 소통이 원활하지 않기 떄문이다. 예를 들어 전면에 자리한 악장이 후방에 배치된 관악기군들과 연주 중에 교감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또한 지휘자의 정교한 통제가 없으니 앙상블의 균형이 깨지거나 흔들릴 가능성이  늘 존재하기 때문에 주의를 기울여야하고 특히 악장은 템포가 변화하는 지점을 잘 파악해서 싸인을 줘야하는 경우가 잦다. (간간히 지휘동작을 보여주기도한다.) 결과적으로는 음악의 흐름이 자연스럽지않고 인위적인 뉘앙스를 풍기기도 한다.

유학시절 스승이자 비엔나 필하모닉(이하 빈 필)의 악장을 지낸 라이너 퀴흘 교수님이 빈 필 단원들과 바그너의 '지크프리트 목가'를 지휘자 없이 연주했는데 결과적으로 아름다운 연주였지만 굳이 옥의 티를 꼽자면 템포가 변화하는 지점에서 악장이 일일이 싸인을 주다보니 음악의 흐름이 끊길 때가 있다는 것이었다.

또한 해석에 있어 단원들의 의견을 조율해야하다보니 대다수의 정서를 고려, 원칙적이고 익숙한 해석을 선택할 가능성도 높다는 사실을 간과할 수 없다. 푸르트뱅글러나 카라얀같은 명지휘자들이 뚝심있게 단원들을 설득하고 조련해나가며 비범한 해석과 사운드를 관철시킴으로써 얻게되는 역사적인 결과물들을 기대하기 힘들 수도 있다. 지휘자에게 허락된 음악적 권위가 탁월한 지휘자에게 주어진다면 악단 입장을 고려할때 충분히 장점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얘기다.

오케스트라가 역사의 흐름속에 발전해오면서 전문 지휘자가 등장하고 20세기부터 지휘자의 시대가 도래했다고 하지만 음악적 권위가 지휘자 한사람에게 포커싱 되어있는 전통적인 오케스트라와 다른 '지휘자 없는 오케스트라'가 가진 나름의 예술적 역량과 매력은 분명히 기대해 볼 만하며  앞으로 발전가능성이 있다고 본다. '더 고잉 홈 오케스트라'를 비롯하여 앞으로 지휘자 없는 오케스트라들의 약진을 기대해본다.

<필자소개> 
아드리엘 김은 오스트리아 빈 국립음대에서 지휘와 바이올린을 전공, 졸업(석사)했으며 도이치 방송 교향악단 부지휘자와 디토 오케스트라 수석지휘자를 역임한바 있다, 현재는 지휘자, 작곡가, 문화칼럼니스트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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