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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준석 교수의 약업혁신
<52> 약국 및 약무의 혁신: Deep Change or Slow Death
편집부
입력 2021-12-08 09:30 수정 최종수정 2021-12-08 09: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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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화와 혁신의 필요성을 고민하는 연말이 돌아왔다. 지금은 전세계의 경영조직들이 한 해 성과를 점검하고 반성하며 내년도 사업계획을 세우는 시기이다. 더욱이 2022년도는 약사회 본회, 지회, 분회에서 봉사할 회장 244명을 새로 선출하고, 통6년제 학제를 시작하며, 2023년도에 시작할 전문약사자격 면허제도를 대비하는 중요한 해이다. 국가적으로는 새정부가 출범하여 누적된 보건의료 현안에 대한 개혁을 추진할 텐데, 현황을 보면 코로나19로 인한 경제사회적 어려움은 한동안 지속될 기세이다. 

한편, 산업계는 디지털 전환(digital transformation)을 가속화 함에 따라 정치, 경제, 사회, 기술, 산업, 교육과 같은 다양한 분야에서 거대한 변화의 변곡점을 맞이할 것이다. 이제 다시 근본적으로 변화할 것인지 아니면 현실에 매몰되어 서서히 죽어갈 것인지 기로에 서있다. 이같이 중요한 시기를 살아갈 약업에 종사하는 전문인들이 준비하고 실천해야 할 것을 한번 정리해 보자. 

리더십 혁신

리더십은 미래를 향한 비전제시 역량이자 소통과 설득하는 힘이다. 미래는 현재를 살아가는 누구에게나 궁금증과 불안감을 준다. 더구나 수많은 변인이 동시다발적으로 몰려올 때는 변인의 방향성과 상호작용이 어떤 결과를 가져다 줄지 파악하기가 난해하다. 인간의 한계가 그러기에 혼돈 속에서 질서를 찾아갈 수 있도록 이끄는 통찰력과 설득력이 필요하다. 미래에 대한 공포심을 낮춰주며 비록 잘못 선택할 지라도 다 함께 한 방향으로 나아가도록 이끌어주는 영향력 이야말로 대중이 바라는 지도력이다.

리더십의 발휘에는 첫째 사고의 혁신이 동반된다. 확장되고 창의적인 생각. 독특하고 낯설지만 함께 가보고 싶은 대안. 논리정연함과 공감은 물론, 후회도 없고 남 탓으로 돌릴 필요가 없는 상황. 사고력도 체계적 훈련이 필요하다고 했던가? 일반적으로 지도자의 머리가 좋다는 뜻은 기억력에 기반하여 판단력이 우수하다는 의미이다. 그러나 과거의 성공 기억이나 방법에만 매몰된다면 비록 기억력은 좋을지 몰라도 변화의 수준과 방향성에 둔감하여 정확한 판단을 그르치기 쉽다.

리더십의 두번째 핵심은 행동의 혁신이다. 대중은 지도자의 행동은 보고, 느끼고, 추종한다. 아무리 지도자가 다양하고, 심오하고, 올바른 생각을 가졌다 해도 적시에 적합한 행동으로 표출되지 않으면 리더십을 발휘하기 어렵다. 혹자는 리더십은 훈련되는 것이 아니라 타고 나는 것이라 주장하지만, 필자는 리더십을 철저하고 혹독한 훈련의 결과라고 생각한다. 어떤 이의 행동을 따른다는 것은 신뢰감을 느끼기 때문인데, 신뢰감이란 리더가 보여준 탁월성, 일관성, 도덕성, 인내성, 용감성, 헌신과 희생의 정도와 비례한다. 그래서 신뢰감이 높은 리더의 행동이 혁신을 이뤄낼 수 있다.

리더십의 세번째는 조직과 체계 운영의 혁신이다. 특정 인물의 생각이나 행동만으로는 시대적 혁신을 달성하기가 미흡하다. 한 사회나 조직을 변화시키려면 조직구성원의 5~15%가 변화촉진세력을 형성해야 한다고 알려진다. 고사성어에도 ‘독불장군’이라고, 혼자서 세상을 바꾸기란 불가능하다. 두 세 사람만 모여도 조직이며 이는 다수의 사람이 신념과 목표를 가지고 기능적 활동을 유기적, 협동적으로 발휘하는 일종의 생물이다. 그래서 진정한 혁신을 위해서는 이전 조직의 구조와 기능과 역할과 임무와 책임을 지속적으로 개선해야 한다. 대기업의 대표이사였던 이가 중소기업의 대표이사가 되어서도 이전과 같은 방식으로 조직을 운영한다면 성공을 담보할 수 없다. 물론 그 역도 참이다. 

약사회, 약학대학, 제약 및 유통 기업, 그리고 약업생태계 구성원 모두는 내년에도 리더십의 혁신을 추구해야 한다. 회원 8만명의 약사회가 변화하려면 잘 훈련된 상위 5%, 즉 4,000명의 약사가 변화의 선두에 서야 한다. 한 조직의 리더는 2명의 핵심 추종자와 더불어 조직을 운영, 통제하고 혁신을 추진한다고 한다. 그래서 4천명의 약사가 핵심 리더가 되면, 그 3배(15%)인 12,000명의 약사가 약업계의 변화를 이끄는 중심이 될 수 있다. 

교육 및 전문화 혁신

내년부터 두가지 근본적 변화를 준비해야 한다. 약학대학 교육과정이 통6년제로 변하고 전문약사 면허제도가 도입되면 우리나라에는 두 종류의 약사면허가 존재한다. 즉, 22학번 6년제 입학생이 6년후에 약사면허를 취득하고 3년간 실무경력을 지니고 전문약사면허를 취득하면 2031년도에 최초의 통6년제 출신 전문약사가 배출된다. 

이에 (1)학부과정의 교육혁신, (2)실무실습 교육혁신, (3)대학원과정의 교육혁신, (4)약사면허를 위한 교육혁신, (5)전문약사면허를 위한 교육혁신, (6)약사 평생학습을 위한 교육혁신이 동시다발적으로, 또는 순차적으로 진행되어야 한다. 이는 누군가 주도적으로 추진해야 하지만 고난이도의 작업일 것이다. 위의 (1)과 (3)은 약학대학이 담당할 분야이고 (2), (4)~(6)은 약사회가 담당할 분야이다.

학자들에 따르면 교육 프로그램을 설계할 때는 교육의 목표와 성취도를 먼저 정한 뒤 평가 기준과 방법을 정해야 한다. 자칫 이수자격이나 교과과정, 세부내역을 먼저 정하면 향후 교육 프로그램 자체는 물론, 자격제도와 배출 인력의 위상이나 역할에 부작용이 생겨서 걷잡을 수 없는 혼란을 겪게 될 수 있다. 그래서 교육은 백년지대계라 하였다. 하지만 약업계와 약사회 안에는 교육, 훈련, 연수를 전담하는 조직이나 인재가 많이 부족하다.

이렇게 산적한 문제를 풀어가기 위해서, 필자는 대한약학회 또는 대한약사회 산하에 단독 또는 협력적 상설기구로서 (1)’약사교육연수국’과 (2)‘약사평생연수원’ (3)’약사 리더십 스쿨’을 신설 및 확대, 개편할 것을 제안한다. 구체적으로 (1)은 약사회 부서로서 약대생 실무실습 교육, 약사 평생교육, 전문약사 교육훈련 전반에 대한 정책수립 및 기획, 제도화 및 법제화, 운영 및 평가, 관리감독 등을 책임지면 좋겠다. 

한편, (2)는 약사의 전문성을 유지, 발전시키는 이른바 평생교육 실시기관으로서, 약사를 위한 ①기반교육, ②보수교육, ③전문교육을 총괄하면 좋겠다는 생각이다. 현재 약사회에 ‘사이버 연수원’이 운영 중이지만 이 정도 플랫폼으로는 미래사회의 교육훈련 수요 및 수준을 충족하기 어렵다고 생각한다(그림1).

                      그림1. 미래대안 도출방안 (출처: 하와이대학교 짐 데이터 교수)

먼저, ①’기반교육’ 범주에는 약국경영학, 보험 및 세무, 디지털 신기술, 스마트 헬스케어플랫폼, 약사윤리와 법규, 공중보건학, 지역사회 건강관리, 역학 및 의약통계학, 의약정보 플랫폼과 활용기술 등이 포함되면 좋겠다. 그리고 ②’보수교육’ 범주에는 질환별 약료실무, 최신전문처방 해설, 신규 인허가 국내외 의약품, 마약 및 향정약, 일반의약품, 건강기능식품, 기능성향장품, 의약외품, 의료기기 등 의료용품 등이 포함되기를 바란다. 끝으로, ③’전문교육’ 범주에는 전문약사자격 취득을 위한 10여개 분야별 심화약료 이론 및 기술을 다루도록 특화되기를 제안한다. 그리고 ①, ②, ③ 모든 과정은 온라인/오프라인 병행의 학습플랫폼을 구축하는 것이 필요하다. 조만간 약사평생연수원은 미국 등 선진국처럼 약사면허 및 전문약사면허 재인증을 위해 보수교육(CE)도 담당하는 확장되고 더욱 전문화된 수준으로 발전해야 할 것이다.

여기에 추가하여, 전국 약사회 집행임원 양성을 위한 필수교육프로그램의 설치를 제안한다. 이것은 전술한 4천명의 약사 리더 그룹을 양성하는 소위 ‘약사 리더십 스쿨’이라고 명명하면 좋겠다. 현재 약사회는 대약 회장 1명, 지부장 16명, 해외특별지부장 5명, 분회장 222명의 리더가 운영한다. 이들을 보좌하는 임원들과 사무국이 운영 중이지만 전국적 단위의 개별 약사회 임원들이 담당하는 약무행정업무는 고도의 전문성이 필요한 직무가 많다.

현재 대한약사회는 총무, 정보통신, 학술, 약국, 약사지도, 약사윤리, 병원약사, 제약유통, 여약사, 한약정책, 동물약품, 문화복지, 법제, 정책, 보험, 직능발전, 국제, 대외협력, 기획, 홍보 등 20개 위원회를 운영 중이다. 특히 법제, 정책, 보험, 직능발전, 국제, 대외협력, 기획, 홍보 등 8개 분야는 다양한 현안은 물론, 약사직능과 약업생태계 미래상과 직결된 업무를 담당하므로 소속 임원들은 전문교육을 지속적으로 이수하면서 약업생태계의 유지 발전을 위한 인재로 중장기적 육성 전략과 프로그램이 필요하다.

비즈니스 혁신

약국은 가장 많은 수의 약사가 종사하는 생업의 현장이다. 더불어 약국은 대다수 국민에게 약사의 이미지를 제공하며 미래에도 대다수의 약사가 종사하는 약업생태계 속의 핵심 기관이다. 하지만 미래의 약국은 의료보험요양기관이자 약료실행기관의 지위와 역할에 대하여 수많은 경쟁자가 그 존재와 가치에 도전할 것이다. 

환자관리시스템의 고도화, 통합전자처방전의 도입, ERP 시스템과 국가통합전산망을 통한 의약품 유통정보 공개, 지역사회 만성질환자에 대한 의사중심 관리시스템의 실시 및 건보수가지급 개시, 의약품 배송시스템의 합법화 시도, 재택치료의 확대실시, 지역사회통합돌봄(커뮤니티 케어)와 스마트 시티의 연계모델 확대 등이 우리나라 전통적 약국모델의 혁신을 강하게 요구하고 있다(그림2). 

                       그림2. 턱밑까지 다가온 약국을 향한 디지털 전환의 도전 사례

이미 고령화 사회로 진입한 선진국들은 고령자 의료비를 낮출 대안으로 원격의료시스템과 디지털 헬스케어 기술을 앞다투어 도입하려 한다. 이러한 상황에서 향후 10년안에 현재의 노인인구가 두배로 증가할 우리나라는 고령자 의료비용 절감과 헬스케어산업 발전이란 명분을 앞세워 현행 지역약국 비즈니스 모델은 향후 5년안에 급격하고도 강력한 변화에 직면할 것이며, 미리 대비하지 못하면 그 충격은 매우 클 것이다. 

최근 중국이 요소(urea)의 수출을 통제하자 디젤차 매연저감장치에 필수적으로 사용되는 요소수의 공급이 중단되어 큰 어려움을 겪었다. 정부 부처는 요소공급망 차단이 이를 원료로 쓰는 비료생산의 차질만을 염려했지 디젤엔진을 장착한 대형화물차의 운영중단에 따른 물류대란까지는 고려하지 못했다고 한다. 그렇다면 약업계를 향하여 밀려오는 엄청난 변화의 쓰나미를 감지하고, 대안을 수립하고, 실행방안을 추진할 약업계의 리더십과 전문성과 조직력은 적절히 구축되어 있을까?

내년을 준비하며

11월말~12월초는 다양한 조직들이 한해를 되돌아보고 내년을 준비하는 시기이다. 독자 제위는 어떠한가? 약업계는 지난 2년의 코로나19 사태를 순발력과 인내심으로만 버티다가 11월1일부터 ‘위드 코로나 시대’로 진입했으나 여전히 위협과 곤란을 느끼고 있다. 이미 전문가들은 코로나 펜데믹 사태가 정상화 되려면 최장 5년이 소요된다고 예측했다. 과연 우리 약업계 구성원들은 ‘Deep Change or Slow Death?’ 라는 질문에 어떤 리더십, 교육 및 전문화, 비즈니스 혁신 전략으로써 대비하고 있는가? 


방준석 교수(숙대약대)는 우리나라와 미국의 약국, 병원, 제약회사, 연구소 등에서 활동한 풍부한 경험을 바탕으로 약학대학의 임상약학 교수이자, 경영전문대학원의 헬스케어MBA 주임교수로서 활동하고 있다. 약사이자 약학자로서 약과 약사, 약국과 약업은 물론, 노인약료와 스마트헬스케어 분야의 혁신과 발전방안을 연구하여 사회의 각계 각층과 교류하며 실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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