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방준석 교수의 약업혁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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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 약국 및 약무의 혁신: 약업계는 고령화 시대를 준비하였는가?

편집부

기사입력 2021-11-24 06:42     최종수정 2021-11-24 08:57 프린트하기 메일보내기 스크랩하기 목록보기   폰트크게 폰트작게

세계적으로 바이오·의료산업 시장은 2,400조원 규모로 추산된다. 글로벌 컨설팅회사인 베인앤컴퍼니가 발간한 보고서는 향후 10년내 전세계 GDP의 약 40%가 헬스케어 분야에서 창출될 것이라 예측하였다. 이에, 주요 선진국들은 국가의 사활을 걸고 바이오/제약/헬스케어 클러스터를 구축하여 연구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이러한 혁신이나 도약의 필수요건으로 공학과 의약학 융합 인재의 확보를 꼽는다. 공학 기반의 의약학과학자 없이 신성장동력인 바이오·헬스케어 산업의 성장을 보장하기 어렵다는 판단에서다. 그래서 정부는 인재양성을 위한 제도개선방안을 준비하며, 한국과학기술원(KAIST)이나 포항공과대학교(POSTECH)은 연구중심 의과대학을 유치하려고 노력 중이다(그림1).

                                    그림1. 연구중심병원 생태계와 협력체계

고령화 추세

한편, 우리나라는 급속도로 고령화되고 있다. UN이 정한 ‘고령사회’란 총인구 중 65세 이상 비율이 14%를 초과할 때이고, ‘초고령사회’란 20%를 초과하는 시점이다. 2020년 우리나라의 노인인구는 15.7%이며 2025년에는 20.3%라고 예측하는데, 이는 한국사회가 향후 10년 동안 베이비부머 세대가 매년 80만명씩 65세 노인이 되는 고령화 폭주기관차에 올라탔기 때문이다.

고령사회의 의료비 부담은 막대하다.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65세 이상 건보가입자의 진료비는 2018년에 30조원을 돌파했고 전체 진료비의 41%를 차지했다. 2011년에 15조원이었는데 단 7년 만에 2배가 되었다. 엎친데 덮친 격으로 우리나라의 노인빈곤율은 2019년 기준 43.4%로 OECD국가 평균치 15.7%의 3배다. 이런 추세라면 노년층이 더 이상 지불하기 곤란한 의료비는 고스란히 청장년층의 부담으로 돌아온다. 

급기야 정부는 ‘커뮤니티 케어’ 등 각종 돌봄 정책을 입안하여 의료비 부담을 축소시키려 하지만 재원이나 의료기술을 고려할 때 환자가 감당할 재정부담을 줄이기는 역부족이다. 이에 각국 정부와 유관 산업계는 4차 산업혁명 혹은 디지털 전환의 핵심이라 불리는 인공지능(AI)과 빅데이터 응용기술을 해결책으로 활용하려 한다. 

고령화 시대의 디지털 헬스케어

우리나라의 헬스케어 스타트업(startup)이 개발한 기술이나 사업모델의 약 75%는 한국에서 사용할 수 없기에 의료선진국 시장에 먼저 진출하여 사업화를 모색해야 할 상황이다. 최신의 디지털 기술은 단순노동을 줄이는 대신 노동자에게 디지털화에 따른 변화를 강요한다. 더구나 예기치 못한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한 공포감이 오히려 건강과 장수에 대한 관심을 높여서 적어도 본격적인 디지털 헬스케어 시대의 도래를 10년은 앞당겼다고 한다. 

인류의 평균수명은 1세기 만에 2배나 연장되었고 이제는 100세 시대를 당연시 한다. 재생의학과 유전정보를 활용해 언제쯤 장기이식이 필요할 지 예측하는 이른바 예측의학도 출현하였으니 이를 더하면 어느덧 전세계 보건의료산업 시장은 2017년 기준 1경원이라는 천문학적 규모라고 추산된다. 현재 전세계 반도체 시장의 규모를 700조원대라 하니 왜 각국 정부와 산업계가 보건의료산업에 전력을 기울이는지 이해된다.

미국의 베이비부머 세대(1946~1964년생)가 은퇴하기 시작하면서 고령화는 가속되었는데 2017년에 노인인구가 이미 5천만명을 넘었고 2042년에 7천만명을 넘는다고 한다. 미국의과대학협회(AAMC)는 2030년에 미국 내 의사가 12만명이 부족할 것이라고 예측했는데, 고급전문인력은 일시에 대량 공급이 불가능하므로 그 해법으로 IT기술기반의 헬스케어 기술을 인력난, 시설 부족, 치료비 폭증 문제의 해결에 활용하려고 시도하는 것이다.

고령자를 대상으로 한 디지털 헬스케어는 웨어러블 기기와 AI, 사물인터넷 등의 기술을 활용하여 약복용 여부, 심박수, 체온, 혈압, 호흡을 측정해 위험신호를 감지하고 검사일정관리, 낙상위험측정, 만성질환을 관리해줄 수 있다. 또 디지털 응급의료시스템을 도입하여 응급실 대기시간을 줄이는 데 크게 기여하기도 했다. 특히 헬스 모니터링이나 가상 간병인 기술은 비용절감 효과가 커서 전문의료기관이나 보험사가 큰 관심을 보이는 분야이다(그림2).

                           그림2. 헬스케어의 발전된 개념과 영역

디지털 헬스케어와 약사과학자

헬스케어 시장을 조사하고 국내외 의료전달체계를 연구해보니 인공지능체가 환자를 모니터링하며 획득한 수치 정보를 의료인과 공유하며 서비스를 제공하는 모델은 의사나 약사를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역설적으로 이들과 협력이 더 필요한 것이다. 

미국이 디지털 헬스케어에 신속히 적응할 수 있었던 요인은 과학과 공학을 임상과 바로 연결할 수 있는 의사과학자(MD-PhD)가 활동하기 좋은 환경이란 점도 작용했다. 의사과학자는 의사면허소지자로서 진료와 동시에 질병 연구와 과학 및 공학기술을 서로 이어주는 ‘중개연구’를 추진하는 의사를 말한다. 그렇다면 약학분야에서는 신약물질발굴과 임상시험연구, 약료를 동시에 수행할 약사과학자의 본격적인 양성이 필요하지 않을까? 

아직까지 의사과학자가 대학과 병원에서 일할 수 있는 자리가 많지 않고, 설사 자리를 얻더라도 안정적인 연구비의 확보나 생계를 위한 수입도 임상의 대비 여의치 않다. 아마도 당분간은 약사과학자의 처지도 비슷하거나 더 열악할 것이다. 의료시장에서 요구하는 인재상이 그동안 일반의에서 전문의로, 다시 의사과학자로 변모하는 동안 약료(약업)시장은 답보상태인 듯하여 안타깝다.
디지털 헬스케어, 스마트 헬스케어 시대가 성큼 도래했는데, 여전히 약학대학은 이 분야에서 활동할 임상약료와 약과학을 동시에 수행할 전문인력이 갖춰야 할 역량의 범주조차 정하지 못하고 있다. 병원의 부속기관으로 의료의 지원체계로서의 병원임상약학은 전문약사제도를 통하여 축적한 노하우와 인력 풀을 활용하려는 준비를 지난 80년대 초반부터 지금까지 약 40년간 꾸준히 수행해왔다. 

디지털 헬스케어 시대 약국의 대비

실상 약국현장은 개선의 여지가 많다. 급격한 인구고령화, 성큼 다가온 100세 시대, 노인환자의 약제비용 폭증, 다약제복용으로 인한 약물부작용 증가, 약국형 디지털 의료에 대한 요구 증가, 전문약사에 대한 구체적 업무영역 설정, 약국영세화 심화, 병월/의원/보건소와 유기적이고 협력적인 임상약료체계 구축, 약국에서 발생한 연간 5억 건의 전문처방 데이터의 저장-발췌-분석-활용 체계 구성, 일반약이나 건기식 및 각종 의료제품의 판매 데이터 혹은 비정형 데이터의 수집 및 활용 체계 정립, 약국을 이용한 경증질환자의 편의성이 증진되도록 약국과 연동된 앱의 개발과 상용화 부진 등 디지털 혁명 시대에 속히 따라잡아야 할 분야가 많다. 

우리나라에 본격적인 고령화 시대가 시작되면서 만성질환에 대한 약처방이 증가하여 처방조제 수요도 동반 상승하고 개국가의 수익증대가 가능하다는 기대감이 높은 듯하다. 하지만 앞서 설명했듯이 이미 선진국은 ICT를 활용한 디지털 헬스케어 기술을 고도화하고 폭넓게 수용하여 보험재정에서 차지하는 약제비의 증가를 막고 제반 간접의료비를 낮춤과 동시에 원격기술을 활용한 진단과 모니터링 및 간병 분야에서 비용을 줄이고 의료시장의 노동 패러다임을 재편하고 있다(그림3). 

                                  그림3. 디지털 헬스케어의 목표

한국형 노인약물사용 가이드라인, 약물부작용 방지체계, 유전체-약물작용 연계 알고리즘 개발, 지역약국 경영합리화 및 수익증대 프로그램, 지역사회 노인약료체계, 복약순응도 향상 및 건장증진 프로그램, 다양한 약국매개 특화서비스의 개발과 수가 적용 등 연구개발해야 할 분야가 많다. 

필자의 견해로는 약국을 중심으로 한 약업계는 중복 및 낭비가 매우 많다. 굳이 전국에 분회장이 250명이나 필요하며 분회별로 연 3억원 이내의 저예산으로 분회를 운영하면서 완성도가 낮은 회무나 자체사업, 실효성이 낮은 교육프로그램과 의례적인 연례행사를 개최해야 할까? 아직도 불용재고에 대한 처리방안은 완전하지 않고, 한약사 직역과 20년 넘은 갈등상황은 여전하다. 약국에서의 임상약료에 대한 자신의 능동적 연구와 발표가 있어야 할 ‘학술대회’보다는 타인이 정리한 내용의 교육내용을 청취하거나 제조공급사들이 진행하는 신제품 설명회에만 인산인해를 이루는 수동적인 학습태도와 단지 ‘학술제’ 수준에 머무르는 행사를 언제까지 지속해야 할까? 

국내 몇몇 지부가 개최하는 대형 학술제에서조차 해가 거듭할수록 오히려 연구논문 발표 건수가 줄어드는 현실에서 약사는 과연 무슨 전략으로 AI와 빅데이터를 중심으로 한 디지털 혁신을 대비할 것인가? 모쪼록 다가오는 새해에는 공부하는 연구회가 더 많이 생기고, 직접 연구하여 획득한 근거를 기반의 약료를 실천하는 약국과 약사들이 늘어나기를 기대한다.


방준석 교수(숙대약대)는 우리나라와 미국의 약국, 병원, 제약회사, 연구소 등에서 활동한 풍부한 경험을 바탕으로 약학대학의 임상약학 교수이자, 경영전문대학원의 헬스케어MBA 주임교수로서 활동하고 있다. 약사이자 약학자로서 약과 약사, 약국과 약업은 물론, 노인약료와 스마트헬스케어 분야의 혁신과 발전방안을 연구하여 사회의 각계 각층과 교류하며 실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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